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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 20년’ 맞은 도요타 부진, 불매운동 때문만은 아니다

중앙일보 2020.05.18 05:00
올해 3월 국내 출시한 2020년형 도요타 프리우스 AWD. 사진 도요타코리아

올해 3월 국내 출시한 2020년형 도요타 프리우스 AWD. 사진 도요타코리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도요타 프리우스가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뜻깊은 해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도요타∙렉서스는 1년 가까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매운동 탓이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내연기관(가솔린) 엔진을 전기모터가 보조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1997년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2000년부터 북미∙유럽 등 세계 시장에 데뷔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캐머런 디아즈 등 할리우드 셀럽들은 물론 젊은 전문직들이 프리우스의 친환경 취지에 크게 호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차’라는 명성을 갖게 됐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연비도 대중을 자극해 2008년 5월 글로벌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지금까지 600만대 이상 팔렸다. 도요타는 프리우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캠리∙RAV4 등 다른 차종에도 하이브리드를 장착하며 하이브리드 선두주자가 됐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프리우스가 이끈 하이브리드 대중화는 역설적으로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을 심화시켜 지난해엔 세계 시장에서 단종을 앞둔 포드 퓨전보다 덜 팔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순수전기차인 테슬라가 모델S를 내놓은 2012년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 정점을 찍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도요타는 올 초 하이브리드에 대한 고집을 꺾고 순수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북미 시장에선 ‘프리우스 20주년 스페셜 에디션’이 나왔지만 도요타코리아는 특별한 이벤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에선 올 3월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와 2020년형 프리우스 AWD(사륜구동)를 출시했다.
 
도요타·렉서스를 비롯한 일본차 판매는 지난해 7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 큰 폭으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각종 할인 행사와 재고떨이로 반짝 상승했지만 4월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는 10위, 도요타는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차 3사를 바짝 뒤쫓으며 5위권에 들던 지난해 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렉서스는 지난해 벤츠와 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였다.
최근 북미 시장에 2020대를 내놓은 프리우스 20주년 스페셜 에디션. 사진 도요타USA

최근 북미 시장에 2020대를 내놓은 프리우스 20주년 스페셜 에디션. 사진 도요타USA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지만 일각에선 도요타·렉서스가 국내 소비자를 열광하게 할 신차 출시에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들어 도요타는 프리우스 2개 모델과 스포츠카 모델인 GR수프라, 한정판인 캠리 XSE를 내놨는데 수프라와 캠리 XSE는 대중을 타깃으로 한 모델도 아니다. 부분변경이 아닌 렉서스 신차는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아직은 여러 제약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가 현실적으로 가장 구매 매력이 있는 모델인데 특히 렉서스의 경우 신차출시 주기가 너무 길어 보인다”며 “불매운동 여파도 크겠지만 (도요타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취향을 얼마나 단시간 내에 보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플래그십 세단인 LS 모델에 국내 기준 미비 문제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장착하지 못했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구동도 되지 않는 등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 취향을 맞추기엔 상품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도 있다. 급기야 다른 일본차 브랜드와 달리 할인에 인색하던 도요타·렉서스는 올들어 할인과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
 
도요타코리아 관계자는 “신차 전략은 불매운동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때는 큰 호응이 있었던 걸로 보아 여전히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다고 본다”며 “성실하게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맞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수입차 단일모델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순수전기차 테슬라 모델3의 약진도 ‘하이브리드 명가’ 도요타·렉서스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 등 국산차 신차들이 기대 이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고, 테슬라 등 하이브리드를 넘어선 전기차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어 일본차의 경우 당분간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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