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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돌아왔더니 학원선 해고 통보···목만 잠겨도 재확진 공포

중앙일보 2020.05.18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코로나19 완치 걸려 치료를 받은 김모씨. 완치됐지만 직장을 잃었다. [사진 독자]

코로나19 완치 걸려 치료를 받은 김모씨. 완치됐지만 직장을 잃었다.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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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7년여간 논술 강사를 한 김 모(35·여) 씨는 잘 나가는 방문 과외 선생님이었다. 개인 과외를 하지만 논술 학원에 소속돼 수입도 안정적이었다. 주말엔 친구들과 맛집이나 유명 카페를 찾아다니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코로나 완치 후 집에오니 직장 사라져
친구들과 카페 찾아다니는 즐거움도 없어져
"가을 재확산 이야기가 나오면 걱정 앞서"

이런 김씨의 삶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직장은 사라졌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주말도 더는 즐기기 어렵게 됐다. 그는 16일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꾸려나갈지 현재로써는 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2월 하순 목이 아프고 근육통에 감기·몸살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코로나19가 한창 대구를 휩쓸 때였다. 덜컥 겁이 난 김씨는 2월 23일 대구 북구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양성. 코로나19 확진 판정이었다.  
 
미혼으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김씨는 확진 후 불안에 떨며 집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했다. 그러다 3월 3일 생활치료시설인 경북 경주 농협연수원에 입원했다. 감염 사실을 안 논술 전문 학원에선 "코로나19에 걸렸으니, 몇 달간 쉬고 연락을 달라"고 했다.  
 
"자가격리할 때는 물론이고 생활 치료 시설에 들어간 후 빨리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엄청 노력했어요. 코로나19 관련한 앱이 있는데, 그걸 스마트폰 설치하고 체온이나 혈압을 매일 스스로 잰 다음에 기록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노력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김씨는 지난달 9일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병원에서 한 두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김씨. 그렇지만 그가 그리던 원래의 삶은 없었다. 이번엔 코로나19 보다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에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해왔다. 
 
"완치돼 집에 왔다고 하니, 학원 측에서 '다시 연락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해고된 겁니다. 제가 코로나19 확진자였으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어느 학원, 어느 부모들이 원할까요. 재확진 사례 이야기도 자꾸 나올 때니까요.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곤란한 분위기였어요. 허탈하고 힘들었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자연스럽게 동료 선생님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도 나왔습니다. "  
 
집으로 돌아온 지 한달여. 그는 아직도 일을 못 하고 있다. 개인과외도 더는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만 해와 다른 경험도 없다. 요즘 그는 집 앞에 있는 산에 틈만 나면 올라간다.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다. 
 
지금 그에게 가장 급한 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많은 고민을 하고, 가족과 논의하고, 관련 책도 보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답은 없다. 지난 2월 23일 처음 확진 판정 후 일을 못 했기 때문에 석 달 때 수입도 없어 생활도 어려워졌다. 
 
"혹시나 해서 누군가를 대면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불안해서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요. 그래서 과외 선생님 일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건데, 쉽지가 않아요."  
 
그는 목이 잠기거나, 가래가 끓는 느낌이 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재확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가을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무섭다고 했다. 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 했다. "늘 마스크를 끼고 삽니다. 마스크를 쓰는 게 이젠 버릇이 된 것 같아요. 확진자들 퇴원할 때 한의사협회에서 한약을 나눠 줬는데, 그걸 먹으면서 다시 힘을 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김씨는 "아직 백신이 없어 집단 감염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하고 마스크를 늘 쓰고 조심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문제를 넘어서 자신처럼 생활 터전을 아예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저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또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은 두려움이 아직도 있어요. 저 때문에 가족들이 2주 이상 격리돼 직장을 못 갔습니다. 가을에 만약 또 걸린다면 가족 중에 저처럼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데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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