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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술 마시는 게 죄는 아니잖아?

중앙일보 2020.05.18 00:20 종합 24면 지면보기
이가영 사회1팀 기자

이가영 사회1팀 기자

미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20개가량 주에서 봉쇄령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건 기본이다. 미시간주에서는 시위대가 총기를 들고 의사당 건물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업을 폐쇄하고 집에 머무르라는 명령이 주지사가 권력을 남용해 ‘자유’라는 미국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국 정부가 외출 자제, 모임 참가 자제 등을 권고하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달라고 했을 때 나의 자유가 침해받는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침을 어기고 여행 간 사진을 SNS에 올린 일부 연예인을 비난하는 현상도 감지됐다. 미국 시위대의 주장대로라면 국민이 서로를 감시하며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서울 홍대 지역 주점을 다녀왔던 일행 4명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3일 오후 홍대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서울 홍대 지역 주점을 다녀왔던 일행 4명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3일 오후 홍대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만 보면 큰 차이를 가져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9시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46만5000명으로 2위 러시아(약 27만2000명)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한국은 44위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방역 모범 사례가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성숙한 시민의식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게 안정기에 접어드는 듯 보였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태원 클럽 감염으로 인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태원 발 감염자가 160명을 넘어섰고, 이태원 클럽→서울구치소 직원으로 이어지는 4차 감염도 발생했다. 그런데도 주말 강남 일대 술집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의 손님은 주로 20대로 “친구들과 술 마시는 게 죄는 아니지 않냐”는 반응이 나왔다.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한 부인을 두고 젊은 여성과 바람난 남편이 드라마에서 말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가 생각난다. 드라마 주인공은 그의 말대로 불륜 때문에 경찰에 붙잡혀 가지는 않았지만 끝내 자신의 인생과 가정은 파탄이 났다. 술 마시는 게 죄는 아니지만 자신의 가족과 직장,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재확산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동안의 노력을 뒤로하고 사실상 코로나19 초기 대응 때로 되돌아간 셈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20대가 3079명(27.86%)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젊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할 수 있을 만큼 어린 나이는 아니다. 
 
이가영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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