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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의 포스트 코로나 패권 다툼, 한국은 준비돼 있나

중앙일보 2020.05.18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갈등의 격화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책임론 공방에서 시작된 대립은 코로나 진정 국면과 함께 닥쳐올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의 재편에 대비한 패권 경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양자택일 선택 강요받는 상황 피해가고
원칙·한계 분명히 한 뒤 실리외교 펼쳐야

미·중 갈등은 한국에 큰 도전 과제다. 우선 경제 분야에 직접적인 여파가 닥쳐올 게 틀림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코로나 이전의 무역전쟁보다 더 강도 높은 대중 공세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중에는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동맹국 위주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어제 갑작스러운 사임을 밝힌 것도 트럼프의 무역 재편 구상에 따름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과 촘촘한 분업구조로 연결돼 있고, 대중국 교역(홍콩 포함)에 국내총생산(GDP)의 30% 가까이 의존하는 한국의 입장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단절(디커플링·탈동조화)을 공언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제 전반이 중국과 너무 긴밀하게 얽혀 있다.
 
한국의 외교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의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의 문제다. 미국과 동맹국 위주의 대중 포위망이 강화될수록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공세도 강화될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온 것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할을 지지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 의회가 대만의 WHO 총회 참가권 회복을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동참을 호소한 데 대한 견제 발언이다.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한국이 가장 피해야 할 시나리오며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를 한국의 몸값이 높아진 데 따른 ‘러브콜’로 착각해서도 곤란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를 전후해 한국의 대중 외교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중국에 보복조치를 당했던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분명한 우리 외교의 원칙과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실리외교를 펼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의 토대와 신뢰 위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다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분명하게 구분짓고, 상대방에겐 당당히 설명·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의 원칙과 논리를 분명히 하는 게 우선이다. 사드 배치 때 겪었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질서의 향방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철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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