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마늘은 쪼개 볶으면 항산화 성분↑ 닭은 푹 삶으면 콜레스테롤↓

중앙일보 2020.05.18 00:04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배부른 영양실조’의 한국인이 많아졌다. 먹는 음식의 칼로리 총량은 넘치는데 정작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부족하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단을 바꾸기 힘들다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식재료가 똑같아도 조리법만 바꾸면 몸이 반기는 영양소는 최대한 흡수하고, 그렇지 않은 영양소는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조리법을 바꿔보면 어떨까. 조리법에 따른 영양소 득실을 따져본다. 
 

조리법별 영양소 Up & Down

주황색 채소는 식물성 기름에 볶아 베타카로틴 Up

 
흔히 샐러드에 달고 새콤한 맛의 드레싱만 뿌려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근·피망·파프리카 등 주황색을 띤 채소를 샐러드나 볶음 요리로 먹을 때 식물성 기름을 곁들이면 좋다. 주황색 채소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한데, 베타카로틴은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의 전구체여서 기름과 만나야 용출돼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 이를 입증한 연구결과가 ‘저널 오브 뉴트리션’(2005)에 실렸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당근 등을 넣은 샐러드를 그냥 먹을 때보다 아보카도오일을 곁들일 때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이 15.3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주황색 채소에 식물성 기름을 뿌리거나 이 기름에 볶으면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물성 기름엔 올리브유·포도씨유·해바라기씨유·아보카도오일 등이 있다.
 
 
 

마늘은 통째로 굽기보다 다져서 알리신·아조엔 Up

 
 
한국인의 밥상에 마늘은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마늘의 핵심 성분은 ‘알리신’이다. 알리신은 ‘항산화의 왕’으로 불리는 피토케미컬의 한 종류다. 혈관에서 항산화 기능을 발휘해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영양소다. 그런데 알리신은 마늘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질 수도,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실장은 “마늘 껍질 안쪽에 ‘알린’이라는 유황 성분이 있는데 마늘을 썰거나 으깨는 등 물리적 힘을 가할 때 알린이 알리신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알리신은 열을 만나면 ‘아조엔’이 된다. 아조엔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물질로, 체내에서 강력한 항혈전 효과를 발휘하며 혈류를 개선한다. 쪼갠 마늘에 불을 가하는 조리를 하면 아조엔을 얻을 수 있다. 허 실장은 “음식을 조리할 때 마늘을 한 알씩 넣기보다 편마늘이나 다진 마늘을 넣으면 알리신과 아조엔의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로콜리는 데치기보다 쪄서 설포라판 Up

 
 
브로콜리는 보통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먹는다. 그런데 찜기·냄비 등을 이용해 브로콜리를 찌면 핵심 영양소인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증가한다. 이 영양소는 주로 이파리가 십(十)자 모양인 십자화과 식물에 존재하는 귀한 성분으로, 체내에서 ‘설포라판’이라는 강력한 항암 물질로 전환된다. 설포라판은 체내 활성산소가 쌓일 틈을 주지 않아 세포 손상을 줄이고 종양 생성을 억제한다.
 
설포라판이 신경 기능을 회복해 자폐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연구결과가 있다. 2014년 매사추세츠 아동종합병원의 앤드류 W 짐머먼 박사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26명)에만 설포라판이 든 브로콜리 싹 추출물을, 다른 그룹(14명)에는 위약을 18주 동안 먹게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설포라판을 먹은 그룹에서만 자폐증 평가 척도인 ‘이상 행동 지표’와 ‘사회적 반응성 지표’가 각각 34%, 17%씩 개선됐다.
 

육류는 삶거나 찜으로 먹으면 콜레스테롤 Down

 
 
육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걱정할 만하다. 콜레스테롤은 비타민D·호르몬 합성 등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하지만 과량 섭취하면 몸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조리법을 삶기·찌기로 바꾸기만 해도 육류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출 수 있다. 충남대 식품공학과 이기택 교수팀이 닭·오리 고기를 굽기·볶기·찌기·삶기·튀기기 등 다양하게 조리한 뒤 100g당 콜레스테롤 함량을 비교한 결과 삶은 닭 날개에선 콜레스테롤이 72.04㎎, 튀긴 닭 날개에선 107.32㎎이 검출됐다. 오리 다리 살은 삶았을 때 52.82㎎에 불과했지만 튀기거나(71.45㎎) 찔 때(72.25㎎)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았다.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형미 겸임교수는 “육류를 삶거나 찔 때 발생하는 찜기 내 압력·열로 기름이 압출되면서 콜레스테롤이 함께 흘러나온다”며 “치킨보다 백숙의 콜레스테롤이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버터·마가린 말고 식물성 기름 지방 Down

 
 
빵을 굽거나 볶음밥·스파게티를 조리할 때 버터·마가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버터엔 포화지방, 마가린엔 트랜스 지방이 많다.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지방간 위험을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을 증가시켜 심혈관계 질환, 비만을 유발한다. 정자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남성 99명의 식습관을 조사한 뒤 정액 샘플을 분석했더니 포화지방을 많이 먹은 상위 30% 그룹은 하위 30% 그룹보다 정자 수가 43% 적었다고 발표했다.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지방산을 고체로 가공할 때 수소를 첨가하면서 만든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의 과다 섭취는 심장 질환 위험을 21%, 사망 위험을 28% 높인다. 버터·마가린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는 게 권장된다.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지방산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의 노폐물을 청소한다.
 
 
 

계란프라이는 흰자 완숙으로 아비딘 Down

 
 
계란 노른자엔 비타민B군의 하나인 ‘비오틴(비타민B7)’이 함유돼 있다. 비오틴은 피부, 손·발톱, 머리카락을 매끄럽게 만들고 신경계·골수의 기능을 원활하게 만든다. 그런데 비오틴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 공교롭게도 계란 흰자에 들어 있다. 바로 ‘아비딘’이다. 아비딘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뭉친 당단백질로, 계란 흰자 구성 성분의 0.05%에 불과하지만 비오틴과 만나면 달라붙어 비오틴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이정주 영양팀장은 “날계란을 지속해서 섭취하면 체내 아비딘이 쌓이면서 비오틴 결핍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비오틴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흰자는 날것이나 반숙보다는 완전히 익힌 형태(완숙)로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삶은 계란이 좋은 예다. 프라이팬에서 계란프라이를 할 땐 퍼뜨린 계란을 한 번 뒤집어 흰자 부분의 앞·뒷면을 모두 가열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