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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무역합의 흥미 잃었다”…G2 신냉전 격화

중앙일보 2020.05.18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에서 걸스카우트 단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에서 걸스카우트 단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거부’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시진핑 주석과 지금은 대화하고 싶지 않다. 향후 얼마 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며 “나는 중국과 무역합의에 대해 약간 흥미를 잃었다”고 밝혔다. 14일 “우리는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는 초유의 발언을 한 뒤 하루 만에 또 내놓은 폭탄 발언이다.
 

“시진핑과 대화 원치 않아” 발언도
고율 관세 재부과할지 즉답은 안해

“첨단 제조 공장 미국에 지어라”
미 압박에 한국기업 선택 딜레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제품을 대량 구매하고 미국은 대중 추가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던 양국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지, 언제 추가관세를 재부과할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거진 미국의 중국 때리기엔 무역합의 파기 방안도 열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공동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며 공무원 퇴직연금이 투자 중단을 결정했다라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엔 트위터에 “왜 우리보다 인구도 많은 중국이 수십 년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 아주 적은 돈을 내느냐”며 “최악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우해 막대한 이익을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역병이 중국에서 밀려들기 전 우리 경제는 세계 최고였고, 모든 사람이 기뻐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책임자로 중국을 다시 지목한 것이다.
 
미국이 내놓는 대중 압박은 G2(주요 2개국) 신냉전을 방불케 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중국발 해킹에 대한 수사 발표와 연방공무원 퇴직연금 중 45억 달러 규모의 중국 주식투자 중단(13일),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강화(15일)가 잇따랐다. 특히 화웨이 제재는 화웨이에 위탁생산 반도체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대만 TSMC가 15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지 여부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5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30% 고율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경우 전 세계로 파장이 미친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미 행정부 내에서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절대적으로 유지될 것”(커들로 위원장)으로 목소리가 갈린다. 
 
대표적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은 17일 ABC방송에 "WHO 보호막 뒤에서 두 달 동안 바이러스를 은폐해 미국 경제가 파괴된 데 중국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브레이트바트 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막대한 인명손실을 초래한 나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잘못된 행동엔 실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중국 공산당에 확신시킬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미·중 충돌은 한국엔 선택의 딜레마를 야기하고 있다. 키스 클라크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브리핑에서 TSMC의 미국 투자와 관련, “우리 목표는 미국 반도체 칩 제조사는 물론 다른 외국 업체도 차세대 첨단 제조공장을 미국에 짓게 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요구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의존 탈피를 위해 한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베트남 7개국과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성을 추진하자 중국은 ‘한국 끌어당기기’로 움직이고 있다.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은 15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놓고 “워싱턴이 미쳐 날뛰게 하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날 환구시보 사설은 “한국과 일본, 유럽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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