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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대중 압박정책 쏟아내는 미국...무역 합의 폐기하면 신냉전 본격 개막

중앙일보 2020.05.17 16: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 "나는 무역합의에 약간 흥미를 잃었다.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 "나는 무역합의에 약간 흥미를 잃었다.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나는 중국과 무역합의에 대해 약간 흥미를 잃었다.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후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지금은 대화하고 싶지 않다. 향후 얼마 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라며 한 말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대해 미국 설계기술을 활용한 외국산 반도체 공급까지 차단한 당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한 셈이다.

백신 해킹 수사→중국 투자 중단,
외국산 반도체 화웨이 공급 차단
무역합의 폐기 때는 미·중 전면전
"미·중 신냉전 개막, 선택 강요돼"
"반도체 첨단공장 미국에 지어라"
글로벌 공급체인 미국 이전 요구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느 시점엔 관세를 재부과하거나 무역합의를 파기하는 것을 검토하느냐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다음 단계 보복은 무역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있다. 우리는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며 "모든 관계를 끊으면 5000억 달러를 절약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는 16일 트위터에는 "왜 우리보다 인구도 많은 중국이 수십년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 아주 적은 돈을 내느냐"며 "최악은 세계무역기구(WTO)로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우해 막대한 이익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역병이 중국에서 밀려들기 전 우리 경제는 세계 최고였고, 모든 사람이 기뻐했다"며 "우리는 곧 그 지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민 3600만명이 실업자로 전락한 경제적 피해의 책임을 중국에 돌린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중 보복은 트럼프의 말뿐이 아닌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중국 해커의 백신 해킹 공개 경고 및 수사 발표, 45억 달러 규모인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 중단(13일),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강화(15일) 등으로 점점 고조됐다.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맥캠벨호는 13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까지 벌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5일 공무원 퇴직연금의 중국 투자 중단과 관련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공동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며 "중국은 투명성 결여와 은폐와 같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은폐를 투자 중단 이유로 든 것이다.
 
향후 미·중이 전면전으로 치달을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를 잃었다"고 경고한 대로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하느냐에 달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5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30% 고율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 회복을 둔화하는 건 물론 미국 소비자에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 폭스뉴스에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명히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경제에 대한 충격을 매우 우려하고 있고 대통령은 경제를 지키고 미국 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커들로 보좌관은 "중국의 (1단계 합의로 약속한) 미국 상품 구매가 더디긴 하지만 이는 시장 및 경제 여건 때문"이라며 "무역합의는 절대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도 매파와 온건파 입장이 나뉜 셈이다.
 
세계 3대 반도체칩 제조사인 대만 TSMC. TSMC는 15일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5나노미터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만에 미국의 화웨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TSMC는 지난해 매출 14%를 화웨이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대한 판매에서 얻었다.[로이터=연합뉴스]

세계 3대 반도체칩 제조사인 대만 TSMC. TSMC는 15일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5나노미터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만에 미국의 화웨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TSMC는 지난해 매출 14%를 화웨이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대한 판매에서 얻었다.[로이터=연합뉴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잠재적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미 고통받는 상황에서 합의를 파기하고 상호 관세 보복을 재개하는 건 정치적 위험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의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 추가 구매 약속은 내년 말이 이행 시한이며, 분기별 이행 목표를 따로 정한 게 아니어서 중국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해 대중국 강경 정책을 대선 승부처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분노하는 미국 여론을 돌리기 위해 무역 단절을 택할 가능성도 현재로썬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 '베이징' 바이든은 반세기 정치 인생을 '차이나 퍼스트'에 썼다"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앞서 13일엔 "세계는 중국에서 온 역병에 피해를 입었다. 100개의 무역합의도 그 피해와 희생된 무고한 모든 생명을 보상하진 못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에도 미·중 관계는 이미 "대결별(포린폴리시)"을 넘어 "신냉전을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오빌 셸 아시아협회 미·중 관계센터 소장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우리는 본질적으로 냉전의 시작점에 서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점점 더 적대적 관계로 치닫고 있고 이는 세계와 국제경제에 매우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국제 체제 전체적으로 냉전은 대단히 파괴적"이라며 "세계 국가들에 미·중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하면서 정치·군사안보·경제적 생존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할지에 대한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간 신냉전의 희생양은 이미 나오고 있다. 화웨이에 위탁생산 반도체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대만 TSMC는 15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 규모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상무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 대상이 됐다.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브리핑에서 'TSMC가 화웨이 반도체 공급 허가를 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과 화웨이에 대한 허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어떤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표는 미국 반도체 칩 제조사는 물론 다른 외국 업체도 차세대 첨단 제조공장을 미국에 짓게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중국과의 신냉전에 돌입하면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도 이런 선택에서 예외가 아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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