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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원 안냈다고 90세 집 압류···억만장자 구두쇠, 美므누신의 정체

중앙일보 2020.05.17 14:10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지난 2월 코로나19 관련 재정지원 법안의 통과를 읍소하기 위해 미국 상원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이다. 유대계로, 그의 성(姓)은 미국에선 '므누친'으로도 발음한다. AFP=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지난 2월 코로나19 관련 재정지원 법안의 통과를 읍소하기 위해 미국 상원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이다. 유대계로, 그의 성(姓)은 미국에선 '므누친'으로도 발음한다. AFP=연합뉴스

 
2017년 11월15일 이후 발권된 미국 달러를 갖고 있다면 오른쪽 아래를 보시라. Steven T. Mnuchin 이라는 글자가 보일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58)의 서명이다. 달러 지폐에 이름을 새길 권리를 가진 남자, 이름도 특이한 므누신 장관은 요즘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빈도가 더 잦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이면서다. 경제 수장으로서 정책의 키를 쥐고 패닉을 잠재우는 게 그의 역할이다. 

[글로벌피플]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도하고, 4조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QE), 즉 돈 풀기 정책을 발표한 것도 므누신이다. 19일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과 함께 상원에 나란히 출석해 경기부양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의 한 마디에 미국 경제,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출렁일 수 있다.  
 

어쩌다 장수 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2월13일, 백악관에서 므누신을 재무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지명이 된 건 트럼프 당선 직후인 2016년 11월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장관 중에서 드문 장수 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장관 및 보좌관들을 해고해왔지만 므누신은 생존자다. 
 
지난달 코로나19 TF 기자회견에 참석해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지난달 코로나19 TF 기자회견에 참석해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사실 므누신은 임명도 전에 지명 철회 당할 뻔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책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게리 콘을 불러 “당신이 재무장관 하면 딱인데. 내가 (므누신으로) 잘못 뽑았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자리엔 므누신 본인도 있었다고.  
 
몇 시간 뒤, 뉴욕타임스(NYT)는 “재무장관에 므누신 임명 예정”이라는 단독 기사를 속보로 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핵심 참모인 재러드 쿠슈너는 책에 따르면 “므누신이 NYT에 흘린 게 분명하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후에 게리 콘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재무장관 자리를 탐냈지만, 스티븐을 임명한다. 경제를 그에게 맡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다.”  
 
2017년 11월15일 발권되는 달러 지폐. 므누신 장관의 서명이 박힌 첫 지폐였다. AP=연합뉴스

2017년 11월15일 발권되는 달러 지폐. 므누신 장관의 서명이 박힌 첫 지폐였다. AP=연합뉴스

 

억만장자 재무장관은 구두쇠?  

므누신 입장에선 재무장관 자리가 심하게 탐이 났을 법하다. 그가 가지지 못한 것은 권력 빼곤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재산. 포브스지의 집계에 따르면 므누신은 장관 지명 당시 4억 달러(약 49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될만한 자산은 처분하면서 현재는 3억 달러인 것으로 파악된다.  

 
므누신은 항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약식 기자회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므누신은 항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약식 기자회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어떻게 이런 자산가가 됐을까. 므누신은 뼛속까지 금융맨이다. 게리 콘과 같은 골드만삭스에서 17년을 일했다. 아버지도 전설적인 골드만삭스맨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돈을 번 건 골드만삭스를 나와 자신의 헤지펀드를 차리면서다. 위기와 파산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에 처한 담보대출 금융기관 ‘인디맥’을 인수해 ‘원웨스트 뱅크’로 이름을 바꾸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다. 원웨스트뱅크는 90세 노인의 집을 압류하기도 했는데,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이 노인이 원웨스트의 역모기지론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30센트(약 360원)을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자원봉사도 열심히 한다고 홍보해온 므누신이지만 자산 증식에 있어선 냉혈한이라는 평판이 지배적. 그의 임명 당시 미국 민주당에서 진보 성향이 뚜렷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최악의 위선자”라고 맹비난한 이유다.  
 
월스트리트 출신인 만큼 시장 친화적인 정책 기조가 확고하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경제가 재난 사태이기에 위기 극복에 집중하고 있으나, 금융업의 규제를 혁파하고 친기업 성향을 드러내는 정책을 펼쳐왔다.  
 
북한에게는 저승사자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집행하는 게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어서다. 므누신 휘하에서 북한에게 미국이 가한 독자 대북제재는 230건이 넘는다. OFAC이 2018년 특별지정제재 대상으로 올린 인물 중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있다.  
 

므누신 부부의 세계  

 
므누신 장관의 결혼사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례를 섰다. [므누신 트위터]

므누신 장관의 결혼사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례를 섰다. [므누신 트위터]

 
그는 임명 후 겹경사를 맞았는데, 18세 연하인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루이즈 린튼과웨딩마치를 올리면서다. 당시 그가 유럽을 순회하는 초호화 유럽여행에 공군 전투기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의 부인은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우리 부부보다 당신이 더 미국 경제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거냐”라고 비꼬면서 불에 기름을 부었다. 둘은 친구들의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참석했다가 연애를 시작했다. 므누신은 세 번째, 린튼은 두 번째 결혼이다. 잡지 엘르와 인터뷰에서 린튼은 "스티브는 얼음 같은 남자고 나는 불같은 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므누신의 부인 루이즈 린튼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남편 모습이 담긴 머그컵을 들고있다. [루이즈 린튼 인스타그램]

므누신의 부인 루이즈 린튼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남편 모습이 담긴 머그컵을 들고있다. [루이즈 린튼 인스타그램]

 
므누신을 구글링하면 이력 중엔 ‘영화인’도 뜬다. 실제로 그는 ‘듄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사를 차려 영화 제작에도 참여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손대는 것마다 대박 나는 투자의 전설”인 셈이다. 한국에서만 1300만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엑스맨 유니버스’ 영화 공동 제작자 이름에 므누신 세 글자가 박혀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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