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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 위안부 쉼터로 펜션 운영한 의혹…"할머니들 못봤다"

중앙일보 2020.05.16 13:23
16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안성=채혜선 기자

16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안성=채혜선 기자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 대표로 있을 당시 경기도에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조성해 놓고 펜션처럼 사용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대협은 2013년 8월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2층 단독주택과 토지를 7억5000만원에 산 뒤 같은 해 11월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개소식을 열었다.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돈(10억원)이 구매 자금으로 쓰였다. 당시 정대협 측은 쉼터를 마련한 목적에 대해 “더 많은 지역 피해자들이 쉼터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됐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할머니들 본 적 없다”    

2013년 11월 개소식을 알리는 홈페이지. [사진 정의기억연대 블로그 캡처]

2013년 11월 개소식을 알리는 홈페이지. [사진 정의기억연대 블로그 캡처]

 
이 쉼터 바로 뒤편에 산다는 동네 주민은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었다. 불도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가끔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명이 들러 (쉼터 뒤) 텃밭을 관리하는 걸 봤다. 관리인으로 알고 있는데 쉼터 뒤편 컨테이너에서 지냈다”고 전했다. 그의 집에선 이 쉼터가 훤히 다 보였다. 이 주민이 지목한 관리인은 윤 당선인의 아버지로 알려졌다. 이 주민은 “이곳이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지도 몰랐다”며 “할머니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건 본 적 없다”고도 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이곳이 쉼터라고 들었는데 할머니들은 본 적 없고 가족 단위 사람들이 오거나 차 여러 대가 있어 회사 워크숍 장소로 쓰이는 곳인 줄 알았다”며 “젊은 사람들이 가끔 와서 놀다 갔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쉼터에 상주하지 않았다는 증언은 또 나왔다. 금광면 면사무소 관계자는 ‘관내에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있는데 고령의 할머니들에 대한 복지 지원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이라는 이름 자체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할머니들이 상주해 있었다면 우리가 복지 차원에서 당연히 챙겨드리고, 마스크도 드리고 했을 텐데 관내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복지 지원) 시설로 신고를 아예 안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대협 소식지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정대협은 이 쉼터를 ‘힐링 센터’라고 부르며 거의 매년 워크숍 장소로 활용해 왔다. 윤 당선인을 비롯한 정대협 관계자들이 쉼터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사진도 올라와 있다.  
정대협뿐 아니라 수원여성회 등 다른 시민단체도 이곳을 이용했다. 2017년 8월 수원여성회 홈페이지에는 “일 년에 한 번 회원 전체가 함께하는 회원수련회를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으로 떠난다”는 공지가 있다.
 

일반인 블로그 후기 “펜션으로 쓰인다더라”  

2016년 7월 블로그에 올라온 글. 쉼터를 '펜션'이라고 했다. 현재 이 글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사진 블로그 캡처]

2016년 7월 블로그에 올라온 글. 쉼터를 '펜션'이라고 했다. 현재 이 글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사진 블로그 캡처]

 
시민단체 관계자들만 사용한 게 아니다. 일반인도 이 쉼터를 펜션처럼 썼다. 2016년 7월 이곳에 머물렀다는 A씨는 이곳을 자신의 블로그에 “자세히는 모르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행사로 종종 쓰이고 평소에는 펜션으로 쓰인다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곳을 ‘쉼터’가 아닌 ‘펜션’이라고 표현했다.  
 
A씨 일행이 쉼터를 펜션으로 사용하는 데 윤 당선인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있다. 블로그 글에 장소를 문의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A씨는 “010 XXXX XXXX(평화의 집) 윤미향 대표님 안성시 금광면 XX리 XXX번지 여기에요!”라고 답글을 올렸다. 이는 윤 당선인의 실제 번호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인이 있어서 (연결해줘서) 그 쉼터에 갔던 것”이라며 “할머니들이 한 번씩 오셔서 머무시는데 매일 쓰진 않으니까, 교회 사람들이랑 얼마 해서 하루 쓴 것이다. 표현은 펜션이라고 했지만,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진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글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중앙일보는 윤 전 대표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안성=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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