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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빨래 숙제, 부모가 따랐어도 지시한 교사 처벌 될까

중앙일보 2020.05.16 10:00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울산 교사에 관한 글. [사진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울산 교사에 관한 글. [사진 커뮤니티 캡처]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속옷 빨래’ 후 사진을 찍어오라는 숙제를 내고 “섹시 팬티” 등의 표현을 사용한 울산 A교사가 울산교육청의 신고로 조사를 받고 있다. 
 

'속옷 빨래 숙제' 낸 울산 A 교사
'섹시' 등 반응은 아동보호법 위반
유튜브 올린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위법성 확인되면 교단 설 수 없어"

 울산지방경찰청은 A교사의 행위와 발언에 아동복지법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실제 A교사를 처벌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 두 명에게 법 적용 가능성을 물었다.  
 

“숙제 자체는 성희롱 논란 여지 있어”

 
 두 변호사는 모두 울산 A교사의 댓글 내용이 정서적·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숙제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학대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
 
 신명철(법무법인 금성) 변호사는 “교사가 지난해에도 같은 숙제를 낸 뒤 이를 가지고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에서는 성적 의미가 결부될 수 있는 ‘섹시’, ‘팬티’,‘속옷’ 등의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데다 실제 음란 사이트에도 위 영상이 유포된 사정 등을 고려해본다면 정서적·성적 학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경(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는 “숙제 자체가 음란한 행위냐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교사의 표현은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 성인에게도 성희롱인데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가 어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지할 수 없어도 교사가 성희롱 의도가 있었느냐가 쟁점”이라고 했다. 
 

A교사 “학부모가 숙제 거부했으면….”

 
학생들에게 '섹시' 등의 표현을 해 논란을 일으킨 울산 교사의 해명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학생들에게 '섹시' 등의 표현을 해 논란을 일으킨 울산 교사의 해명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교사는 논란 당시 “숙제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으면 학부모가 바꿔 달라고 했으면 됐다"고 했다. 학부모의 의지로 충분히 해당 숙제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숙제했더라도 교사가 이들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신명철 변호사는 “개학 초반으로 학생과 학부모·교사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다”며 “학부모가 사진을 촬영해 학급 SNS에 올렸다고 해도, 교사의 부적절한 댓글 등의 행위가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렸다면 개인정보보호법도 위반”

 
 A교사는 그동안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에 학생들 사진이나 영상을 활발하게 올렸다. 현재는 대부분 삭제되거나 계정이 닫힌 상태다.  
 
 신수경 변호사는 “요즘 학급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올려진 단체 사진을 한 학부모가 개인 SNS에 다른 아이 얼굴을 가리지 않고 올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 대부분의 교사가 개인정보 관련 단단히 공지하는 추세다”며 “그런데 교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학급 SNS에 사진을 올렸다고 교사가 개인적으로 사진을 써도 되는 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학급 SNS에 올린 사진만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명철 변호사도 “교사가 교육적 목적으로 사진을 수집해 놓고 동의 없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에 게시했기 때문에 개인적 목적으로 이용됐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청원 20만명 동의…처벌 수위는.

 
울산 성희롱 논란 초등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글이 14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울산 성희롱 논란 초등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글이 14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해당 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현재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동의 수가 20만이 넘을 경우 청와대에서 공식 답변을 내야 한다. 
 
 신수경 변호사는 “일회성이었다면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만, 여러 번 비슷한 행위를 반복했기에 처벌 수위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지털 성범죄까지 따져볼 수도 있다. 성폭력 처벌법에는 내가 동의해서 촬영한 사진이어도 원하지 않은 유포는 처벌하게 돼 있다”고 했다. 
 
 만약 A교사의 행위가 위법이라는 결론이 나면, 벌금형 등 어떤 처벌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는 교단에 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공무원 징계 규칙에 따르면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최소 해임하게 돼 있어서다. 
 

“피해자의 직접 신고 없어, 교육청 역할 중요”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에서 교육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해당 교사를 신고한 사람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닌 울산교육청이기 때문이다. 

 
 신수경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에서는 직접 피해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수사기관도 수사 동력을 잃는 때가 많다. 피해자 의사 반영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교육청에서 부모·아이와 충분히 상담해서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부모도 지금은 꺼릴 수 있겠지만,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 사건을 접했을 때 가해자가 처벌됐다고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다”라고 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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