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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만에 열린 조주빈 '갤럭시S9'…범죄단체조직죄도 속도 붙는다

중앙일보 2020.05.16 05:00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왼쪽)과 공범 강훈(18)은 신상이 공개됐다. [중앙포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왼쪽)과 공범 강훈(18)은 신상이 공개됐다. [중앙포토]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13일 재판에 넘겨진 지 꼬박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범죄단체조직죄’로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수사팀에서는 지난 15일 조씨의 ‘갤럭시 S9’ 휴대전화 암호가 풀리면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검찰의 ‘딜레마’…이유는?

秋 “적용하라”는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단체조직죄(형법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종범도 수괴와 같은 형에 처해진다. 이번 범죄의 경우 공범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셈이다.  
 

‘범죄단체’로 묶이기 때문에 범죄 수익을 폭넓게 환수하기도 용이하다. ‘유료회원’도 엄벌해달라는 여론이 들끓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n번방 적극 관여자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연합뉴스]

검찰 ‘만지작’ 이유는

다만 ‘박사방’ 사건은 지휘‧통솔 체계와 범행의 연속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범죄단체’들과 다르다. 시기도, 체계도 산발적인 탓이다.  
 

‘박사방’은 조씨를 중심으로 한 공범들의 역할이 자주 바뀐다. 수없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방의 특성상 범죄단체조직죄 성립의 조건이 되는 ‘시간적 계속성’도 뚜렷하지 않다. 조씨 측도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켰다”는 입장이다. 연속적인 지휘‧통솔 체계를 부인한 것이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당시 횡행하던 조직폭력배 엄단을 염두에 두고 1953년에 제정됐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말단 행동대원이지만, 그 폭력의 배후에는 ‘수괴(두목)'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박사방' 주요 피의자들 적용 혐의 그래픽[연합뉴스]

'박사방' 주요 피의자들 적용 혐의 그래픽[연합뉴스]

그러나 박사방은 이 법리가 역으로 적용된다. ‘수괴’급인 조씨에 적용된 법리를 말단 행동대원격인 가담자들에게 적용하는 구조다. 그런 만큼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한 기존 판결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 요소가 많다.  
 

무리하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가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한 무죄가 확정돼 형이 대폭 깎일 수 있다는 것도 검찰의 위험 부담 요소 중 하나다. 여론에 등 떠밀려 무리한 법리를 적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범죄 수익 환수 측면에서도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아닌 아동청소년법으로도 박사방 범죄 수익 환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놓고 검찰 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한다.

 

‘유기적 결합체’…檢 ‘범죄집단’ 판단

그러나 검찰은 격론 끝에 결국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사방’처럼 성착취물을 공유해 수익을 얻는 형태의 집단 범죄를 ‘범죄단체’로 묶어 엄벌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의식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이 꺼내든 카드가 ‘유기적 결합체’다.  
 
검찰은 ‘유기적 결합체’인 박사방에 대해 범죄단체 대신 ‘범죄집단’ 적용을 염두에 둔다. 수괴부터 간부와 구성원으로 이어지는 지휘·통솔 체계와 연속성이 입증돼야 하는 ‘단체’에 비해 ‘집단’은 구성 요건이 다소 느슨하다는 판단에서다. 
 

‘범죄집단’에 따른 범죄단체조직죄 역시 학설이나 판결의 부가설명으로만 등장했을 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선례가 전혀 없다는 점은 난관이다. 특히 범죄단체조직죄 자체가 대법원까지 다툴 만큼 이견이 분분한 법리인데다 ‘디지털 집단 성범죄’에는 처음 적용되는 것이라 공소 유지가 극히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 총괄팀장[연합뉴스]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 총괄팀장[연합뉴스]

검찰 수사 상황은

검찰 수사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15일 조씨의 집을 압수한지 2개월여 만에 당시 확보한 ‘갤럭시 S9’ 휴대전화 암호를 해제하면서 전체 범행 규모를 가늠할 핵심 단서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부따’ 강훈(18) 등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한 영장에는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처음으로 적시되기도 했다.  
 

현재 검찰이 판단하고 있는 범죄단체 적용 범위는 36명 안팎이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 유료회원이 아닌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포에 공조하며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중에 현재까지 실제 인적사항이 특정된 사람은 18여명이라고 한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 및 암호화폐 입금 내역을 바탕으로 이름·주민번호 등 실제 인적 사항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사방에 대한 가담도가 높은 자를 특정하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는 시간적 계속성도 인정될 여지가 크고 이에 따라 범죄 수익 환수도 더 폭넓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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