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덤채팅 앱에서의 실제 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 (남성) OO(특정 SNS메신저 이름)되나 / (기자) OO 왜여? / (남성) 야한 생각나서 OO할려고
14일 오후 취재진은 가상의 중3 여학생으로 프로필을 설정한 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랜덤 채팅’에 참여해봤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성 착취 온상이 된 랜덤 채팅앱을 올 하반기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매체’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다. 실상이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프로필을 등록하자마자 성인 남성들로부터 1분당 하나꼴로 메시지가 쏟아졌다.
‘안녕’ 인사부터 ‘만날래’ ‘놀자’ 등 만남을 요구하는 내용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용돈 만남 할래” “OO 구경할래?” 등 성 매수나 성 착취가 의심되는 쪽지도 다수 전달됐다. “가슴 사이즈 어떻게 되냐”는 성희롱도 이어졌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N번방 피해자 중에는 랜덤채팅으로 유인된 여성도 있다. 뉴스1
랜덤 채팅앱 실상 달라지지 않아
불특정 다수와 대화할 수 있는 랜덤 채팅앱의 심각성이 여전하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 착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딴 세상이라는 지적이다. 여가부의 ‘성매매 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의 74.8%가 랜덤 채팅앱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졌다.

성착취 범죄 수사하는 경찰. 연합뉴스
신체 노출 사진 응했다가는...
용돈 마련이나 호기심을 이유로 따랐다가 갖은 협박에 시달려 결국 성 관련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했을 때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신상정보에 대한 유포 협박 외 성매매 강요, 알선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범죄 이미지.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16/e25200bf-28e1-4b58-90e0-8ec2e672ef4e.jpg)
성범죄 이미지. [뉴스1]
경찰, "성적 영상요구 단계부터 처벌"
인권 단체에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촉구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13일 논평을 통해 “발 빠르게 변화하는 사이버상의 성 착취 범죄는 이미 채팅앱에서 다른 플랫폼들로 확산·이동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는 더욱 심화되고 변화하는 기술에 따라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랜덤 채팅앱 청소년 이용 규제가)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 피해에 대해 문제를 인지해 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되길 강력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종=김민욱 기자, 박건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