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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美검사 세계최고? 질적으로 문제 많은 트럼프 허풍

중앙일보 2020.05.16 05:00

'미국이 진단검사에서 전 세계를 이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등장할 때 양옆으로 걸린 플래카드 문구다. 연단 주변에는 미국산 진단 기기, 검사용 키트도 진열됐다. 
 

영상·그래픽으로 따져본 트럼프 발언
'한국보다 많이 검사' 주장의 이면은…

자신만만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능력에 대한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우리는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단검사 능력을 발전시켜왔다. 이번 주에 누적 진단검사 1000만건을 넘어설 것이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우리는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핀란드와 다른 많은 나라들보다 더 많은 인구당 검사 인원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의 진단검사 능력 과시는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에도 "미국에서 코로나 사례 100만건이 보고된 유일한 이유는 진단검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국가별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가별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이날만큼은 작정한 듯 미국 언론, 정치권의 비판에 대한 반론을 이어갔다. 자신의 주장을 '수치'로 보여주기 위해 국가별 누적 검사 건수, 인구당 검사 인원 그래프까지 동원했다. 특히 인구당 검사 인원은 미국의 1개 주보다 한국이 적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South Korea’만 따로 붉은색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절반의 진실 : 검사 건수·환자 수 등 압도적

트럼프의 주장처럼 미국의 진단검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일까. 그가 언급한 통계 수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앙일보가 통계 전문 사이트인 ‘worldometer’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미국의 코로나19 진단 건수는 13일(현지시간) 기준 993만여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두 번째로 많은 러시아(580만5404건)의 1.7배를 넘는다. 누적 확진자 수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두 수치만큼은 미국이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게 맞다.
인구 100만명당 진단검사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인구 100만명당 진단검사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인구 규모를 고려한 수치를 보면 맞다고 보기 어렵다. 인구 100만명당 진단검사 건수에선 미국은 최상위권에 들지 못한다. 집계 결과 세계 1위는 아이슬란드(16만563건)이다. 이어 UAE(15만1662건), 바레인(11만6303건), 몰타(10만1136건) 순으로 인구당 검사건수가 많다. 
 
이렇게 분석하면 미국(3만17건)은 30위권에 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한국(1만3281건)이나 프랑스 등보다 높은 수준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페인(5만2781건)ㆍ이탈리아(4만4221건) 같은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절반의 거짓 : 검사 대비 환자 수 등 '허점'

진단검사 건수 당 확진자 비율도 트럼프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근거다. 미국은 검사받은 7명 중 1명 꼴(14.2%)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을 겪은 프랑스(12.9%)나 영국(11.3%)은 미국보다 낮은 편이다. 
 
일본(7.1%)과 한국(1.6%)은 더 내려간다. 한국에선 100명이 검사받았다면 확진자가 채 2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진단검사 건수 당 확진자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진단검사 건수 당 확진자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진단검사 검수 당 확진자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가 검사에 소극적이거나 대규모로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유럽 국가 상당수가 10% 내외를 보이는 게 단적인 예다. 
 
빠르게 환자가 늘어나는 브라질도 검사자 4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검사가 고위험군 위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면 검사 건수 당 환자 비율은 높아진다. 미국도 여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해 방역 대책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대만ㆍ홍콩 등은 모두 1% 안팎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행 초기 선제적이고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빨리 찾아내면 검사 대비 확진자 비율이 비교적 낮다는 뜻이다.
 
결국 미국은 검사의 ‘양’에선 다른 나라를 압도하지만 ‘질’로 들어가 보면 허점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밋 롬니 상원 의원(유타주)은 검사를 많이 하는 것만큼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대통령은 한국보다 진단검사 횟수, 인구당 진단검사 수가 더 많다고 축하했다. 하지만 우리가 2~3월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한국은 유행 초반부터 진단검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인구 100만명당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인구 3만' 산마리노, 코로나 최대 피해국

한편 국가별 코로나19 통계를 들여다보면 그간 잘 드러나지 않은 수치도 있다. 이탈리아 한가운데에 자리한 인구 3만명의 산마리노는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1만8803명), 사망자 수(1208명) 모두 전 세계를 통틀어 1위다. 관광지로 유명한 이곳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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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만명당 진단검사 건수에선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 대체로 높은 곳에 위치한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국민 100명 중 16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글=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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