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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스타렉스·레이…별 헤는 밤, 별별 ‘차박’ 캠핑 유혹

중앙선데이 2020.05.16 00:21 686호 25면 지면보기

일반 차량도 캠핑카 변신

일반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해 ‘차박’여행을 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일반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해 ‘차박’여행을 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박선국(42)씨는 5년 차 캠핑족이다. 박씨 부부는 두 자녀와 함께 매달 두 차례 이상 주말을 이용해 야외로 나가  캠핑을 즐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에도 캠핑장을 찾을 정도로 가족 모두가 캠핑의 즐거움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야외에서 숙식하는데 웬만큼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캠핑 장비를 챙기고 짐을 싸는 일은 힘들고 번거롭다고 했다. 해가 갈수록 캠핑 장비도 많이 늘어나 10년 된 4인승 SUV 트렁크에 짐을 실을 때마다수백만원하는 트레일러를 살까도 생각을 해 봤다고 한다. “겨울엔 텐트 안에서 사용할 난로와 등유, 두꺼운 겨울용 침낭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차 트렁크가 꽉 찬다”며 “짐을 싸고 풀 때마다 더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캠핑도 ‘언택트’
이젠 차종 상관 없이 개조 가능

전기시설, 침대 등 설치 300만원
호텔식 편의시설 땐 2000만원
경차를 2인승 캠핑카로 튜닝도

박씨는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트레일러를 사는 대신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 캠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월 말부터 법이 바뀌어 일반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며 “상태 좋은 중고 차량을 구매해 캠핑카로 튜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자동차 중고 시장에서 상태 좋은 9인승 카니발을 사 캠핑카 전문 개조 업체에 맡겼다. 침상과 주방시설, 배터리와 인버터(220v 가정용 전기를 쓸 수 있게), 태양광 발전기, 주행 충전기, 캠핑용 맞춤 가구 등을 포함해 개조 비용으로 1500만원 정도를 들여 업체에 의뢰한 상태다.  
 
박씨는 “요즘 스타렉스나 카니발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이용자들이 부쩍 늘어 주문이 많이 밀려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음 달중순쯤 차가 출고된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도 속속 발 빠른 출시
 
스타렉스에서부터 경차 레이까지 다양한 차량 개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렉스에서부터 경차 레이까지 다양한 차량 개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박씨가 차량을 맡긴 경기도 수원의 전문 업체 A사 관계자는 “3월만 해도 캠핑카 개조 의뢰가 한 달에 2~3건 미만이었는데 4월부터 개조 의뢰가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희망하는 출고 날짜에 맞추기 어려운 고객들도 있어 주문을 다 받지는 못할 때도 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차량 튜닝 전문 업체로 유명한 B사 측도 “코로나 사태로 일반 여행 수요는 줄었지만 차박 캠핑을 위한 차량 개조 문의는 많이 늘었다”면서 “많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방식의 가족 여행이 대세가 되면서 캠핑 차량을 이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인 요즘 캠핑 문화도 일명 ‘언택트(untact)’라는 최근의 여행 트렌드를 반영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등록된 캠핑카는 4100여대였던 것이 지난해 2만 4800여 대로 크게 늘었다. 이 중 캠핑카로 튜닝해 정식 등록을 한 차량이 1/3 정도였는데, 올해는 관련 법이 바뀌면서 그 숫자가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개정된 법 시행 직후인 3월 말까지 하루 평균 20대 이상의 차량이 캠핑카로 변신하고 있다”고 했다. 법이 바뀌면서 캠핑카 이용자의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A사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50대 이상이 주 고객층이었다”며 “수 천만원의 비용을 들어가는 캠핑카를 사지 않고 자신의 차를 적은 비용으로 개조할 수 있게 되면서 30~40대 젊은 가장들의 문의가 최근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캠핑카 개조 비용은 편의시설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전기 시설과 침대, 수납 가구 등을 설치하는데 적게는 300만~400만원부터 다양한 호텔식 편의시설을 갖추려면 2000만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경차 레이를 개조한 캠핑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차 레이를 개조한 캠핑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돼 시행된 것은 지난 2월 28일부터다. 이전까지는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만 캠핑카로 개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종류의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캠핑카가 승합자동차로만 분류돼 있었다. 승합자동차가 아닌 승용·화물차 등은 캠핑카로 튜닝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하지만 캠핑카 차종 제한이 폐지되면서 승용·승합·화물·특수차 등 모든 차종을 활용해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9인승 스타렉스나 카니발을 캠핑카로 불법 개조해 이용하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관련 규제가 없어짐에 따라 많이 이들이 중고 시장에서 해당 차종을 구입해 캠핑카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중고찻값도 강세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처럼 실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캠핑카 개조 차종은 카니발이다. 지난해 관련법 개정 후 시행을 앞두고 국내 한 직영 중고차 기업 K사가 성인남녀 2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캠핑카로 튜닝하고 싶은 차’로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이 1위(36%)에 꼽혔다. 2위는 현대자동차의  ‘그랜드 스타렉스’, 3위는 르노의 상용 밴 ‘마스터’가 차지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캠핑카 제작업체 작업장 전경. [뉴스1]

경기도 광주의 한 캠핑카 제작업체 작업장 전경. [뉴스1]

자동차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차량의 보디를 이용하고 내부 인테리어를 확 바꾼 캠핑카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다소 좁은 공간으로 인한 발생하는 기존 캠핑카의 불편함 등을 해소하기 위해 포터를 개조한 캠핑카 개발을 완료해 양산에 들어갔다. 가격은 5000만원~7000만원 대로 고가지만 연간 350대 이상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자격 튜닝업체 탓 피해 사례도
 
캠핑카. [중앙포토]

캠핑카. [중앙포토]

반면 ‘미니멀’ 차박 캠핑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초소형 캠핑카도 나왔다. 한 국내 유명 캠핑카 수입업체는 지난 4월 초 기아차의 경차 ‘레이’를 개조해 2인승 전용 캠핑카를 ‘로디’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경차도 캠핑카로 튜닝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직후 이를 반영한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2열 시트를 없애는 대신 내부 공간을 확보해 수납장과 싱크대, TV, 테이블 등을 설치했다. 테이블과 TV는 상황에 따라 접을 수도 있다. 220V 전기와 USB 전용 포트도 설치돼 있다.
 
캠핑카 개조가 큰 유행을 타면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차량 개조를 의뢰했다가 큰 피해를 본 한 소비자의 사연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1주일 만에1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부속기사 참조)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자동차 튜닝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무자격 업체로 인한 피해 사례도 종종 보고된다”고 말했다.
 
비 새고 전기장치 먹통…일부 튜닝 업체 먹튀 주의보
캠핑카 개조와 관련한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일부 차량 튜닝 업체들의 먹튀성 사업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캠핑 여행을 꿈꾸던 A씨 부부는 지난 2월 말 포터2 중고차를 구입해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캠핑카 제작 업체에 맡겼다. 배터리, 인버터, 태양광 패널, 냉장고, 화장실, TV, 무시동 히터, 바닥난방, 에어컨, 어닝 등을 설치하기로 견적을 내고 1900만원에 계약했다.
 
업체 측은 “3월 9일부터 작업에 착수해 3주면 제작이 완료된다”고 약속했다. 계약금 500만원과 중도금 900만원까지 건넸지만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약속 날짜를 어긴 업체 측은 “4월 10일까지는 반드시 제작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3일 뒤인 4월 13일 업체를 방문했지만 공장은 텅 비었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였다. 부랴부랴 업체에 연락해 이전한 곳으로 달려갔지만 여전히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일하던 직원들이 갑자기 그만둬 일용직 일꾼을 불러 겨우 작업해 왔다는 변명만 돌아왔다.
 
A씨는 업체 측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피해를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증을 요구해 받아내고 하루를 더 기다려 차량을 인수했다. 하지만 마감 불량, 일부 계약 항목 누락, 전기장치 불량 등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A씨가 인수를 거부하고 환불을 요구하자 업체 측은 “A/S는 몰라도 환불은 절대 못 한다”고 막무가내식 태도를 보였다. 나중에는 A씨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받지 않고, 업체 블로그 이름을 바꾸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A씨는 피해 내용을 자세히 기록한 동영상을 만들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한편 앞서 작성한 공증 문서를 근거로 법적 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동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회를 웃돌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A씨는 자신 외에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사기성 행각과 부도덕성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업체 사장은 “동영상을 내려달라”고 사정했다. 비난 여론이 일고, A씨가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사장은 뒤늦게야 A씨에게 사과하고 환불을 약속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캠핑카 관련 페이지를 운영하는 한 파워 블로거는 “지난 2월 말 규제가 확 풀린 후 캠핑 차량을 인수한 지 한 달도 안 돼 창문에서 비가 샌다거나 전기 장치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회원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검증되지 않은 차량 튜닝 업체가 적지 않은 만큼 공신력이 있는 업체인지 충분히 알아보고 계약해야 한다”고 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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