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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든 펭수, 의료진 ‘덕분에’…그들의 도전은 응원이다

중앙선데이 2020.05.16 00:20 686호 12면 지면보기

‘집콕 챌린지’ 열풍 

김은정(37)씨는 최근 6살 딸아이와 함께 집에서 노는 모습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종이로 나비 만들기, 계란판에 물감 칠하기 등 각종 놀이를 소개하면서 ‘#아무놀이챌린지 #슬기로운집콕생활 #코로나일상’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와 같이 하는 놀이도 다양해졌다. 김씨는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놀이를 찍어서 올리면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아무놀이 챌린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극복에 한마음 한뜻
깨끗한 손으로 레몬 먹기 등 동참
BTS 뷔가 따라한 춤 영상 폭풍 클릭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각종 ‘챌린지(challenge·도전)’가 쏟아지고 있다. 일종의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와 똑같은 과제를 이어갈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자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 운동으로, 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의 한 종류로 다양한 챌린지가 등장하고 있다. 2014년 미국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얼음물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기부금을 내는 캠페인)’가 시초다.
  
그래픽=이은영 lee.eunyoung4@joins.com

그래픽=이은영 lee.eunyoung4@joins.com

#가장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건 ‘덕분에 챌린지’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애쓰고 있는 의료진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을 인증샷으로 남기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주도한 사회적 캠페인 성격의 이 챌린지에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여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15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덕분에’ ‘#덕분에 챌린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33만 개가 넘는다.
 
‘부케 챌린지’, ‘플라워버킷 챌린지’도 공익적 목적의 캠페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화훼 농가를 돕자는 취지에서 꽃다발·꽃바구니를 들고 사진을 남긴다. ‘레몬 챌린지’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면역력을 높이자는 뜻에서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레몬을 먹는 게 도전 과제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아 ‘집콕·방콕·방구석·아무놀이’ 등 다양한 이름을 붙인 챌린지도 나왔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TV 속 춤을 따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집콕챌린지’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은 1400만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집콕 챌린지와 같은 의미의 ‘stay at home(스테이 앳 홈)’ 챌린지가 유행이다. 세계 스포츠 스타들이 집에서 각종 묘기를 부리는 모습을 공유하며 ‘#stayathome’이라고 적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했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런 챌린지들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의사를 표현하거나 참여를 통해 의견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은 사람들에게 늘 있었다”면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플래시몹 같은 방식이 온라인으로 들어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는 세력의 크기가 한눈에 보이지만, 온라인에서는 결집을 드러내기 위한 ‘증거’로 인증샷과 같이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남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챌린지가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젊은 세대들이 사회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지만, 주어진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도전들을 즐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동의 아젠다를 공유하는 개념으로 이뤄졌던 과거의 캠페인과 달리, ‘저 사람 못지않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게임의 성격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등장하는 챌린지들은 무궁무진한 형태로 응용되고 있다. 반드시 공익성을 띨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서 지목받거나 누구를 지목할 필요도 없다. ‘병뚜껑 챌린지’는 특별한 의미 없이 어려운 동작을 성공시키는 데서 재미를 찾는다. 병의 뚜껑을 미리 살짝 열어놓은 뒤 돌려차기를 해 뚜껑만 날아가도록 하는 챌린지다.
  
#올해 초 큰 인기를 끌었던 ‘아무노래 챌린지’의 경우 가수 지코의 신곡 ‘아무노래’에 맞춰 안무를 따라 하는 놀이로 확산됐다. 15초~1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플랫폼 ‘틱톡’에서 ‘#아무노래’ ‘#아무노래챌린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4억 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소위 ‘짤’이라고 부르는 짤막한 이미지가 강력한 자기복제성을 보이며 확산되는 인터넷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아무노래 챌린지를 해봤다는 이지영(39)씨는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니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유행이니까 한번 따라 해봤다”면서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주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팔로워를 모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챌린지 홍수’에 피로함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주호(40·가명)씨는 “당초 챌린지가 시작된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 같다”며 “모든 챌린지가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챌린지가 나와서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최재용 세종사이버대 유튜버학과 교수는 “‘챌린지에 동참해 달라’고 하거나 ‘챌린지에 도전했다’고 하면 좋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일단은 눌러보게 되는데 일부 유튜버들은 위험한 행동이나 선정적인 내용에 ‘챌린지’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면서 “이런 자극적인 챌린지 영상은 주로 단기적으로 조회 수를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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