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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조각하기…평면을 모아 입체를 만들다

중앙선데이 2020.05.16 00:20 686호 19면 지면보기
작품 앞에 선 이규철 작가.

작품 앞에 선 이규철 작가.

홍익대에서 조각을 공부하던 대학생 이규철(1948~1994)이 문득 붙든 화두는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궁리를 거듭한 끝에 그가 얻은 깨달음은 ‘공간은 구형(球形)의 상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사람이 공간을 지각할 때 눈의 동공이 구형상 공간의 중심점이 된다’는 것. 이같은 지론을 바탕으로 그는 평면인 사진을 모아 입체인 구 혹은 반구 스타일로 만들어냈다. 1988년 관훈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공간과 시지각’을 열고 “사진에 대한 일반적 접근을 바꾸는 놀라운 시각적 충격”(사진작가 배병우)을 주며 혜성같이 나타났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6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갤러리 룩스 ‘이규철전’ 30일까지
6년간의 흔적인 유족·지인 소장품
친구와 제자들 힘 합쳐 전시 개최

‘공간과 시지각 1990-3’(1990), 12 x 36 x 6cm (양화선 소장)

‘공간과 시지각 1990-3’(1990), 12 x 36 x 6cm (양화선 소장)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혼과 재주를 아까워하던 친구와 제자, 유족들이 각자 소중히 간직하던 작품을 처음으로 한데 모아놓은 자리다. 배병우는 촬영으로, 디자이너 안상수는 도록 제작으로, 평론가 박영택은 글로 각각 힘을 보탰다. “사진 이미지를 조각의 피부로 대체하고, 납작한 표면이 사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평론가 박영택) 그의 작품들은 3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새롭다. 작품 제작을 위해 직접 제작한 세발 받침대나 정교한 수학적 계산도 작가의 치밀함을 느끼게 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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