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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정대협 합치고도 지원금 따로 받아 ‘무늬만 통합’

중앙선데이 2020.05.16 00:02 686호 8면 지면보기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비옷이 입혀져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비옷이 입혀져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의 조직과 사업을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1일 첫 이사회를 열어 조직의 명칭을 ‘정의연’으로 하고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를 신임이사장을 선출했다.〉
 

2018년 7월 16일 ‘통합 운영’ 천명 후
정부·지자체서 12억, 1억씩 받아

정의연 홈피엔 “정대협과 통합했다”
논란 일자 “정대협 법적 해산 안 돼”

“통합 법인 그냥 둔건 비정상” 지적
정의연 “전문기관 통해 회계 검증”

위 내용은 정의연이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의 통합을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2018년 7월 16일 자로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다. 정의연은 자료에서 “정대협의 28년간 활동 성과와 정의기억재단의 설립목적 등을 계승해 전시 성폭력 피해자 인권과 명예 회복을 앞당기는 활동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협은 1990년 37개 여성단체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발족한 단체다. 정의기억재단은 2015 한일합의 무효화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2016년 설립됐다. 하지만 두 단체를 통합한다는 발표와 다르게 정의연과 정대협은 각각 사업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의연과 정대협은 각각 지난 1월 23일, 1월 28일 서울시 성평등기금을 신청했다. 성평등기금은 양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해 여성단체·시민단체 등에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다. 신청자는 두 단체 모두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었다. 신청서의 주소는 서로 달랐다. 정의연은 현재 정의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무실 주소를, 정대협은 이 단체가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 주소를 기재했다. 두 주소 모두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1길에 있다. 심사결과 성평등기금 3000만원은 정대협에만 지급됐다.
 
정의연과 정대협이 이 외에도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각각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의연과 정대협은 서울시·여성가족부·교육부 등에서 통합 이후인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각각 12억3200만원, 1억37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의 보유 자산에 관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자산은 없고 22억8000만원의 금융자산만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은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을 소유하고 있다.
 
정의연은 두 단체 통합과 운영에 관해 논란이 일자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입장을 올렸다. ‘2018년 7월 11일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해 출범했다. 하지만 정대협의 법적 해산 등에 대한 행정 조치가 지체돼, 2019년 정대협 부설기관인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의 운영법인 설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직 법적으로 남아있는 정대협을 박물관 운영법인으로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정의연은 "2020년 4월 주무관청인 외교부로부터 박물관 운영 법인으로 정대협의 정관 변경을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내용과 사업을 모두 합쳤는데 아직 법적, 행정적 절차를 완수하지 못했다”며 "그 부분은 조금 복잡하고 길어서 나중에 박물관(을) 법인화했고, 아직 (정대협) 법인체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의연 홈페이지에는 "1990년 37개 여성단체의 결의로 발족한 정대협은 2016년 설립된 정의기억재단과 2018년 7월 11일 통합해 현재는 정의기억연대가 되었습니다”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정의연은 정대협이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 운영을 위한 법인이며 박물관이 정대협 부설기관이라고 했지만, 정의연의 정관을 보면 사업 항목에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 운영이 포함돼 있고 부설기관으로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이 올라 있다. 정의연 사무실 외관에는 정의연과 정대협의 명패가 함께 붙어 있다. 정대협의 국세청 홈택스 서류상 소재지는 이곳이 아닌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 주소지다. 두 단체는 돈을 서로 주고받았다. 두 단체의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9년 7월 국제협력 목적으로 정의연에 3200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11월 정의연은 박물관사업과 그 외 목적으로 정대협 소유의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과 그 외 지급처에 6130여만원을 지출했다.
 
정의연의 이런 조직 운영에 관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대외적으로 통합했다고 선언해놓고 절차 때문에 법인을 그냥 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 구분도 안 되고, 서로 돈을 주고받으면서 별개 법인을 사실상 하나의 법인처럼 운영한 것 같다는 시각도 있다. 박물관 운영 법인인 정대협이 있는데 왜 정의연에서 또 박물관에 돈을 지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법인 통합 건에 관해 정의연 측에 전화와 문자로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기부금 부실 회계 처리 의혹과 관련 정의연은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전문 회계 기관을 통해 회계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최은경·윤상언·이가람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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