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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스승의 은혜 하늘 같았다, 서울대 교수 "제자 위해 1억"

중앙일보 2020.05.15 15:52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정문.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정문. 연합뉴스

스승의 날에 서울대 교수들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교수들이 약 1억 2700만원을 모아 지난달 학교에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생계가 어려운 학생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신종 코로나가 퍼지며 대학생들이 돈을 모아 사회단체나 학교에 기부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교수들이 장학금을 마련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펼친 건 이례적이다.
 
이번 기부는 여러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조철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교수협의회 회장)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3월 초부터 한두명이 아닌 여러 교수가 ‘코로나 19로 사정이 어려워진 학생을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교협 회장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사실 돈을 모으는 것이다 보니 처음엔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조심스러웠다”면서도 “요즘 취직이 어렵고, 아르바이트까지 잘리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모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협 회장단은 코로나 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던 3월 23일부터 4월 6일까지 모금을 했다. 2주간 모금에 참여한 교수는 466명. 총 1억 2700만원을 모았다. 조 교수는 “모은 돈은 전부 서울대 학생처에 위탁했다. 생계가 곤란한 학부생 및 대학원생에게 장학금 형식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금에 참여한 교수 중 누구 하나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기회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며 “교수들도 넉넉한 상황이 아니고 온라인 개강으로 피로도가 쌓였는데 생각보다 뜨겁게 호응해줘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19로 애쓰는 의료진을 위해 교협 운영비 중 일부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음압 병동에도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교수와 학생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학생들에게 애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교수와 제자 서로가 힘이 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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