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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뒤 부술 모델하우스, 왜 지어요?" 실감형 부동산 콘텐츠 '집뷰', 코로나 맞아 퀀텀 점프

중앙일보 2020.05.15 12:33
 

"집을 구하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충분히 볼 수가 없더라고요. 보는 시간도 정해져 있고, 자세히 보거나 물어보면 눈치를 주는 거예요. 1만원 짜리 물건을 살 때도 다양한 정보를 보고 사는데, 이건 수 억원이 거래되는 거잖아요." 

 
테크를 기반으로 부동산 유통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올림플래닛의 권재현 대표. [사진 올림플래닛]

테크를 기반으로 부동산 유통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올림플래닛의 권재현 대표. [사진 올림플래닛]

 
온·오프 통합 부동산 세일즈 플랫폼 집뷰(zipview)를 운영하는 올림플래닛 권재현 대표는 이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고 싶었다. 충분히 보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활황 중이었던 플랜트 3D 설계기술에서 힌트를 얻어 2015년 국내 최초 가상현실기술에 기반을 둔 실감형(AR,VR) 부동산 콘텐츠 솔루션을 만들었다. 평면도, 입면, 자재정보를 넣으면 실사 수준의 공간을 가상현실로 구현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공인중개사가 솔루션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에 제공해야 하는데, 시장이 열악했다. "전국 11만개 공인중개업소가 연평균 체결하는 부동산 거래는 한 곳당 겨우 9건이더라구요. 그러니 솔루션을 도입할 여력도 없을 거라고 봤죠."
 
권 대표는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제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실감형 콘텐츠(AR, VR)가 먼저 분양하고 시공하는 국내 분양시장과 잘 맞는다는 생각에서다. “분양은 없는 부동산 상품을 파는 시장이죠. 그래서, 조감도, 투시 컷, CG 산업이 존재하죠. 저희는 이런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이라고 접근했어요,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죠.”  
 
예상은 적중했다. 대림건설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건설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특별한 영업활동 없이도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용역 회사로 머물면 부동산 유통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서비스를 만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기존사업 방식을 과감하게 접고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분양정보를 시각화해 공급하는 집뷰 서비스. [사진 올림플래닛]

다양한 분양정보를 시각화해 공급하는 집뷰 서비스. [사진 올림플래닛]

집뷰는 평면도, 입면, 자재정보를 넣으면 실사 수준의 공간을 가상현실로 구현해준다. [사진 올림플래닛]

집뷰는 평면도, 입면, 자재정보를 넣으면 실사 수준의 공간을 가상현실로 구현해준다. [사진 올림플래닛]

 
이렇게 탄생한 집뷰는 실감형 콘텐츠 구축 서비스와 구축된 콘텐츠를 배포하는 유통 서비스가 결합한 부동산 세일즈 플랫폼이다. 플랫폼에 건물의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실감형 콘텐츠(AR, VR)로 제작해 분양이 이뤄지는 웹, 앱, 키오스크 등에 콘텐츠를 배포한다. 여기에 얼마 전 인력을 매칭해주는 집뷰 RA(Realty Advisor) 서비스를 더 했다. 집뷰 RA는 전문화된  관리 시스템,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한 공간 세일즈 전문 어드바이저를 원하는 인원과 기간에 맞게 분양 사업지에 매칭하는 솔루션이다.  
 
6년 차에 접어든 올림플래닛은 지난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다. 실감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분양 상담 솔루션 등 사업의 지평도 넓히고 있다. 다음 행보는 뭘까. 부동산 시장을 IT 기술로 개척하는 스타트업 밸류맵, 직방, 아파트멘터리 등의 비전과 전략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폴인스터디 : 테크는 부동산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나〉에 연사로 참여하는 올림플래닛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비대면 이슈가 커졌어요. 집뷰를 운영하는 올림플래닛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창업 당시 주장했던 비전이 이제야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때, 기이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모델하우스였어요. 분양하는 한 두 달 건물을 짓고 부시기를 반복하는 것이죠. 또 공간도 특정 타입 1, 2개만 볼 수 있고, 그 역시 제대로 보기 힘들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급자에게는 모델하우스를 대처해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에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런데 막상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네가 뭔데 모델하우스를 지으라 말라 하느냐'며 정색하더라고요. 모델하우스를 통한 대면 영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절대적이었죠. 그런데, 코로나 19 이후, 사고에 전환이 생긴 것 같아요. 대면 서비스 자체가 어려우니 비대면을 고민하게 되고 그러면서 새로운 방법들을 타진해보는 것이죠. 저희에게는 퀀텀 점프를 할 기회를 잡은 거고요.  
 
실제 매출도 변화가 있나요.  
2015년 창업 당시 매출이 4억원이었어요. 16년에는 누적 매출로 12억, 본격적인 집뷰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는 48억원으로 껑충 뛰었죠. 작년에는 60억을 했고, 올해는 1분기 매출액이 30억원을 넘었어요. 저희 서비스가 대형 건설사 중심의 아파트나 주상복합에서만 주로 사용되었는데 최근 상가· 호텔·지식산업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문의가 오고 있어요.  
 
IT 기술이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죠. 하지만, 테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비대면 상담 솔루션을 런칭 중이지만, 결국,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죠. 제가 분양시장을 알아보기 위해 분양사무소에서 잠시 일했는데, 일을 오래 해도 전문가가 되기 힘든 구조더라고요. 분양팀은 일종의 프리랜서 집단이에요. 일거리가 생기면 모여서 일하고 끝나면 흩어지는 구조죠.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워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낮고, 오래 일해도 전문가라고 말하기도 어렵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결국 상품을 파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이 공간 세일즈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체계적인 시스템과 안정적인 고용형태가 중요했고, 공간 세일즈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 시스템을 만들고 이들을 회사가 직접고용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생각해 집뷰 RA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어요.  
 
분양을 위한 토탈 서비스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실감형 콘텐츠 패키지와 배포 솔루션, 공간 세일즈 전문인력까지 공급하는 토탈 서비스죠. 저희는 이걸 생태계로 보고 있어요. 공급과 수요 사이, 이를 연결하는 사업이 바로 유통이죠. 이 유통 방식을 체계화하고 전문화해 부동산 거래 문화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이런 체계를 갖춘 집뷰 체험형 상담 오프라인 쇼룸을 각지에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보고 있는 다음 시장이 있나요.
분양은 부동산의 출발이에요. 새 건물의 실감형 콘텐츠는 건물이 재건축 될 때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어요. 분양이 끝나면, 인테리어 시장, 중고 부동산 거래, 건물 관리 및 운영 등에 활용될 수 있죠. 이 골목에서 저희가 기술로 데이터를 잘 만들어놓으면 이후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다고 생각돼요. 그래서 지금은 분양시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올림플래닛 '집뷰'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폴인스터디: 테크는 부동산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나〉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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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옥 황정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