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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만 쓰고 잠적한 성매매 강요 피해자…法, "피해 인정 가능"

중앙일보 2020.05.15 12:00
[연합뉴스]

[연합뉴스]

불법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외국인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여성이 이를 거부하자 폭행한 남성 A(26)씨가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불법체류자였던 여성 B씨는 피해 신고 당일에 경찰 조사를 받고 이후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고 잠적했다. A씨 측은 “여성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지 않았으니 경찰 조사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성매매 요구 거절하자 폭행

2019년 3월 어느 날 새벽, 경찰이 경북의 한 마사지업소로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이 잠긴 출입문을 뜯고 보니 B씨가 겁에 질린 모습으로 울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체포했다.  
 
B씨는 그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B씨가 설명한 그 날 밤의 상황은 이랬다. A씨가 B씨에게 손님과의 성매매를 요구했고 B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가 B씨를 마구 때렸다고 한다. 폭행 뒤 A씨는 다시 성매매를 강요했지만 B씨가 이를 또 거부했고 그 사이 손님이 환불을 요구해 성매매는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B씨는 지인을 통해 경찰 신고를 요청했고, 다음날 새벽 경찰이 안마시술소로 오게 된 것이다. A씨는 성매매 강요와 알선, 상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B씨 조서 증거능력 없어”

재판에서 A씨는 성매매 강요와 알선, 폭행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A씨는 "B씨가 경찰 조사만 받고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으니, B씨의 진술 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 조서의 원래 진술자가 재판 때 법정에서 같은 진술을 할 수 있어야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진술했을 때는 피고인이 이를 반박할 기회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래의 진술자가 사망이나 질병, 외국 거주, 소재 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는 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쓸 수 있다. 이때도 조서 작성 당시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증명돼야 한다.  
 

피해 여성 법정 증언 없어도 “성매매 강요 인정”

1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B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폭행한 점을 모두 인정해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B씨가 성매매를 거부했으므로 ‘강요’는 인정하지만 ‘알선’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B씨의 진술이‘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따졌다. 잠적해버린 B씨는 불법체류자로 강제추방이 될 수도 있는 상태에서 지인을 통해 감금 및 폭행 사실을 알려 신고를 부탁했다. A씨 체포 당시에도 B씨는 겁에 질린 채 울고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당시 통역을 맡은 C씨는 외국어 대화에 능통해 해당 지역 외국인들과 교류가 있었지만 A씨나 B씨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지는 않았다. 항소심 역시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은 “A씨가 B씨에게 폭행을 가하며 성매매를 강요하고, 상해를 입힌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이를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ejog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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