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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세연 “현재 이해관계보다 태어날 세대 위한 입법활동 해야”

중앙일보 2020.05.15 05:00 종합 14면 지면보기
부산 금정에서 내리 3선을 한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그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미래통합당에도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내부 총질’이란 반발도 거세다. 하지만 그는 “분란을 일으킨다는 말을 들을까 봐 의원 생활을 하는 동안 아닌 것을 보고도 침묵하고 지나간 순간들이 많았다”며 “그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 때문에 임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내부에서라도 비판적 의견을 계속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국회미래연구원 공동기획]
'폭력으로 물든 국회' 악몽 되살아나
숫자 부풀리기 중독, 면피 법안 쏟아내

선거법 처리, 정부·여당 독재적 면모
드러났지만 무능한 야당은 견제 못해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로 12년만에 국회를 떠난다. [인터뷰 영상 캡처]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로 12년만에 국회를 떠난다. [인터뷰 영상 캡처]

 
김 의원과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찾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위원장실에 놓인 커다란 소파를 두고 “여기 이렇게 불필요하게 비싸고 큰 소파를 두는 게 싫은데, 잠시 거쳐 가는 위원장이 또 바꾸자고 말하는 것도 좀 그래서 그냥 두고 있다”며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권위주의적인 환경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국회와 정당에 내재된 권위주의적인 속성,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행해온 잘못 등을 반성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선 여야의 대립이 극심했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일까.
슈퍼 여당이 탄생했다. 여당이 그 힘만 믿고 밀어붙인다면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키는 여당이 쥐고 있다. 여당이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극한투쟁의 반복ㆍ악화냐 아니면 조금 더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국회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18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폭력 국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7년 정도 동안 폭력이 조금 잦아들었다. 19대 이후 국회를 지켜본 사람들은 국회의사당에서 군사작전이 이뤄지고, 의원들이 병력으로 동원되고, 국회가 폭력으로 물드는 이런 모습들을 신기한 일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또 한 번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극한 대립 속에서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비례위성정당으로 무력화됐다.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일방처리한다는 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국회 운영 정신을 위배한 사상 초유의 사례다. 편법과 꼼수로 사실상 개악된 선거법이 무력화된 것은 어찌 보면 인과응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로 정치는 더 희화화되고 제도는 더 망가졌다. 국가적 불행이다. 선거법을 감히 이렇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내재된 성향이 전체주의적이고 독재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도 워낙 형편없었던 탓에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의 이런 썩은 뿌리로는 더는 생존이 어렵고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도 없다. 통합당을 해체하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발의한 법안 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일을 열심히 했다고 보나.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 시기를 거치며 양적 팽창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발의해야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심하게 표현하면 미친 듯이 법안을 발의해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내용을 보면 아주 단편적인 것이 많다. 면피를 위해 양을 채우는 거다. 이는 자칫 행정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상이라고 볼 순 없다. 숫자 채우기나 부풀리기에 중독됐다. 법안 하나에 몇달이 걸리더라도, 정말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근본적인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더 값질 수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은 잘했다고 보나.
아직 봉건적 질서에 사로잡혀 있다. 대통령이 아니라 선출된 왕을 보듯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여전히 심하다. 여당은 당 대표를 통해 대통령의 의지를 당에 투영시키고, 원활한 국정 운영을 내세워 내부의 다른 의견들을 억압ㆍ통제하는 구조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의 여당도 같았다. 무능한 야당은 제대로 역할을 못 했다. 대통령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극단적 세력 대신, 합리적이며 상식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는 시민층이 두꺼워져야 한다. 그래서 극단주의 세력을 밀어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은 주로 단식ㆍ삭발ㆍ장외투쟁과 같은 강경책을 펼쳤다.
깊은 고민이나 성찰, 혹은 창의적인 해법이나 노련한 협상력 같은 것이 없다 보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기본적으로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게 했던 것 같다. 통합당은 다시 시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당을 해체할 수 있는 의지나 역량도 없는 상태다. 이대로 그냥 두면 서서히 소멸해 갈 것이다. 야당이 그렇게 되면 나라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다.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로 12년만에 국회를 떠난다. [인터뷰 영상 캡처]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로 12년만에 국회를 떠난다. [인터뷰 영상 캡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21대 국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따져 어느 한쪽에 설 것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해 어떤 입법적인 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관점으로 의정활동에 임해주시면 좋겠다. 야당은 싸워야 하고, 싸우는 게 야당이란 명제에 동의한다. 하지만 힘이나 물리력, 고성이나 극단적 행동을 무기 삼아 싸우는 건 국회의원의 역할이 아니다. 논리와 명분, 그리고 국민의 생각을 읽고 정책으로 만들어 싸워야 한다. 여당은 진정한 협치를 하겠다는 열린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4년 뒤 의석수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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