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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니, 출석체크 하렴" 온라인 스승의 날, 대답없는 카톡

중앙일보 2020.05.15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장진영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장진영 기자

“학생이 온라인 출석체크를 안 했길래 걱정돼 전화를 한번 했더니, 매일 모닝콜을 해주는 걸로 착각하더라고요.”

서울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A씨(31)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온라인 개학이 지속되면서 교사들도 말 못할 고충을 겪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을 해서 남들은 ‘교사들이 쉬면서 돈 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24시간 내내 근무에 시달리고 특이한 민원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모닝콜도 선생님 몫…24시간 ‘연락 지옥’

교사들은 매일 온라인 출석체크를 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 후 확인메시지를 보낸다. 교사 A씨 제공

교사들은 매일 온라인 출석체크를 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 후 확인메시지를 보낸다. 교사 A씨 제공

온라인 개학을 한 후 교사들은 24시간 내내 학생·학부모와 연락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A교사는 “아침에 출석체크를 안한 학생을 깨우려고 전화를 하는 건 기본이고, 과제를 안 한 학생들에게 전화·문자를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렇게 연락을 많이 하니까 무료 통화시간·문자도 소진해 추가 요금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하는 이모씨는 “학생들과 얼굴을 보고 유대관계를 쌓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답장하지 않거나 전화를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한다”며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도 든다”고 했다.
 
교사들은 매일 온라인 출석체크를 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 후 확인메시지를 보낸다. 교사 A씨 제공

교사들은 매일 온라인 출석체크를 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 후 확인메시지를 보낸다. 교사 A씨 제공

근무시간 외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잦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B씨(29)는 “선생님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지만, 새벽 혹은 밤늦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과 관련된 문제라면 당연히 전화를 받아야 하지만 ‘애들 돌보느라 미치겠으니 빨리 정상 개학하면 좋겠다’고 걱정거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밤 9시에 술에 취해 전화를 하는 학부모도 있어 ‘연락 지옥’에 갇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김모(30)씨는“예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학부모들 때문에 ‘업무용 폰’을 따로 쓰는 교사들 많았다”면서도 “온라인 개학으로 학부모나 학생들도 고충이 많은 만큼 업무시간이 지났다고 연락을 안 받기도 애매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연락오는 걸 대응하고 주말까지도 영상 수업을 준비하느라 없다”고 덧붙였다. 
 

“얼굴 궁금하니 영상통화 하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북 전주시 영생고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차례 연기된 개학으로 인해 텅 빈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 녹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북 전주시 영생고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차례 연기된 개학으로 인해 텅 빈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 녹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교사의 얼굴이 궁금하다며 영상통화나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지역 초등교사 C씨는 “한 학부모가 ‘우리 애가 선생님 얼굴 궁금해한다’며 밤 9시에 페이스톡(영상통화)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집에서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있는데 갑자기 영상통화를 하자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지역 D교사도 “‘아이가 궁금해한다. 선생님 얼굴 좀 보자’며 사진 보낼 것을 요구한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D교사는 “공공연하게 학부모나 학생들 단체채팅방에서 선생님 ‘얼평(얼굴 평가)’이 이뤄지고, 최근 교사 얼굴이 합성돼 n번방같은 텔레그램 방에 공유도니 사건도 있어서 메신저 프로필에도 얼굴 나온 사진은 걸어두지 않는 추세”라며 “맘 카페에도 교사 얼굴 평이 올라오곤 하는데 내가 보낸 사진이 어디 돌아다닐지 어떻게 아냐”고 말했다.
한 온라인 클래스의 모습. 교사 B씨 제공

한 온라인 클래스의 모습. 교사 B씨 제공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온라인 개학을 하기 전 교사들 사이에선 화상화면에 뜬 교사 얼굴을 캡쳐해 '딥페이크(deep fake)'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터넷 느리다’ 짜증도 교사에게”

온라인 클래스의 서버 접속이 안될때 교사들에게는 민원이 쏟아진다. 교사 B씨 제공

온라인 클래스의 서버 접속이 안될때 교사들에게는 민원이 쏟아진다. 교사 B씨 제공

온라인 강의 특성상 교사가 해결할 수 없는 민원도 발생한다. ‘온라인 클래스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인터넷 접속이 왜 이렇게 느리냐’는 내용이다. 7년 차 교사 최모(33)씨는 “이미 온라인 클래스 접속하는 방법을 수차례 공지했는데도 ‘어떻게 들어가는 거냐’며 전화가 오기도 하고 ‘인터넷 접속이 느리다’며 대뜸 전화해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온라인 수업에 접속할 기기가 없으면 교육청에서 지원해줄 수 있지만, 인터넷이 느린 건 교사인 내가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23년 차 교사 심모씨는 “나 역시도 온라인 환경이 낯설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답답해하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코로나19사태가 길어져 모두 예민해진 만큼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조금씩 서로를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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