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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홍영표 "코로나 시대, 진보 겁나는 상황 온다···친문 사라질것"

중앙일보 2020.05.15 00:54 종합 25면 지면보기

당권 향해 움직이는 친문 핵심 홍영표

4선이 되는 ‘친문 핵심’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원래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없었다. 2012년 5월 어느 날, 문 대통령이 그런 그를 찾아간다. 홍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이었다. 당시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둔 문 대통령은 홍 의원을 만나 “담쟁이 캠프(문재인 캠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홍 의원은 “‘별 인연도 없는 나를 왜 찾지’ 싶었지만 내심 반가웠다”고 한다. 그 뒤 대선 캠프 상황실장을 맡으며 친문의 길로 들어선다. 특히 19대 국회 때 원내에서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이른바 ‘원조 5인방’이 있었는데 그 멤버가 홍영표와 노영민·전해철·박남춘·우윤근이었다. 대선 패배 후 정치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터라 문 대통령과 이들 사이엔 전우애 같은 게 있다고 한다.
 

재정 역할 더욱 강조해야 하지만
퍼주기만 하다간 낭패 볼 수도
거대 여당의 자만과 독선은 큰 독
계파 분화 불가피 친문 사라질 것

그가 석 달 후로 다가온 당 대표 선출에 나서려 한다. 출마 선언은 아직 안 했다. 대외적으론 “고심 중”이라고 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았고 이낙연 전 총리의 출마 여부 등 변수가 없지는 않아서다. 홍 의원 외에 송영길·우원식 의원이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고, 영남에서 낙선한 김부겸·김영춘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홍 의원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친문 핵심으로서 177석 거대 여당에 대한 기대와 걱정 그리고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한 것들을 물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그는 당 원내대표(2018~19년)를 지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2일 인터뷰에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합의를 만들려면 국회의 역할이 큰 데(이 과정에서 여당의) 자만과 독선은 최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2일 인터뷰에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합의를 만들려면 국회의 역할이 큰 데(이 과정에서 여당의) 자만과 독선은 최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총선에서 슈퍼 여당이 됐다.
“나도 놀랐다. 160석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당내 일부 예상은 있었다. 그걸 뛰어넘은 177석은 두렵기도 하다. 책임감이 몇 배로 커진 거다. 이젠 모든 책임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 여당이 경계해야 할 것은.
“치열하게 토론하며 노선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두 과제가 모순되고 충돌하는 거 같지만 이게 조화롭게 이뤄져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또 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해 자연스레 세력화하고 경쟁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와 같은 정파 간의 권력 다툼으로 나가는 걸 막아야 한다. 독선적인 국회 운영도 안 된다.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합의를 만들려면 정치권, 국회의 역할이 큰 데 자만과 독선은 최대 독이 될 수 있다.”
 
여당 내의 야당이 생길 가능성은 없나.
“180석 가까운 의석이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지 않나. 대선은 주자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조직적인 흐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걸 하지 말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당이 그걸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거대 여당이 하나의 단일 세력으로 누군가가 좌지우지하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
 
당이 친문 일색이란 지적이 있다.
“앞으로 친문, 비문 얘기는 할 수 없을 거다. 친문 내에서 많은 분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보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룹의 출현이 당연히 예상되고, 대선 경쟁 과정에서 친문이 분화할 가능성도 있다.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친문은 사라질 거다.”
 
원내대표 선배로서 김태년 체제에 대해 충고를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어 그게 큰 강점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시기에 당·정·청 간 대화나 소통도 중요하지만, 당이 주도해 갈 수 있는 그런 역량을 더 강화했으면 한다.”
 
어쩌다 친문 핵심 소리를 듣게 됐나.
“처음에 난 핵심 친문과 거리가 멀었다. 참여정부 총리실에서 일했기에 청와대에서 일한 핵심 친노도 아니었다. 18대 총선(2008년) 때 낙선하고 1년 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들어왔는데 친노는 거의 폐족 분위기였다. 그때 친노라 하는 의원이 저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흘러 2012년 총선에서 전해철·박남춘 등의 친노 인사들이 당선됐고, 그해 대선을 준비하며 상황실장을 맡았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그때 후보 비서실장이었다. 대선에 지고 문 대통령이 2015년에 당 대표가 됐는데 당시 호남에서 지지를 못 받아 굉장히 힘든 시절이었다. 회의에서 최고위원이 대놓고 호남 지지율이 낮으니 ‘빨리 사퇴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하던 일도 있었다. 그 무렵 저랑 노영민·전해철 등이 당시 문 대통령의 서울 구기동 집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랬다.”
 
문 대통령이 실세는 챙기나.
“문 대통령은 실세란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실세는 주로 비선이 아닌가. 항상 공식적인 채널을 존중한다. 뒤로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실세면 대통령과 만나 인사도 논의하고 그런 거 아닌가. 그런 것도 없다. 그러니 실세가 무슨 소용이냐.”
 
당 대표가 되면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선 당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아직 정당 운영은 의원 중심이다. 이것을 권리당원이나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30~40대와 함께 하는 채널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 젊은이들을 국가의 리더로 성장시켜야 한다. 선거 때 닥쳐서 하면 한계가 있다.”
 
코로나 시대다. 여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코로나가 1980년 레이건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체제를 구시대로 만들었다. 당장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니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되는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내가 원내대표 할 때 노동의 유연성과 노동의 안정성을 맞바꾼 덴마크 모델 도입을 주장했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합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본다. 우리가 IMF 위기는 극복했지만, 그때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해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적 갈등이 계속됐다.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대전환을 위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 코로나가 진보에 기회인가.
“사실 코로나 시대에는 진보에게 더 겁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우리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데 사실 보수 진영에선 돈 쓰는 데만 신경 쓴다고 한다. 이런 보수진영까지 동의하게 하려면 재정·조세정책을 어떻게 할지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실제 ‘퍼주기만 하고 있다’, 이렇게만 됐을 때 낭패가 생길 수 있다. 보수의 그런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재정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지만, 균형 있게 가야 하고 중장기적인 재정·조세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 또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 보수도 작은 정부에만 머물러 있는 건 한계다. 재정 역할을 더 강조해야 한다. 결국 진보의 상상력에 보수의 지혜를 모아야 성공할 거다.”
 
이해찬 대표가 8월 전당대회를 결정하면서 ‘이낙연 비대위’ 얘기는 일단 수그러들었다.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고, 한편으론 당을 좀 더 빨리 정리하고 일체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었다. 후자가 다수였다 생각한다.”
 
이 전 총리는 전당대회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안정적인 국민적 지지를 확보한 후보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본인이 판단하지 않겠나.”
 
이낙연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설까
이낙연 전 총리(오른쪽)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시대 언택트산업 전략 토론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마스크를 쓴 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전 총리(오른쪽)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시대 언택트산업 전략 토론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마스크를 쓴 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대표가 8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자연스레 일각에서 제기된 ‘이낙연 비대위’나 ‘이낙연 추대론’은 힘을 잃게 됐다. 그러니 관심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직접 전당대회에 나서느냐 나서지 않느냐다.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말씀과 의견을 듣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이 위원장의 출마를 놓고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선까지 2년 가까이 남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논리가 있다. 당권을 잡아 확실한 대선 후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출마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아마도 그런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여러 결정을 해야 하는 당 대표가 됐을 경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당 대표가 되면 대선 출마를 위해 대략 임기 6개월 남짓만 채우고 물러나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언급한대로 결정을 미룬 채 상황을 좀 더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어느 날은 나올 것이란 말이 확 돌고, 다른 날은 아니란 소문이 나오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총선 당선·낙선인과 잇단 회동을 가지며 서서히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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