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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두 거인이 손 잡으면

중앙일보 2020.05.15 00:41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1968년 폴크스바겐은 전자제어식 연료 분사장치(EFI)가 장착된 첫 자동차를 내놨다. 내연기관은 공기와 연료를 섞어 실린더 내에 분사해 폭발시킴으로써 동력을 얻는데, 이전까지는 기계식으로 정해진 양의 공기를 흡입하고 연료를 분사하는 방식이었다.
 
EFI의 등장으로 차량의 주행 환경, 온도, 엔진 내 압력 등에 따라 정밀한 연료 분사가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은 25개의 트랜지스터 반도체의 변수를 계산하고,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는 일종의 컴퓨터였다. 전자제어장치(ECU· Electronic Control Unit)가 처음으로 자동차에 적용된 것이다.
 
지금의 자동차는 거대한 컴퓨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연료 분사만 제어했던 최초의 ECU는 자율주행·전기차 등으로 진화하면서 ‘슈퍼 컴퓨터’ 수준의 연산이 필요해졌다. 차량 내부, 차량과 사물 간 통신에서부터 내비게이션·오디오·편의장비를 통합 제어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ECU가 100여 종에 이를 정도다.
 
자율주행·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이들 ECU를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이른바 ‘시스템 온 칩(SoC·System on Chip)’인데 센서와 프로세서, 메모리 반도체와 주문형 반도체를 통합한 형태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용 ECU를 통합한 SoC칩을 독자 설계해 삼성전자에서 위탁 생산한다. HW 3.0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ECU의 원조인 폴크스바겐, 도요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앞서 있다. 무모하단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동차용 전장(電裝) 개발에 매달린 덕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회동을 두고 기대감이 높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먹거리로 자동차용 전장에 관심이 많다.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용 통합 SoC 개발을 위해 수많은 기업과 협력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손을 잡으면 얻을 건 많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테스트 베드’ 삼아 기술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마냥 ‘어벤저스’가 될 것도 아니지만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두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길 중 하나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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