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선관위, 투표용지 분실 진상 밝혀 신뢰 되찾기를

중앙일보 2020.05.15 00:20 종합 34면 지면보기
4·15 총선 개표 과정에서 분실된 것으로 확인된 투표용지 6장은 경위가 어떻든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더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문제의 투표용지를 공개할 때까지 분실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선관위의 신뢰도와 공정성이 심대한 타격을 입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선관위는 민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투표용지에 대해 “구리시 수택2동 제2투표구에서 분실된 잔여 투표용지 중 6장과 일련번호가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투표용지가 탈취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왜 투표용지가 구리체육관 내의 CCTV도 없는 체력단련실에, 그것도 봉인이 뜯긴 채 허술하게 방치됐는지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잔여 투표용지라 하더라도 투표함 못지않게 철통 보안 속에 보관되리라고 믿었던 보통사람들의 상식을 무너뜨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도 사과나 재발 방지 다짐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설마했던 사람들조차 선관위의 무책임하고 허술한 일처리에 실망하며 총선 투표 전반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 아닌가.
 
서울시 도봉을 등 몇몇 선거구에선 사전투표 용지가 빵 박스에 담겨 보관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사전선거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서 준비했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모자라게 돼 부득이 간식용 빵 상자를 활용한 것”이란 게 선관위 측 설명이다. 명백한 법 위반은 아닐지 모르지만, 선관위의 준비 소홀과 선거관리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러니 일부 보수 인사와 대학을 중심으로 4·15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30여 년 선거관리 업무를 했던 김대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선관위가 불신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위성비례정당의 명칭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하겠다고 한 걸 허용했다가 번복하는 등 선관위가 공정성을 의심받을 빌미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공정한 선거관리는 국가의 근간이자 민주주의 운영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투표용지 분실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신속하고 명백하게 밝혀 선관위의 흔들리는 신뢰와 위상을 추슬러야 할 때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