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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용산 재개발·재건축, 규제 피한 곳은 기대감 커져

중앙일보 2020.05.15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서울 용산은 오랫동안 개발이 지연된 만큼 낡은 주택이 많아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 재건축 사업은 지은 지 40년 넘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이촌동이 중심이다. 이 중 이촌 1구역과 중산아파트 등 재건축 구역 두 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벽 높아
매물 거둬들이고 “분위기 보자”
“값 비싸고 대출 어려워 투자 신중”

반면 한강삼익과 왕궁아파트·한강맨션 등은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됐다. 한강삼익은 지난 3월 사업시행인가 위한 공람 공고를 했고 왕궁아파트는 건축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된 재건축·재개발 구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된 재건축·재개발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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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맨션은 2018년 11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어린이 놀이터 부지 관련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놀이터가 위치한 땅이 현재 아파트 소유자가 아닌 최초 분양자들의 공동명의로 돼 있어서다.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이 땅을 현재 아파트 소유자의 명의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강로 1~3가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는 구역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신용산역 북측 1~3구역, 용산역 전면 1-2구역, 국제빌딩 주변 5구역, 정비창 전면 1~3구역과 한강로·삼각맨션·빗물펌프장 등 11곳이다. 한강로 일원에는 토지 소유주가 집주인이 아니라 상가 주인인 경우가 많다. 분양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가는 입지마다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처럼 일괄적으로 ‘3.3㎡당 얼마’ 하는 식으로 땅값을 책정하기 어렵다.
 
한남뉴타운과 청파 1구역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남뉴타운에서는 3구역이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다음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한남 2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는 단계다.
 
용산 한강로2가 한강부동산중개사무소의 이은석 대표는 “용산 내에서도 (토지거래허가) 규제에 묶인 지역과 규제를 피한 지역 간 편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사려면 무주택자에 실거주 요건도 맞춰야 한다”며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 많은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 조건에 맞는 매수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 주택 8000가구를 건설하는 계획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3.3㎡당 1억원짜리 금싸라기 땅에 어울리지 않는 개발”이라는 실망감을 보인다. 다른 한쪽에선 “그래도 비워두는 것보다 개발하는 게 낫다”는 반응도 있다. 보광동 하나공인중개사무소의 강건우 대표는 “실망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용산이 다시 주목받는다는 것 자체가 호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의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주변 부동산 시장에선 집을 팔겠다는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 한강부동산의 이 대표는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싹 거둬들이고 있다. 분위기를 보고 가격 조정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 때까지 낡은 집에서 살면서 버티는 이른바 ‘몸테크’를 하겠다는 30대 예비 매수자의 문의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용산동5가 코리아나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계약서까지 썼는데 집주인이 추가로 가격을 올리자고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곤란하다고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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