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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사는 건 되고 아구찜 배민라이더스는 불가?

중앙일보 2020.05.15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GS더프레시

GS더프레시

A씨는 13일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 현장결제를 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통해 식당 두 곳에 음식을 주문한 뒤 각각 현장결제를 했다. 그런데 결제 후 재난지원금을 사용했다고 받은 문자메시지는 한 건뿐이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한 업체는 배민 앱 내의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주문한 음식점이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 여전히 혼란
백화점 사용 X, 청담동 명품숍 O
결제받는 주체따라 사용여부 갈려

같은 배민앱서 주문·결제해도
배민라이더스 이용하면 X

똑같이 배민에서 주문하고 ‘현장결제’를 했는데 배민은 되고, 배민라이더스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14일 배민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는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 유명 음식점이 주로 입점한 코너로, 배민이 이들과 계약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배민라이더스로 주문하면 배민에 직접 결제가 된다. 배민은 돈을 받은 뒤 입점 업체에 정산해준다. 반면 배민에 입점한 일반 업체에 주문하면, 배민라이더가 아닌 생각대로나 부릉·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가 배달하거나 가게에서 직접 배달한다. 앱에서 이미 저장한 카드 결제가 아닌, ‘현장 결제’를 택하면 가게 또는 배달대행업체에 결제된다.
 
영화관

영화관

즉 결제를 받는 주체에 따라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가 갈린다. 배민은 정부가 재난지원금 제한업종으로 정한 온라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결제가 배민에 직접 잡히는 배민라이더스로 주문하면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반면 배달대행업체는 온라인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곳을 두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업종인데도 어떤 곳에선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곳은 안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취지와는 무관해 보이는 업종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발마사지숍 X, 피부관리실 O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백화점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 때문에 백화점 내 샤넬 매장에서는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재난지원금을 보태 명품 가방을 살 수 있다. 백화점 밖에 있고 제한업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재난지원금으로 명품 가방을 사고 싶은데 지방에서 살 수 있는 곳은 어디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은 안 그래도 코로나19를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재난지원금을 명품 구매에 쓰도록 허용한 건 해외 명품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에선 치료 목적이 아닌 경우라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는데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미 준 돈 쓰는 건 자기 마음 아니냐”는 의견과 “그래도 코로나19로 형편이 어려워진 소상공인을 돕자고 준 지원금을 그런 데 쓰는 건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배민라이더스

배민라이더스

서울 마포구에서 발마사지숍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로 3월 초부터 휴업 중이다. 이 곳은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반면 같은 동네에서 운영 중인 한 프랜차이즈 마사지숍은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2개 카드사의 카드를 제외(14일 기준)하곤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위생업종 대면 서비스는 정부가 지정한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업종이지만, 피부관리실이나 마사지숍 등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미용’ 업종으로 등록돼 있어서다. B씨는 “똑같은 마사지인데 등록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선 ‘직영점’이냐 ‘가맹점’이냐에 따라 지역별로 사용 여부가 갈린다. ‘가맹점’은 지역과 상관없이 지원금을 쓸 수 있지만, ‘직영점’에선 본사 소재지가 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다. 예컨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올리브영과 롭스는 본사 소재지인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선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는 100% 직영점이어서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만 결제된다.
 
성형외과

성형외과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내부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어디서 쓸 수 있고, 쓸 수 없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올리브영의 경우, 신용·체크카드로 발급받은 재난지원금만 쓸 수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선불카드를 비롯한 지역 화폐의 경우 지자체별 기준이 다르고, 지역상품권은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형 슈퍼는 GS서만 사용 가능
 
같은 대기업 계열 ‘가맹점’이라도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한 곳이 있다. GS더프레시를 제외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선 모두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반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는 유일하게 허용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다른 유통사와 달리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갖고 있지 않고, 가맹점 비중이 높다는 점, 주로 농축수산물 위주로 매출이 이뤄진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른 SSM도 가맹점만이라도 허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GS더프레시만 허용해주는 건 또 무슨 기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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