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정으로 일자리 154만 개…근로자 70% 고용보험 추진

중앙일보 2020.05.15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정부는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직접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놨다.  
 

경제중대본 추가 고용대책 발표
100만 개는 기존 예산 잡힌 재탕
고용보험 회사부담 최대 90% 감면
“정작 중요한 기업고용 대책 빠져”

디지털 일자리 10만 개를 공공 분야에서 창출하고, 청년 디지털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최대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에 감염병 방지 업무 같은 공공일자리 30만 개를 준다는 계획도 세웠다. 재원은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한다. 이와 함께 임금근로자의 70%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근로자·사업주 부담분을 최대 90%까지 감면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재탕’이다. 세금을 써서 만들겠다는 일자리로, 이름(에너지 절약 도우미)은 그럴듯하지만 하는 일은 강의실 불 끄기인 경우도 있다. 취업자 수는 늘지만 번듯한 일자리가 없는 노인 일자리 ‘시즌2’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 중대본 일자리 창출 방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제 중대본 일자리 창출 방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가 만들겠다는 ‘디지털 일자리’ 업무란 시설물 안전점검, 진단결과 보고서나 연구 데이터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이다. 단순 작업이다. 취약계층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공원 내 간격 유지, 병원에서 발열 체크 도와주기, 강의실 불 끄기, 전통시장 화재 감시 같은 일도 포함됐다. 기존 노인 일자리와 내용·숙련도 면에서 차이가 없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번 공공 일자리는 전 연령 대상의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성격으로 노인 일자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색하다’는 반응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을 앞세웠지만, 나랏돈을 퍼부은 용돈주기식 일자리로 본질은 노인 일자리 사업과 같다”며 “단기 일자리 공급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고용지표를 일시적으론 회복시킬 수 있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2년 2월 이후 가장 많은 47만여 명(전년 대비)이 줄었다.
 
전체 취업자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체 취업자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나랏돈을 쓴 ‘단기 알바’ 공급 정책을 반복하면서 효과는 부풀렸다. 정부가 내세운 154만3000개 일자리의 상당수는 하려다 못할 걸 재개하거나, 앞서 발표한 사업으로 채워졌다. 공공 일자리 재개를 명목으로 한 94만5000개의 사업은 이미 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 예산까지 잡혔다. 공무원 및 공공기관 채용(4만8000명)도 마찬가지다. 100만 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실상은 기존 대책이라는 의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를 부풀리려 수치에만 집착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투자 활성화 등 민간의 고용 회복세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는 “궁극적인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해 민간에서 지속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내수 진작, 투자 활성화, 규제 혁파, 경영 애로 해소 등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디지털 일자리 창출’로 잡은 방향은 맞지만 질 낮은 일자리만 내놓아 내용이 부실한 게 아쉽다”며 “민간 디지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완화 등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허정원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