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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쏠린 K스포츠, 불법도박 유혹 커질라

중앙일보 2020.05.15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한국 프로야구·축구를 대상경기에 포함시켰다. 윌리엄 힐 홈페이지와 프로축구 장면을 합성했다. [연합뉴스, 사진 윌리엄 힐]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한국 프로야구·축구를 대상경기에 포함시켰다. 윌리엄 힐 홈페이지와 프로축구 장면을 합성했다. [연합뉴스, 사진 윌리엄 힐]

 
영국의 세계적 스포츠 베팅업체 윌리엄힐 관계자는 14일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에 “러시아 탁구리그에 이어 KBO리그(한국 프로야구)가 베팅 금액 전체 2위”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스포츠가 대부분 멈춰 서자, 야구와 축구의 프로리그를 개막한 한국에 베팅업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업체, KBO리그에 매일 베팅
투명한 운영 덕 대상경기로 인기
불법 도박계도 한국에 관심 가져
부정방지 교육 등으로 선수 단속

 
윌리엄 힐 홈페이지에는 매일 KBO리그 5경기가 대상경기로 올라온다. 14일 KT-NC전 배당률은 KT가 6/4, NC가 1/2이다. 배당률 6/4의 경우 4파운드를 걸어 이기면 6파운드를 받는다. NC 승리 가능성이 높으니, 더 많은 금액을 따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KT에 걸어야 한다. 윌리엄 힐은 이번 주말 열리는 한국 프로축구 K리그1 6경기와 K리그2 5경기도 현재 베팅이 진행 중이다.
 
윌리암 힐은 한국프로야구를 대상 경기에 포함 시켰다. [사진 윌리엄 힐 홈페이지 캡처]

윌리암 힐은 한국프로야구를 대상 경기에 포함 시켰다. [사진 윌리엄 힐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유럽의 주요 스포츠 프로리그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난달까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리그를 강행한 벨라루스와 투르크메니스탄 프로축구가 대상경기로 주목받았다. 심지어 온라인 축구게임도 베팅 대상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KBO리그가 5일, K리그가 8일 차례로 개막했다. 리그 수준이 높고, TV로 생중계되며,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뛴다. 스포츠 베팅업체에는 매력적인 대상 경기다.
 
한국 프로스포츠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업계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베팅에 제한이 없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추정조차 어렵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가 21조8119억원이었다.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 사건 대부분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연계돼 있었다.
 
2018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제의를 뿌리치고 신고한 이한샘(왼쪽)은 프로축구연맹으로 받은 포상금의 일부를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내놓았다. [중앙포토]

2018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제의를 뿌리치고 신고한 이한샘(왼쪽)은 프로축구연맹으로 받은 포상금의 일부를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내놓았다. [중앙포토]

 
프로축구 K리그2 수원FC 수비수 이한샘(31)은 아산 무궁화에서 뛰던 2018년 9월 승부조작을 제안받았다. 축구선수 출신인 장학영이 경기 전날 호텔로 찾아와 현금 5000만원을 보여주며 “전반 25~30분에 퇴장 당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한샘이 그 자리에서 거절한 뒤 곧바로 팀에 알렸다. 경찰 수사를 거쳐 장학영은 처벌받았다. 프로야구 두산 투수 이영하도 2018년 승부조작 제안을 신고했다. 물론 많은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되고 처벌받았다.
 
스포츠계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을 막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은 4일 선수단을 대상으로 부정방지 교육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개막을 앞두고 전 구성원에게 ‘매 경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불법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철저히 처벌할 예정’이라고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7개 프로단체와 구단을 대상으로 스포츠 윤리교육을 하고 있다. 종목별 연맹은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한샘은 “한국 스포츠가 주목받을수록 선수가 승부조작에 유혹에 노출될 위험은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장님(김호곤)과 감독님(김도균)도 선수단 미팅 때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년차, 저연봉 선수는 눈앞의 돈에 현혹될 수 있다. 오래 해온 운동과 몇 년 뒤 자신의 가치, 가족 등을 생각하면 승부조작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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