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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때려놓고 "머슴에 맞았다" 2000만원 협박한 입주민

중앙일보 2020.05.13 13:41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억울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억울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수술비만 2000만원 넘고 장애 등록된다니 참 남들에게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수술해야 하는 등 무슨 망신인지…”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가 지난 4일 경비원 최모씨에게 보낸 문자다. 이 문자를 받은 최씨는 10일 ‘억울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문제로 A씨와 시비가 붙은 후 지속적인 폭행·폭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한 경비원에게 장애 진단받았다고 협박”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입주민 A씨가 경비원 최모씨에게 보낸 문자. 최씨 유족제공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입주민 A씨가 경비원 최모씨에게 보낸 문자. 최씨 유족제공

최씨를 돕던 입주민 B씨(40)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거짓 진단서’로도 최씨를 협박했다. B씨는 “경비원 최씨가 A씨에게 폭행당해 코뼈 등이 골절돼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가해자는 ‘오히려 네가 날 밀쳐 내가 장애진단을 받았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A씨가 보낸 진단서는 과거 교통사고가 났을 때 받은 진단서였다고 한다. 
 
아파트 입주민 황모(48)씨는 “지난 3일 아파트가 소란스러워 나와보니 입주민 A씨가 경비원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며 “이 장면을 목격한 입주민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가자 경비원은 주민들 뒤로 몸을 숨기며 ‘저는 여기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딸과 먹고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가 입주민 A씨로부터 폭행당한 후 받은 진단서. 입주민 B씨 제공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가 입주민 A씨로부터 폭행당한 후 받은 진단서. 입주민 B씨 제공

황씨는 “극심한 압박감을 느끼던 최씨가 지난 4일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며 아파트 옥상에 오른 걸 주민들이 막았다”며 “술을 잘 못드시는 분인데 술에 취해 밧줄까지 들고 오신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례식장 썰렁…가해자 안 나타나”

경비원 최씨가 사용하던 경비실 내부 화장실 모습. 생전 최씨는 CCTV가 없는 이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민에게 말했다. 뉴스1

경비원 최씨가 사용하던 경비실 내부 화장실 모습. 생전 최씨는 CCTV가 없는 이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민에게 말했다. 뉴스1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민은 “경비원 아저씨가 일찍 사별하고 어린 두 딸을 업어 키웠다고 들었다”며 “장례식장도 썰렁해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족은 가해자 A 씨의 사과를 받기 위해 당초 3일장으로 예정됐던 장례식을 5일장으로 바꿔 발인을 14일로 미뤘다. 하지만 가해자 A씨는 아직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를 추모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10일 최씨가 근무하던 경비실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다음날 오후엔 촛불 추모식을 갖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관계자는 “입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기사를 보고 최씨를 추모하러 오고 있다”고 전했다. 
 

‘억울함 풀자’…국민청원 29만여명 참여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오후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오후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는 국민청원 글도 올라왔다. 지난 11일 자신을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13일 오후 1시 기준 29만여명이 참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 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故) 최OO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비관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가해자로 알려진 A씨에게 입장을 묻자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빌 뿐 다른 말은 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28일 A씨를 상해·폭행·협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11일 A씨의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해당 주민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며 “조사 후 신병확보 필요성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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