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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기지국은 알고 있다, 이태원 다녀간 1만 명 추적

중앙일보 2020.05.13 00:16 종합 3면 지면보기
이동통신 3사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당국에 이태원 주변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일괄 제출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클럽을 방문하지 않은 이들의 개인정보도 대거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클럽 방문 안한 행인도 포함돼
개인정보·사생활 침해 논란

12일 서울시와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는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킹클럽 등 확진자의 주요 동선에 포함된 클럽·주점 주변의 17개 기지국에 접속한 휴대전화 통신기록이다.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이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 일대 주민이나 차량을 통해 이동한 사람을 제외하고 30분 이상 체류한 이들의 명단을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명단을 요청한 이유는 2차 감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해당 기간 이태원 인근에 있었던 사람들은 총 1만905명”이라며 “지역 확산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빠른 전수검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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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 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정보 제공을 경찰 측에 요청할 수 있고, 이동통신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처럼 2주 가까운 시간, 이태원 일대라는 넓은 범위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전례가 없다. 클럽을 방문하지 않았거나 감염이 발생한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지난 행인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수집됐다. 이 과정에서 ‘감염병 의심자’와는 거리가 있는 가입자의 정보까지 노출돼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과 공공 안녕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해석의 폭을 넓혀 이들을 ‘감염병 의심자’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럽 등의 정보보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감염병 방지 목적의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개인정보 침해라는 측면으로만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에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과도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본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광범위한 대상으로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한 정부 당국과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응한 이통사 둘 다 문제”라며 “향후 당국이 요구하면 광범위한 범위의 개인정보를 정부에 제출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진·윤상언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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