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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는 세계 4위, 코로나 사망률은 최저' 러시아의 속사정

중앙일보 2020.05.12 17:06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공식 수치의 3배에 이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사망자 숫자를 일부러 낮추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제기한 의혹이다.  

모스크바 4월 사망자, 예년보다 1700명 많은데
공식 기록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650명뿐
"러시아 당국, 코로나19로 사인 기록하길 꺼려"
일일 확진자 최대인데, 푸틴은 "봉쇄 완화"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크로커스 전시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병동. [EPA=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크로커스 전시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병동.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2만1344명으로, 미국·스페인·영국에 이어 세계 4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009명에 그쳐 15위권 밖에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코로나19 치사율은 0.9%다. 이는 영국(14.5%), 이탈리아(13.9%), 미국(6.0%)은 물론 한국(2.3%)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러시아의 취약한 공중보건 실태를 고려할 때 의심스러운 수치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 사망자, 공식 수치 3배 달할 수도”

러시아가 코로나19 사망자를 과소집계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 8일 모스크바시 정부가 4월 인구 통계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텅 빈 도심.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텅 빈 도심.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모스크바시는 올해 4월 모스크바시의 사망자를 1만1846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년간 같은 달 사망자 평균치(1만126명)보다 1720명이나 많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약 650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타티아나 미카일로바 러시아 국민경제행정아카데미(RANEPA) 선임연구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며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공식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케타 페크홀도바 프라하 경제대학 인구통계학 교수도 “코로나19 봉쇄령으로 교통사고와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오히려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 통계에 의문을 나타냈다. 
 

◇사인 기록 때 '코로나19’ 피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식 통계가 의심받는 것은 당국이 사망자의 사인을 코로나19로 진단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병동 내부.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병동 내부.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인구 통계학자 알렉세이 락샤는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NYT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사례에서 (코로나19 대신) 사망을 직접 일으킨 질환으로 사인을 등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당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타임스(MT)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여도 ‘폐에 병리학적 변화와 임상 소견이 없는 경우 사인을 코로나19로 등록하지 않는다’는 러시아 보건부 지침이 있다. 실제로 조지 프랭크 러시아 보건부 병리학자는 현지 방송에 나와 “코로나19 확진 환자라고 모두 코로나19가 사망 원인으로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확진자 최대인데… 봉쇄 푸는 푸틴

11일 러시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만1656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코로나19 봉쇄 완화를 발표했다.
 
지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러시아의 보건시스템 덕분에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6주간 이어진 전체 근로자의 유급휴무 기간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 말부터 모든 비필수 사업장에서 ‘유급휴무’를 실시해왔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데이비드 안데르만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 '푸틴의 트럼프 코로나19 전략 따라 하기'에서 푸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경제 재개를 흉내 낸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지만, 푸틴의 지지율이 20년 만에 가장 낮아지자 정치적 고려에 봉쇄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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