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도 훈련 위해 "인분 먹어라"···빛과진리교회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20.05.12 15:06
경찰이 12일 신도들에게 신앙훈련 명목으로 인분을 먹으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동대문구 소재 교회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약 4시간 동안 빛과진리교회 사무실과 교회 관계자 주거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압수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고소인 조사 등 수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회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5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신앙 훈련을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가혹행위를 강요한 서울의 한 교회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보자들의 발언은 신변 보호를 위해 천막 뒤에서 진행됐다. [연합뉴스]

5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신앙 훈련을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가혹행위를 강요한 서울의 한 교회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보자들의 발언은 신변 보호를 위해 천막 뒤에서 진행됐다. [연합뉴스]

탈퇴 교인의 ‘고소장’

사건이 알려진 건 50대 여성 A씨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나서부터다. 이 교회 전 교인인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교회에서 '잠 안 자고 버티기' 훈련을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1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교회 관계자들이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치료를 지연시켜 장애를 갖게 됐다는 것이 A 씨 측 주장이다. 응급차가 출동하기까지 약 2시간 2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A씨는 교회 관계자를 업무상과실치상, 강요,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은강)는 지난 10일 동대문경찰서에 수사 지휘를 내렸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사건을 받아 수사과에 배당했으나 집중 수사를 위해 이를 다시 강력팀 형사과에 전담시키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폭로가 연달아 터졌다. 지난 5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빛과진리교회 탈퇴 교인 24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빛과진리교회는 비상식적이고 가학적 훈련을 통해 신도들을 길들이고 착취해왔다”며 “리더의 승인을 받고 인분 먹는 영상까지 보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일종의 ‘그루밍 범죄’를 저질러온 교회 담임목사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교회 역시 강제 해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도들은 왜 훈련에 참여했나?

탈퇴 교인들에 따르면 교회의 가학행위를 거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교회로부터 정신적 길들임을 당해와서다. 한 신도는 기자회견에서 “그 당시 리더가 인분을 먹는 것을 많이 권장했다”며 “모임 때 인분을 먹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나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교회를 다녔던 신도들은 해당 교회가 평소 리더십을 기르는 훈련이라며 신도들에게 자신의 인분 먹기, 돌아가며 매 맞기, 불가마에서 견디기, 공동묘지에서 기도하며 담력 기르기 등 엽기적 행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교회 인분 먹이기'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자 빛과진리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빛과진리교회 홈페이지]

'교회 인분 먹이기'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자 빛과진리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빛과진리교회 홈페이지]

 

교회, 사과문 올렸지만

논란이 번지자 빛과진리교회는 6일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싸늘한 상황다. 교회 측은 김명진 담임목사 명의로 “고개 숙여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믿음의 자녀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법정에 서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득이하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탈퇴 교인들이 주장한 가학 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교회 측 사과문이 ‘형식상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