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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전ㆍ현직 대표 모두 구속...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 본격화하나

중앙일보 2020.05.12 14:59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바이오 업체 신라젠의 전·현직 대표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신라젠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여권 인사가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라젠 전·현직 대표 구속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12일 새벽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문 대표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와 곽병학 전 사내이사가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곽 전 사내이사는 문 대표와 인척 관계다.

 
지난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펙사벡’ 개발이 주목받아 상장 1년 반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며 9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해외 임상시험이 실패로 돌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문 대표 등 일부 경영진이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하는 바람에 15만명 가까운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문 대표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017년 12월 보유 주식 156만주를 장내 매도해 1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후로도 10여 차례 더 주식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문 대표는 아울러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신라젠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라젠에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투자가 시발점이 됐다. 이철 전 VIK 대표가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인 2013년부터 450억원을 투자한 덕분에 신라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유망 벤처 기업으로 떠올랐다. VIK는 신라젠 주식 14%를 보유해 최대 주주가 된 적도 있었다. 

불법 투자금 7천억 원을 끌어모았다가 기소된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불법 투자금 7천억 원을 끌어모았다가 기소된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儉 칼 끝, 정·관계 향하나

지난해 8월 신라젠 본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신라젠 전·현직 임원의 비리 외에도 초기 투자자였던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VIK가 신라젠에 투자한 금액 가운데 일부 금액의 용처가 모호하다고 보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VIK는 2015년 말 이 전 대표 등이 금융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신라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VIK는 한 주당 3000~5000원대에 사들인 신라젠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2만 원대에 팔아 수백억 원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VIK 투자 피해자들은 이 전 대표가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 출신으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이 전 대표의 부탁을 받고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신라젠의 기술설명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MBC가 이 전 대표가 한 종합편성채널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검사장으로부터 제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때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드러날 경우 또다른 국면으로 사건이 전개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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