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라젠 전·현직 대표 구속
지난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펙사벡’ 개발이 주목받아 상장 1년 반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며 9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해외 임상시험이 실패로 돌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문 대표 등 일부 경영진이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하는 바람에 15만명 가까운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문 대표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017년 12월 보유 주식 156만주를 장내 매도해 1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후로도 10여 차례 더 주식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문 대표는 아울러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신라젠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라젠에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투자가 시발점이 됐다. 이철 전 VIK 대표가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인 2013년부터 450억원을 투자한 덕분에 신라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유망 벤처 기업으로 떠올랐다. VIK는 신라젠 주식 14%를 보유해 최대 주주가 된 적도 있었다.

불법 투자금 7천억 원을 끌어모았다가 기소된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儉 칼 끝, 정·관계 향하나
VIK는 2015년 말 이 전 대표 등이 금융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신라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VIK는 한 주당 3000~5000원대에 사들인 신라젠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2만 원대에 팔아 수백억 원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VIK 투자 피해자들은 이 전 대표가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 출신으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이 전 대표의 부탁을 받고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신라젠의 기술설명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MBC가 이 전 대표가 한 종합편성채널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검사장으로부터 제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때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드러날 경우 또다른 국면으로 사건이 전개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