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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오해다","모른다"…日코로나 '예스맨 사령탑'의 추락

중앙일보 2020.05.12 11:52
"보도를 보지 못해 모른다. 언제 나온 어떤 보도를 말씀하시는 것이냐."
 

한때는 포스트 후보로도 거론된
아베 내각의 황태자 가토 후생상
코로나 시작되며 '日실패의 상징'
코로나검사 논란의 '37.5도'조항
"국민과 보건소가 오해" 발 빼기

11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에 출석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이 허둥대며 이렇게 답변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이 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응 실패로 연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이 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응 실패로 연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가 "도쿄도의 사망자 수가 19명에서 171명으로 수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물은 데 대해서다.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확진자·사망자 집계방식을 바꾸면서 도쿄도의 사망자 수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선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쏟아졌지만 정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본 내 사령탑인 가토 후생노동상은 "안 봐서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다.
 
11일 국회에서 가토 후생상을 추궁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다마키 대표 트위터 캡쳐]

11일 국회에서 가토 후생상을 추궁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다마키 대표 트위터 캡쳐]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논란을 부른 건 지난 8일 가토의 발언이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17일 코로나19 증상과 관련해 '37.5도 이상의 발열이 4일 이상 지속될 경우' 등은 보건소에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지난 3개월 동안 일본 내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선 보건소가 '37.5도 나흘간 지속'을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하면서,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자택에서 검사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에야 이 표현을 삭제했는데, 가토 후생상은 "정부는 기준이 아닌 하나의 예를 제시했을 뿐인데 (국민과 보건소 등에서)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준처럼 생각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오해"라고 했다. 논란의 책임을 국민과 보건소에 떠넘기는 듯한 가토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11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가토를 향해 "국민과 보건소에 대한 책임 전가다. 그동안 ‘오해’를 풀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몰아세웠고, 가토는 “책임 전가는 아니다”라며 버텼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11일 일본 중의원에서 "가토 후생상이 국민들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11일 일본 중의원에서 "가토 후생상이 국민들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때 ‘포스트 아베’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가토가 코로나 국면에서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 주무장관으로의 선제적인 판단이나 대응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다. 일본 사회 내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 총리의 말만 따르는 예스맨”으로 찍히며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아베 총리와는 다른 파벌(다케시타파)이면서도 아베 내각에서 관방부장관·1억총활약담당상·납치담당상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상대적으로 짧은 의원 경력(6선)에도 불구하고, 차기 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당 요직인 총무회장을 거쳐 지난해 9월 후생노동상에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연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왜 일본은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검사 태세 확충을 지방에 독려하고 있다"는 식의 말만 늘어놓는 등 돌파력이나 추진력에서 '빵점'을 받고 있다.   
 
일본 정치에 밝은 도쿄의 소식통은 "가토의 경우 한때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에 이은 관방장관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일본 정부 코로나 대응 실패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되면서 당분간은 정치적으로 고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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