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부동산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페스트·스페인독감 때 안정세
외환위기·금융위기에는 큰 충격
코로나 사태 계속되면 영향 예상
조기 수습되면 조정으로 끝날 듯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폭락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결과는 조금 다르다. 몇 년 전 영국의 농업용 토지 임대료를 1210년부터 1500년까지 연구한 논문을 보자. 놀랍게도 인력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토지 이용을 전환하는 등의 대응을 통해 하락조차 미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론 1918년에 발발한 스페인독감을 들 수 있다. 당시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5억 명이 감염됐고, 1700만~5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혹자는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당시에 어떤 마을은 가게 문을 모두 닫고, 주문은 밖에서 하도록 했다는 기록도 있어서 최근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지금과 유사하게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됐고, 단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10%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에 나온 여러 연구 결과도 심각한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대략 5% 내외의 GDP 충격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페인독감 시기에 부동산 가격은 어땠을까? 연구 결과를 보면 예상과 다르게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당시에는 교통 인프라와 수송 수단의 발달 등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즉 독감 사망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한 충격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사스 때도 홍콩 집값 안 떨어져

그래픽=최종윤
특히 홍콩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유사하게 사회 활동을 줄임에 따라 서비스 경제와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 당시 흥미롭게도 부동산 가격은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 집값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1.6% 하락이 있었고, 감염 지역의 경우 2.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는 33~72%나 떨어졌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래서 관련 산업이 더욱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후 여러 학자가 스페인독감과 사스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결론은 질병으로 인해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나 질병이 끝나면 급속히 회복되는 것으로 모인다. 2012년에는 메르스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발했다. 26개국에서 1167명이 감염됐고, 479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38명이 사망했으나, 발생 38일 만에 메르스 종료를 선언할 정도로 조기에 진화돼 경제와 부동산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
이번엔 막대한 돈 풀기가 변수
이후 사스가 발생해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03년에는 거의 영향이 없었고, 신용카드 사태 때 하락했으나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우리는 지방 시장에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행복도시가 워낙 호황을 타면서 서울 강남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는 플러스가 됐다. 당시 미국은 대폭락을 경험했고, 강남구의 경우도 금융위기 이후 5년에 걸쳐 -17.4% 하락했다. 다시 은마아파트를 보면, 2007년 13억7000만 원을 찍고 계속 흘러내려 2013년에는 8억6000만 원까지 하락했다. 이때는 하락률이 37%에 달했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이에 대한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질병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장기화해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되면 외환위기 수준 혹은 그 이상까지 하락할 수 있고, 희망적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수습이 된다면 약간의 조정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리고 회복 시에는 지금까지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새로운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지금은 위기 진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 미래에 닥칠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진다.
공급 동결 효과 불러오는 양도세 중과
부동산 시장도 코로나로 인해 확실한 조정기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경제 전망도 갈수록 나쁜 소식만 들려서 전망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은 부동산 시장에서 제법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이번에는 6월 말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유예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강남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3818만 원을 보유세로 납부했다. 이제는 6325만 원으로 치솟는다. 내년에도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감당이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는 이쯤 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겠거니 판단하고 있겠지만, 오히려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시장은 대책을 만든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급증하는 강남 4구의 아파트 증여가 그런 경우다. 최근엔 전세를 끼고 하는 부담부 증여를 하거나, 지분을 쪼개어 나누어 주는 등 절세를 위한 전방위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줄여주면 물량이 많이 나와서 좀 숨통이 트일 줄 알았지만,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양도세 인상은 주택의 수요가 감소해 거래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하락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양도세 인상에 따른 공급 동결 효과가 나타나면 주택 공급이 감소해 거래량은 더 많이 줄어들고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급 동결 효과가 클 경우에는 부동산 매각을 더욱 지연시켜서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3년 전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 이후 시장에 나타난 모습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구나 작년 12·16대책에서 6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연기했음에도 물량이 나오지 않는 것은 공급 동결 효과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6월 이후 양도세 중과가 시작된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처럼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는 동결 효과로 인한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정상적 거래량은 유지하도록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세금을 낮추고 재정 지원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강남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3818만 원을 보유세로 납부했다. 이제는 6325만 원으로 치솟는다. 내년에도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감당이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는 이쯤 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겠거니 판단하고 있겠지만, 오히려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시장은 대책을 만든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급증하는 강남 4구의 아파트 증여가 그런 경우다. 최근엔 전세를 끼고 하는 부담부 증여를 하거나, 지분을 쪼개어 나누어 주는 등 절세를 위한 전방위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줄여주면 물량이 많이 나와서 좀 숨통이 트일 줄 알았지만,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양도세 인상은 주택의 수요가 감소해 거래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하락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양도세 인상에 따른 공급 동결 효과가 나타나면 주택 공급이 감소해 거래량은 더 많이 줄어들고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급 동결 효과가 클 경우에는 부동산 매각을 더욱 지연시켜서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3년 전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 이후 시장에 나타난 모습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구나 작년 12·16대책에서 6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연기했음에도 물량이 나오지 않는 것은 공급 동결 효과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6월 이후 양도세 중과가 시작된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처럼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는 동결 효과로 인한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정상적 거래량은 유지하도록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세금을 낮추고 재정 지원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