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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결국 미국·일본 따라하나...대규모 양적완화 임박?

중앙일보 2020.05.11 17:03
중국의 위안화 지폐. 중국의 최대 국가이벤트인 양회 개막을 앞두고 중국 경제 정책에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의 위안화 지폐. 중국의 최대 국가이벤트인 양회 개막을 앞두고 중국 경제 정책에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은 따쉬만관(大水漫灌)을 절대 하지 않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해 2월20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따쉬만관’은 ‘물을 대량으로 한꺼번에 푼다’는 의미로, 양적완화(QEㆍquantitative easing)의 중국식 표현이다. 중국 경제의 수장인 리커창 총리가 한국의 국무회의 격 회의에서 천명한 원칙이다.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의 인위적 경기 부양은 없을 거라는 의미로 중국 당국이 단골로 등장시킨 문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1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武漢)에서 터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19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QE 릴레이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중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 중국 경제 브레인 중 탑이다. [중앙포토]

리커창 중국 총리. 중국 경제 브레인 중 탑이다. [중앙포토]

 
힌트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0일 내놓은 통화정책 이행 보고서다. ‘따쉬만관’ 네 글자가 자취를 감췄다. 올해 2월에 인민은행이 발표했던 ‘2019년도 4분기 통화정책 이행보고서’에선 “‘따쉬만관’을 하지 않고 경제운용을 합리적인 구간에서 유지한다”는 문구가 적시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전면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따쉬만관’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키를 바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GDP 분기별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GDP 분기별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은 이번 주 소비자물가지수 및 생산자물가지수(12일), 소매판매 지표(15일) 등 실물경제 회복 전망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각종 지표를 발표한다. 21일엔 중국 최대 국가 이벤트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이어진다. 당 중심 집단지도 체제인 중국 특성상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선 다양한 정책 개발에 여념이 없을 시점이다. 지난달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약 2년 만에 증가(11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발표)하는 등 실물경제 회복의 신호가 나오기는 하지만 경기 회복까진 가시밭길이다.  
 
그런 시점에 나온 인민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2020년) 1분기에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중국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전례가 없는 충격을 줬다”고 전제하면서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풍족하게 유지” “여신지원을 늘리며 개혁적인 방법으로 통화정책의 시장 이행이 잘 되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QE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 관영 영어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조치를 더 과감히 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전경.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전경.

 
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이미 부채 부담이 큰 중국이지만 당장 QE 이외엔 마땅한 다른 카드가 없다”며 “만기 도래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일종의 베일아웃(bail outㆍ금융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박사는 “코로나19 위기를 제일 먼저 겪은 중국은 미국과 유로존 보단 여유가 있는 편”이라면서도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기 둔화의 흐름에 코로나19가 엎친 데 덮친 격인 중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선 중국도 QE가 불가피할 것”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뭘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국면을 떠올린다. 당시 중국은 4조 위안(현 환율로 약 68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부양책으로 위기 국면을 넘기면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번에도 중국 당국과 인민은행이 합작하는 다양한 경기 부양책이 세계 경제 부활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스마트 산업에 당국이 재정 지출을 집중시키며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LG경제연구원 조영무 박사)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큰 민간 기업, 그중에서도 중국이 성장에 공을 들여온 핀테크 분야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지원 정책이 나올 수 있다”(이화여대 최병일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최대 국가 행사인 양회(정협회의와 전인대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3월 5일에서 두 달 반 정도 늦춰진 5월 21일 개막한다. [중앙포토]

중국의 최대 국가 행사인 양회(정협회의와 전인대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3월 5일에서 두 달 반 정도 늦춰진 5월 21일 개막한다. [중앙포토]

 
이 경우 중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스마트 산업에 있어서 미국과의 근(近) 미래 헤게모니 싸움에서 승기를 도모할 수 있어서다. 최병일 교수는 “중국은 ‘미국에 더는 안 밀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5G와 핀테크 등 중국이 강세인 분야에 집중하면서 대미 경쟁력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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