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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없애려고 지구 반대편 낯선 사람의 전화 받는 앱 인기

중앙일보 2020.05.11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에 따른 봉쇄가 계속되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스마트폰 앱이 있다. '다이얼 업'이라는 무료 앱이다. 무작위로 익명의 사용자들을 전화로 연결해주는 이 앱을 사용해 코로나 19시대의 고독을 달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지난해 나온 이 앱은 올해 1~2월만 해도 한 주당 통화 시간이 40시간에 머물렀다. 그러나 3월 들어서는 한 주당 통화 시간이 1330시간, 4월에는 2300시간으로 급증했다.
  

코로나 19 시대에 낯선 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고독을 줄여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쿼런틴 챗 홈페이지]

코로나 19 시대에 낯선 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고독을 줄여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쿼런틴 챗 홈페이지]

 
10일 미국 NPR과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 앱의 개발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 중인 다니엘 배스킨과 맥스 호킨스다. 이 둘은 앱 사용자가 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비스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도 일이지만 고맙다는 이들의 감사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배스킨 씨는 "코로나 19로 인한 고독을 없애려 전혀 접점도 없고 나라도 세대도 다른 남남끼리 다이얼 업을 통해 연결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얼 업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코로나 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앱의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다. [다이얼 업 홈페이지]

다이얼 업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코로나 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앱의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다. [다이얼 업 홈페이지]

 
다이얼 업 개발자 중 한 명인 맥스 호킨스. [트위터]

다이얼 업 개발자 중 한 명인 맥스 호킨스. [트위터]

 
현재는 다양한 이들이 다이얼 업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교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볼터 씨(38)는 "말도 나누기 전부터 사진으로 판단해 버리는 일반적인 소셜 미디어와는 달리, 다이얼 업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앱을 영어 공부용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다이얼 업을 사용한 이들은 그간 자기가 살던 세계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이들과의 통화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트위터]

다이얼 업을 사용한 이들은 그간 자기가 살던 세계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이들과의 통화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트위터]

 
인도에 거주 중인 아굴와르 씨(33)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다이얼 업을 이용하는데 그간 그가 대화를 나눈 사람의 국적만 해도 홍콩·프랑스·이탈리아·모리셔스·스페인·미국·호주 등 다양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번 주 내 삶의 하이라이트는 아일랜드의 무라라는 사람과의 운명적인 연결이었다"면서 "완벽한 타인이 디지털 펜팔로 변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만나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덧붙였다.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책을 추천하는 이들도 있다. 때로는 조부모 세대와 손주 세대의 타인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몰랐던 화제들을 알려준다. 
 
왜 낯선 이와의 대화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걸까. 코로나 19로 인해 '물리적'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정서적으로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세계인들의 심리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다이얼 업 현상'을 다루면서 "우리는 때로는 완전히 낯선 사람과 교감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잘 진행되면, 이것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도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 교수 엘리자베스 던의 연구 결과, 연인과 완전한 타인 중에서 어떤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더 행복할지를 실험했을 때, 타인과의 교류가 뜻밖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류만큼이나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NPR은 "때로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짜증날 때가 있다"면서 "낯선 사람과 보내는 시간도 행복감을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행동과학자인 니콜라스 에플리와 줄리아나 슈뢰더의 연구에 따르면 기차·버스 통근자 중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선호한다고 한 이들조차도 낯선 사람들과 대화 경험은 긍정적이라고 반응했다.
 
NPR은 "일상 속에서 긴밀하게 짜인 인간관계 속에 자신이 늘 '고정된' 듯한 느낌을 받다가도 생판 남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 pxhere]

[사진 pxhere]

 
한편 일부 사용자들은 자신의 거주지나 이름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때문에 다이얼 업을 쓰면서도 가명을 사용하고 거주지를 숨기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지는 "개발자 배스킨 씨조차 사용자의 진짜 전화번호는 모른다"면서 "개인정보는 철저히 지키고 있어 사기·아동 매춘 등의 범죄 행위로 연결될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전화번호가 노출되거나 추적돼 악용될 염려가 없다는 의미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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