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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 본사 있던 현대백화점그룹, 50년만에 '내 집' 마련했다

중앙일보 2020.05.11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달 입주가 끝난 서울 대치동에 있는 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지난달 입주가 끝난 서울 대치동에 있는 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대치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금강쇼핑센터를 본사로 사용한 지 37년 만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16일 지하철 삼성역 교차로 인근에 지상 14층, 지하 6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어 입주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별도의 입주 행사 등은 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이사를 마무리했다. 

37년간 현대아파트 상가에 사옥
대치동에 14층 건물 지어 이사

 
‘현대백화점 본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신사옥은 연면적 2만8714㎡(8686평) 규모다. 약 1000여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게 된다. 직장 어린이집, 사내 도서관, 피트니스 시설 등도 갖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부분의 임직원이 새 사옥 이사 전부터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며 "정지선 회장의 모친인 우경숙 고문도 신사옥을 돌아보고 갈 정도”라고 귀띔했다.

 
국내 재계 22위, 지난해 약 20조원을 기록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사옥이 이처럼 관심을 받는 건, 이 사옥이 그룹 주력인 현대백화점이 창사 50년 만에 처음 가져보는 '내 집'이기 때문이다. 
 
1983년 당시 금강쇼핑센터.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1983년 당시 금강쇼핑센터.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50년 동안 상가에 본사 뒀던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의 전신은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다. 금강개발산업은 당시 현대그룹의 주력사인 현대건설이 진출한 국내·외 공사 현장에 식품과 의복 같은 잡화류를 공급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현대건설의 경부고속도로건설로 생긴 금강유원지(휴게소), 강릉비치호텔, 울산조선소(현 현대중공업), 서울 도심에 들어선 상가아파트(세운상가) 등 공사현장에 신발, 유니폼, 장갑 등을 공급했고, 현장 근로자가 밥을 먹는 ‘함바집’도 운영했었다. 
 
유통 사업의 기틀을 다진 건1970년대부터다. 
당시 중동 건설 붐을 타고 현지 건설 현장에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여기에 압구정동과 동부이촌동 등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첫 본사 사무실은 현대건설이 지은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였다. 그러다 1983년 현대건설이 지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가 내 슈퍼마켓 운영을 맡으면서 본사를 압구정동으로 옮겼다. 이곳이 지난 4월까지 37년 동안 그룹 본사로 사용한 '금강쇼핑센터'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성장 물꼬 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본격적인 성장의 물꼬는 85년 압구정 현대백화점을 지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백화점 사업 진출은 유통 사업 확장을 넘어 현대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홀로서는 기틀이 됐다. 85년 785억원이던 현대백화점 매출은 86년엔 1423억원으로 급증했다. 
 
백화점 개점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으로의 사업 축 전환을 의미했다. 자연히 전체 매출에 60%를 넘었던 현대그룹 매출 의존도는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압구정본점의 성공은 88년 무역센터점 개점으로 이어졌다. 특히 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며 유통업계도 타격을 입었을 때 금강개발사업은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을 울산점으로 각각 탈바꿈시키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2000년엔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에서 현대백화점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현대그룹 관계사였지만 '현대'를 사명에 쓰지 못했던 설움은 이때 풀렸다. 이후 미아점(2001년)ㆍ목동점(2003년)ㆍ신촌점 유플렉스(2009년)ㆍ킨텍스점(2010년)ㆍ대구점(2011년) 등 백화점 점포를 줄줄이 열었다.   
 
옛 금강쇼핑센터의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옛 금강쇼핑센터의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아듀, 금강쇼핑센터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점포만 늘린 게 아니다. 2000년대 TV홈쇼핑(2001년)을 시작으로 종합식품 전문기업인 현대그린푸드를 출범(2009년)했고, 의류기업인 한섬(2012년)과 가구회사인 리바트(2013년)를 각각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사옥 이전의 필요성도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수는 25개, 직원 수는 1만6000명에 이른다.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계열사 사무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이는 업무 효율 저하로 이어졌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사 관계자들의 방문이 계속되다 보니, 현대아파트 주민들의 민원도 쇄도했다. 
 

이는 신사옥 건설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 본사가 떠난 금강쇼핑센터 자리에는 리모델링을 거쳐 계열사인 현대리바트가 오는 6월 입주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40년간 압구정동에서 유통ㆍ패션ㆍ리빙 분야에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면서 “이제는 새로운 사옥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신사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신사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대치동 시대, 목표는 “종합 생활문화기업”

실제, 새 사옥에 입주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계획은 공격적이다. 오는 6월엔 대전, 11월엔 남양주에 각각 아웃렛을 연다. 내년 초엔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여의도점)을 출점한다. 계획대로라면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점포 16개, 아웃렛은 8개 점포를 각각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 면세점 사업도 강화한다. 2018년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지난 2월 동대문 2호점을 연 데 이어 오는 9월엔 인천공항 면세점 오픈도 앞두고 있다. 경쟁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세 경영자인 정지선 회장의 신 유통 전략도 본격 궤도에 오른다. 정 회장은 ‘종합 생활문화기업’이란 새 비전 아래 그룹 주요 역량을 유통ㆍ패션ㆍ리빙에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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