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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걱정하는 '이태원발 코로나'···"강제 커밍아웃될 수도"

중앙일보 2020.05.10 16:03
한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집단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선 공개로 강제 '커밍 아웃' 될 수도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6일 한국에서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29세 남성이 이달 초 연휴를 맞아 하룻밤 사이 이태원의 나이트클럽 5곳을 방문했는데, 이중 다수가 성 소수자가 주로 다니는 클럽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부 한국 언론이 성 소수자가 주로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성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보도했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성 소수자들이 차별받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만의 성 소수자 운동가들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설치물을 부착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성 소수자들이 차별받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만의 성 소수자 운동가들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설치물을 부착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국에서 최근 성 소수자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여전히 차별도 넓게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감염자 추적' 모델은 높이 평가받기도 했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감염자의 소재 파악을 위해 스마트폰 앱과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경우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밴드를 도입하는 등 IT 기술을 활용했다.
 
이런 과정에서 코로나 19 감염자를 추적하다 보니 성 소수자가 강제로 '커밍 아웃'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성 소수자 단체들은 개인 동선을 공개하는 게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편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이른바 '아우팅'을 우려해 코로나 19 진단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성 소수자 대부분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가족이나 동료에게 감추고 있다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파장이 커지자 일부 언론은 기사 속 '게이 바' 언급을 삭제하면서 제목도 수정했지만 사과는 없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USA 투데이는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미국 내에서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국립 성적소수자(LGBT) 암 네트워크의 활동가 겸 부책임자인 스카우트는 "많은 성 소수자 미국인들이 이미 건강 관리를 받을 때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런 '장벽'으로 인해 코로나 19 기간 동안 치료를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뉴욕 센트럴 파크에 있는 한 병원이 직원들에게 동성결혼 반대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해 논란이 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분위기가 자칫 의료 불평등으로 이어져 생명의 위협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 소수자 중에는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의료 서비스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다. 정책연구기관인 미국진보센터에 따르면 미국 LGBT 4명 중 1명이 의료와 관련해 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했고,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의 8%와 트랜스젠더의 29%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거부당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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