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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결과 팩스,전화로 취합"… IT후진국 日의 민낯

중앙일보 2020.05.10 14:05
"늦고,부족하고,부정확한 대응에서 IT(정보기술)후진국으로서 일본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日언론들 "정보기술후진국 약점 노출"
주민카드 암호확인 구청서 10시간걸려
온라인 수업 가능학교 전국의 5% 불과
고용조정조성금 신청 온라인으론 불가
이제와서 "병원 정보 데이터베이스화"
79세 IT담당상은 도장업계 이해 대변

9일 밤 일본 민영방송 TBS의 시사프로그램 '뉴스캐스터'에 출연한 IT 저널리스트 미카미 요우(三上洋)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대응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IT의 현주소를 이렇게 꼬집었다. 
지난달 17일 도쿄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도쿄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사회 각 분야의 IT화에 뒤떨어져 있는 일본의 약점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됐다는 뜻이다. 
 
지난주 권위지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면에서 "IT와 민간협력이라는 세계적인 표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본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데 이어 일본 사회에서 IT 자성론이 연거푸 제기되는 모양새다.
 
① 검사 건수를 팩스나 전화로 취합=코로나 PCR 검사의 건수와 결과가 지방에서 중앙정부에 곧바로 전달되지 않아 정확한 양성비율 집계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최근 일본에서 드러났다. TBS는 이 역시 일본의 부실한 IT환경때문으로 분석했다. 
 
"지방자체단체들에서 매일 보고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곳이 바쁘다 보니 늦어진다"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후생노동상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의사소통이 전자화돼 있지 않고 '종이(서류) 베이스'로 이뤄지다 보니 업무 연락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통일적인 지침이 없어 지자체에 따라 일부는 팩스로 보고하고, 일부는 온라인으로 보고하는 등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데이터 취합이 제때에 이뤄지기 힘들다. 
   
10일자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국 8000개 병원의 의료태세 관련 정보를 집약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정비해 빠르면 이달 중에라도 운용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토대로 외래·입원환자 수,병상 가동상황, 인공호흡기 이용과 PCR 검사 상황,마스크와 방호용 가운 등 의료 물자 비축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정부와 지자체등이 공유하겠다는 목적이다. 
 
일본 국내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4개월만에 일본 정부가 겨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② 주민카드 암호확인 10시간 줄 서야=일본 정부는 전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씩 ‘특별정액급부금’을 나눠주기로 했다. 예산까지 모두 처리됐지만 대도시의 경우 자금이 전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카드'를 보유한 주민들만 온라인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지만,카드 보급율은 전체 국민의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으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은 도쿄의 번화가 가부키초, 지나가는 행인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4일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으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은 도쿄의 번화가 가부키초, 지나가는 행인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4일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나마 온라인 신청을 위해선 카드 발급 당시 구청에 통보한 비밀번호를 함께 기입해야 하는데, 이를 잊은 이들이 비밀번호를 새로 설정하느라 연일 도쿄의 구청들이 북새통이 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도쿄 시나가와(品川)구청에선 이를 위해 10시간을 기다린 주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내에선 '아날로그 일본을 상징하는 코미디'라는 지적도 나온다.  
 
③일본 IT장관은 ‘도장 의원모임 회장’=TBS는 대만의 마스크 대란을 해결한 오드리 탕 IT 담당 장관,한국의 방역사령탑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의 활약을 소개하며 일본의 과학기술·IT 담당 장관인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79)와 대비시켰다. 
 
일본내에선 "서류에 도장을 꼭 찍어야 하는 문화가 재택근무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IT담당상인 다케모토가 도장과 인감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민당내 ‘도장 의원연맹’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일본도 대만처럼 마스크의 현황을 IT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우린 기초적 데이터가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무책임하게 답변해 논란을 일으켰다.
 
④ 온라인 수업 실시는 5%에 불과=일본 정부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현황에 따르면 전국 공립학교들 가운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도쿄도지사 등이 뒤늦게 "공립학교에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기재를 제공하는데 예산을 책정하겠다"고 했지만, 교육 현장에선 "갑자기 그런 기재들이 도착하더라도 곧바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TBS는 전했다. 
 
TBS에 따르면 종업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주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마련한 ‘고용조정조성금’의 경우 아예 온라인으로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엄청난 종류의 서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후생노동성이 운영하는 공공직업안정소앞에 연일 순번을 기다리는 사업주들의 행렬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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