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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부터 클래식까지 다되는 루시 “공간에 대한 공감 이끌 것”

중앙일보 2020.05.10 13:26
8일 데뷔 싱글 ‘디어’를 발표한 4인조 밴드 루시. 보컬 최상엽, 바이올린 신예찬, 드럼 신광일, 베이스 조원상이 독특한 하모니를 빚어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8일 데뷔 싱글 ‘디어’를 발표한 4인조 밴드 루시. 보컬 최상엽, 바이올린 신예찬, 드럼 신광일, 베이스 조원상이 독특한 하모니를 빚어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밴드의 경계를 허무는 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JTBC 음악 예능 ‘슈퍼밴드’를 통해 배출된 실력자들이 뭉쳐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것. 우승팀 호피폴라(아일 홍진호 하현상 김영소)를 필두로 퍼플레인(채보훈 양지완 김하진 이나우 정광현)처럼 기존 멤버를 유지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에이핑크ㆍ빅톤 등 아이돌그룹을 배출한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롭게 조직한 밴디지(이찬솔 강경윤 신현빈 임형빈) 같은 새로운 팀도 등장했다.
 

‘슈퍼밴드’ 준우승 루시 첫 싱글 발매
바이올린 더한 독특한 조합으로 주목
다양한 현장음 활용해 공간감 조성

그중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루시는 단연 눈에 띈다. ‘어드벤처 오브 어 라이프타임’(Adventure of A Lifetime)’ 무대로 원곡자인 영국의 슈퍼밴드 콜드플레이에게 극찬을 받은 조원상(24)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는 물론, 파워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예찬(28)과 노래하는 드러머 신광일(23)이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기성 밴드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사운드를 빚어낸다. 보컬 이주혁이 기존 소속 밴드인 기프트로 돌아가면서 생긴 공백은 최상엽(26)이 채웠다. 최상엽은 본선 1라운드에서 떨어졌지만 “독특하면서도 호불호가 없는 목소리와 풋풋한 시골 소년 같은 느낌”으로 멤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바닷속에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개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바닷속에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8일 발표한 데뷔 싱글 ‘디어(DEAR.)’는 왜 이들이 기대주인지를 보여준다. ‘인트로(INTRO)’와 타이틀곡 ‘개화’가 수록된 단출한 구성이지만 이들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슈퍼밴드 톱 3’ 콘서트를 시작하며 숙소 합숙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아이돌처럼 인트로 음악에 맞춰 프롤로그 필름 ‘루시: 트래블러 앤 가이드(LUCY: traveler & guide)’ 영상을 공개했다. ‘루시 아일랜드’로 떠나는 티켓을 받아들면 “바람아 내게 봄을 데려와 줘/ 벚꽃 잎이 흩날리듯이”라고 속삭이는 ‘개화’가 이어지는 식이다. 발매 전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이들은 “팀으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을 담았다”고 밝혔다.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스토리의 첫 밴드인 이들이 새로운 시공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앰비언스(ambience)’, 즉 공간이 가진 특징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슈퍼밴드’에서도 자명종 알람 소리를 통해 바쁜 도시인의 고충을 표현한 ‘선잠’, 동물 울음소리로 정글로 안내하는 ‘크라이 버드(Cry Bird)’ 등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작사ㆍ작곡을 도맡고 있는 조원상은 “특정 상황에서 느껴지는 온도, 향기, 색감 등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현장음을 채집할 때도 최대한 머릿속에 있는 공간과 비슷한 곳을 찾는 편이라고.  
 
‘인트로’에 맞춰 제작한 프롤로그 필름. 루시 아일랜드로 떠나는 여정을 담아 ‘트래블러 & 가이드’란 이름을 붙였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인트로’에 맞춰 제작한 프롤로그 필름. 루시 아일랜드로 떠나는 여정을 담아 ‘트래블러 & 가이드’란 이름을 붙였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사람마다 계절을 느끼는 건 다르겠지만 저는 강아지 밥 주러 옥상에 올라갈 때 느껴지는 공기를 보고 알거든요. 아 이제 봄 냄새가 나는구나, 시원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구나 하고. 그래서 옥상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개화’에 담았죠. 사실 ‘스윔(Swim)’ 때도 그랬죠. 물소리가 필요하면 그냥 화장실에서 물 틀어놔도 되거든요. 근데 한강을 떠올리며 작업한 곡이라 굳이 한강까지 가서 소리를 담은 거죠.” 신예찬은 “얼핏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모든 곡에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듣는 사람도 쉽게 비슷한 광경을 떠올릴 수 있다. 공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멤버별 음악적 배경이 다른 것도 강점이다. 박현진ㆍ에이칠로의 ‘버킷 리스트’(2018)나 우주소녀의 ‘12 O’clock’(2019)을 만든 조원상은 힙합부터 아이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듀엣가요제’ 출신인 최상엽은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의 ‘애기애기해’(2019) 등 부른 OST만 10여곡에 달한다.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페루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신광일은 “보컬로 시작했는데 밴드를 하면서 베이스ㆍ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게 됐다”며 “카혼 등 페루 전통 악기를 활용한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를 따라 10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한 신예찬은 “크로아티아 첼로 듀오 투첼로스처럼 열정적인 음악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숙소 합숙 생활을 시작한 루시는 ’같이 살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금치 하나를 무쳐도 손맛이 남다르다“며 최상엽의 요리를 칭찬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숙소 합숙 생활을 시작한 루시는 ’같이 살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금치 하나를 무쳐도 손맛이 남다르다“며 최상엽의 요리를 칭찬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콘서트에서 선보인 ‘난로’처럼 계절감이 두드러지는 곡도 있지만, 특정 장르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단국대에서 응용화학공학을 전공한 최상엽이 “이 친구들을 만나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 전까지 굉장히 좁은 곳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조원상은 “멤버들 덕분에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아직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여름엔 미니앨범, 겨울에는 정규앨범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요즘 가장 잘나가는 음악인 K팝 같은 요소도 적극 활용해 화려하고 신나는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밴드냐 팝이냐 하는 정의보다 팀의 색깔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루시 노래를 들으면 청량한 느낌이 든다는 얘길 많이 하는데 저희 음악이 파란색 계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파란색 안에서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신예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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