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공황 이후 최악 실업률에도 美 증시 오르는 이유

중앙일보 2020.05.10 11:15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코로나19 여파로 실업률이 치솟는 등 실물경제는 악화하고 있지만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코로나19 여파로 실업률이 치솟는 등 실물경제는 악화하고 있지만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펄펄 날던 미국 경제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뒤 날개가 꺾였다. 3월 중순 이후 미국인 33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10년 이후 10년간 쌓은 일자리(2280만 개)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공황 이후 최악 실업률 14.7% 발표한 날
다우지수 1.91% 올라, 지난주 3대 지수 ↑
'집콕'에 아마존·MS 대형 IT주 증시 이끌어
'상승랠리 놓칠라' 'Fed에 맞서지 마라' 심리
치료제·백신 희소식에 내년초 V형 반등 기대

 
4월 미국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인 14.7%로 치솟았다.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4.8% 감소했다.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런데도 최근 주가는 오르고 있다.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자유 낙하한 뉴욕증시는 지난달 초부터는 상승세다. 4월 한 달 2050만 명이 실직했다는 미 노동부의 4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8일(현지시간)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1.91%(455.43포인트) 오르며 2만4331.32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5%, 나스닥 지수는 6% 올랐다. 세 지수 모두 3월 23일 저점 기준으로 30% 이상 상승했다.
 
실물경제는 '대공황 수준'의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데 주식시장은 빠르게 회복하는 이유는 뭘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 경제 상황은 심각하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이발소에서 지난 8일 이발사가 손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40여개 주는 경제 활동 정상화에 나섰다. [ 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이발소에서 지난 8일 이발사가 손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40여개 주는 경제 활동 정상화에 나섰다. [ AFP=연합뉴스]

 

① 미 경제 'V'형 회복에 대한 기대감

 
3~4월 멈춰선 미국 경제는 이달부터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주까지 50개 주 가운데 47개 주가 일정 부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영업 재개를 허용했다.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큰 뉴욕주도 경제 재개를 준비하는 등 정상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지난달의 '어두운' 지표는 과거가 됐으며, 'V'형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WSJ은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초 경제가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인 렘데시비르의 임상 시험 효과와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의 "이르면 내년 1월 백신 개발 가능성" 발언 등이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실업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 실업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4월 실업률 14.7%는 충격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노동부가 매주 발표하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에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예견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시 타격은 적었다. 
 

관련기사

② 자택대기 명령에 선방한 대형 기술주

 
미국 인구의 95% 이상이 '자택대기 명령'에 처해 두 달 가까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기업 주가는 명암이 갈렸다. 온종일 집에 '갇혀' 원격 근무와 홈스쿨링, 온라인 식료품 주문,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주가는 훨훨 날았다. 
 
이들 대형 기술주가 뉴욕증시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애플·페이스북 5개 기업은 S&P 지수의 20%를 구성한다. 
 
국내·외 여행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국제원유 등 에너지 가격은 폭락했다. 하지만 에너지 부문은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그친다고 WSJ은 전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35% 떨어졌지만, 증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WSJ은 "S&P 지수는 올해 들어 9.3% 떨어졌는데, 기업별 가중치를 없애고 모든 구성 기업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지수 하락 폭은 16.8%나 된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인 셧다운으로 기업 매출이 급감해 실적 악화가 예상되지만, 곧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팩트셋은 S&P 지수 기업의 주당 순익 증가율이 올 2분기 전년 대비 41%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회복세로 돌아서 내년 1분기에는 1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1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3월 1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신화=연합뉴스]

 

③ '상승 랠리 놓칠라' 투자자 조바심

 
증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투자자의 조바심도 현재 주가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신속하게 2조2000억 달러(약 260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광범위하게 돈을 풀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반등하고 주가가 상승할 때 진입 기회를 놓칠까봐 두려운 투자자들이 지금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식 투자 외에 더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to stocks:TINA)'는 의미의 일명 '티나(TINA)' 현상이다. 
 
미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8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0.679%로, S&P 지수 배당 수익률 2%에 못 미친다. 우량 회사채 수익률도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3월 3일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3월 3일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④ 'Fed에 맞서지 마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권한의 절대 한계(absolute limit)까지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한계를 넘어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Fed는 정크본드(투기등급)까지 영역을 넓혀 회사채를 사들이고, 상업용 주택저당증권(MBS)과 지방채를 매입하는 등 광범위하게 돈을 풀고 있다.
 
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꺼이 개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Fed에 맞서지 마라(Don't fight the Fed)'는 월가의 격언이 주목받고 있다. Fed 정책에 순응해야만 투자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