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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통화 다음날, 中언론 "핵탄두 1000기 늘려야" 폭탄발언

중앙일보 2020.05.10 10:59
중국 정부의 속내를 곧잘 대변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이 이틀 연속 “중국의 핵탄두를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후시진의 발언을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말로 두둔하는 모양새다.
 

정부 속내 대변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
8· 9일 연속 "중국이 핵탄두 늘려야" 주장
290기 핵탄두, 세배 넘는 1000기로 늘려야
미국과 대만해협·남중국해 대치할 경우
중·미의 머릿속 스치는 건 핵무력 비교 주장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은 최대 사거리 1만 4000km로, 미국의 주요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행사 때 처음 선을 보였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은 최대 사거리 1만 4000km로, 미국의 주요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행사 때 처음 선을 보였다. [중국 바이두 캡처]

 
후시진은 지난 8일 ‘후시진의 호소: 중국은 단시간 내 핵탄두를 1000매로 늘려야 한다’는 제하의 글을 환구시보에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을 ‘전쟁광’이라고 욕하지 말라고 했다.
 
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까? 미국의 전략적 야심을 억제하기 위해선 핵탄두 증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행사 때 처음 선보인 사거리 1만 4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41’도 최소 100기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거리 1만 4000km를 자랑하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행사 때 처음 공개됐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둥펑-41’을 최소 100기는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사거리 1만 4000km를 자랑하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행사 때 처음 공개됐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둥펑-41’을 최소 100기는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머지않아 미국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면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데 이 의지를 뒷받침하는 건 ‘둥펑’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쥐랑(巨浪)’과 같은 핵전력이라는 이유에서다. 후시진은 “핵탄두가 평시에 필요 없다고 여기는 건 유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전문가가 중국은 이미 충분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아이처럼 순진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간 평화는 부탁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전략 도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 연속 ’중국의 핵탄두를 단시간 내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오만은 핵 우위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바이두 캡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 연속 ’중국의 핵탄두를 단시간 내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오만은 핵 우위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갈수록 비이성적인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데 상대가 오로지 실력만 믿는다면 중국으로선 핵무기를 늘리냐 마느냐를 따질 시간이 없다”며 “중국은 시간을 다퉈 핵탄두를 늘려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후시진의 주장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을 묻는 외신에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며 “환구시보에 취재 신청을 해 후시진 편집인과 만난 뒤 국제 문제에 대한 그의 관점을 들어보라”고 대답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핵탄두를 1000개로 늘려야 한다"는 후시진의 주장에 대해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말로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뉴시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핵탄두를 1000개로 늘려야 한다"는 후시진의 주장에 대해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말로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뉴시스]

 
이처럼 중국 당국의 지지까지 얻은 후시진은 9일엔 ‘후시진이 뭘 봤길래 중국이 핵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걸까’라는 제하로 첫 번째 글의 세 배는 될 분량으로 또다시 중국의 핵무력 증강을 호소했다.
 
그는 “중국은 오늘날 미국의 첫 번째 전략적 경쟁 적수가 됐다”며 미국이 전력을 다해 중국을 누르려 하기에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에 벌어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위험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중국 당국의 속내를 대중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데 능숙하다. 지난 8일 ’중국이 단기간 내 핵탄두를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시켰다. [후시진 웨이보 캡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중국 당국의 속내를 대중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데 능숙하다. 지난 8일 ’중국이 단기간 내 핵탄두를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시켰다. [후시진 웨이보 캡처]

 
그는 “만일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에서 중·미 간 군사적 대치가 벌어져 양국이 처음 총을 쏘기 시작할 때 머릿속에 스치는 건 핵무기에 대한 비교가 아니겠냐”며 “쌍방에 불퇴의 의지를 부여하는 건 결국 핵방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시진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오만은 중국에 대한 핵 우세에서 오는 것”이라며 “평화는 말을 잘하거나 무릎을 꿇어서 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의 핵무기 증강은 “군사적 도구일 뿐 아니라 미국을 상대하는 정치적 초석이자 심리적 받침대”란 것이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중국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를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치할 때 불퇴의 의지를 부여하는 건 든든한 핵 방패라는 이유에서다. [후시진 웨이보 캡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중국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를 1000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치할 때 불퇴의 의지를 부여하는 건 든든한 핵 방패라는 이유에서다. [후시진 웨이보 캡처]

 
후시진의 주장은 중국 한 언론인의 단순 견해로 보기 어렵다. 환구시보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산하 신문으로, 중국 당국과의 교감 하에 제작되기 때문이다. 그 제작 책임자 후시진은 그동안 정부의 속내를 대중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후시진이 이틀 연속 중국의 핵무기 증강을 외친 건 7일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전화 통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국을 포함한 군비 통제협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코로나 사태와 핵무기 통제협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간 핵 통제협정에 중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코로나 사태와 핵무기 통제협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간 핵 통제협정에 중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푸틴 통화는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을 계기로 이뤄져 현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협력을 주로 논의했지만, 중국을 겨냥한 핵무기 통제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된 미·중·러 3자가 군비 통제에 대해 논의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협의 중인 핵무기 통제협정에 중국도 참여하라는 이야기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중국과 미국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대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맞서려면 핵탄두 증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중국과 미국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대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맞서려면 핵탄두 증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러는 2010년 양국의 핵탄두 배치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서명한 바 있다. 내년 2월 만료되는 이 협정의 연장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도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현재 약 290기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 중국은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후시진의 핵무기 증강 주장은 공교롭게도 트럼프-푸틴 통화 다음 날 나왔다. 미국이 바라는 미·중·러 3자 핵무기 통제협정에 중국이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래 강대한 군사력을 갖춘 강군몽(强軍夢)을 부르짖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래 강대한 군사력을 갖춘 강군몽(强軍夢)을 부르짖고 있다. [연합뉴스]

 
나아가 중국은 핵무기 감축은커녕 오히려 증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핵탄두를 1000기로 늘리자고 주장한 건 미국이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1550기 이하로 줄이면 얼추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으냐는 속셈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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