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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크림' 사장이 마스크 200개씩 대량 해외발송 사업 나선 이유는?

중앙일보 2020.05.10 10:00

[인터뷰]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국내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차츰 진정세지만 미국은 다르다. 여전히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제조하던 중국과 갈등까지 겹치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서 거주하는 182만2000여명의 한국계 교포나 친인척에게 한국에서 마스크를 보내기도 힘들다. 한국 정부도 마스크 해외 배송을 아직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다.
 
미국 친인척들에게 마스크를 보낼 방법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스크를 200장씩 보내주는 업체가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포츠용품 제조·판매기업 파워풀엑스다. 파워풀엑스는 전직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일명 ‘박찬호 크림’이라고 불리는 스포츠크림으로 지난해 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회사다. 6일 논현동 사옥에서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와 인터뷰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문희철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문희철 기자

항공칸 임차해 마스크·소독제 배송

박인철 대표는 마스크(200장)와 다양한 손소독제(스프레이형·파우치형·젤형), 마스크 보관용기(5개) 등 총 3kg 무게의 ‘코로나19 예방 키트’ 상품을 구성했다. 제품 가격은 17만9900원이며, 미국 전역 어디든 배송비는 6만원을 받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마스크를 배송하려면, 3개월간 1인당 최대 24장만 보낼 수 있다. 1달에 8장꼴이다. 그런데 어떻게 현행 정부 규정을 준수하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배송할 수 있었을까.  
파워풀엑스가 미국으로 보내는 세트 상품. 마스크(200장)와 다양한 손소독제(스프레이형·파우치형·젤형), 마스크 보관용기(5개) 등이 들어있다. 문희철 기자

파워풀엑스가 미국으로 보내는 세트 상품. 마스크(200장)와 다양한 손소독제(스프레이형·파우치형·젤형), 마스크 보관용기(5개) 등이 들어있다. 문희철 기자

비결은 역발상에 있다. 현행 규정상 유해 입자 차단 성능이 우수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원단(KF80·KF94·KF99)을 사용한 마스크는 제조량의 80%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우선 공급해야 한다. 해외 배송 제한을 받는 것도 이 마스크다.  
 
박 대표는 KF80·KF94·KF99 원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비말을 95.9% 차단한다는 다른 마스크 원단을 사용했다. 기존 거래처인 중국 실크그룹이 이 원단으로 마스크를 제조했다.  
 
비록 KF 마스크는 아니지만, 국가공인 시험·검사 연구기관(KOTITI)에서 분진 포집 효율을 83~93%로 인증받았다. 원단은 다른 걸 썼지만, 사실상 KF80 수준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또 중국 저장성 경공업품질검사원과 한국 의류시험연구원(KATRI)에서도 품질 ‘적합’ 인증을 받았다.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보통 우체국에서 개당 무게 10g 내외의 마스크 8장을 미국으로 보내려면 배송비가 3만원 이상이 든다. 인화성 물질이라 개별 고객은 발송을 못 하는 손 세정제는 특수포장을 해서 발송이 가능하다. 또 키트 형태로 다른 제품을 같이 보낼 수 있는 것은 마스크 수출입업자로 등록해서 별도의 서류상 통관 절차를 미리 하고 발송해 가능한 일이다.  
파워풀엑스에게 납품하는 마스크가 중국 카타야그룹 물류창고에 쌓여있다. 사진 파워풀엑스

파워풀엑스에게 납품하는 마스크가 중국 카타야그룹 물류창고에 쌓여있다. 사진 파워풀엑스

“마스크로 돈 벌 생각 없었는데…주력제품 불티”

박 대표는 액체(손세정제)를 포함해서 총 3kg 무게의 박스를 미국에 보내는 비용으로 6만원을 받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화물칸을 직접 임차하고, 미국 현지 택배사(GLS)와 현지 배송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근심이 큰데 나 혼자 마스크로 돈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스크를 대량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파워풀엑스는 실크그룹에서 1개당 550원에 마스크를 매입한다. 200개면 11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소독제 등 마스크와 동봉하는 제품을 포함하면 원가가 13만원이 넘는다. 여기서 남는 4만원가량은 배송비에 투입한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LA)행 화물기에 마스크를 싣는데, LA로 보내는 화물은 배송비 원가가 6만원 정도고, 기타 지역은 모두 배송비가 6만원을 훨씬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건비 등 경상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 보고 마스크를 배송하는 셈이다.
미국 배송용 ‘코로나19 예방 키트’를 들고 있는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문희철 기자

미국 배송용 ‘코로나19 예방 키트’를 들고 있는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문희철 기자

그런데도 마스크를 미국으로 대량 발송하는 이유는 회사와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알리고 싶어서다. 그는 “마스크·손소독제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발송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더니, 우리를 ‘착한 기업’이라고 부르면서 우리가 생산하는 다른 제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마스크 해외발송을 시작한 기간 주력 제품(스포츠테이핑·스포츠크림) 매출이 55.7% 증가했다(4월 27일~5월 1일 기준).
 
박인철 대표는 “국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마스크·손소독제 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이걸 본 회사 팀장 한 명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 역량을 활용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조금이나마 기여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며 마스크·손소독제 해외 발송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 국내 확산하던 지난 2월 KF80 마스크를 개당 700원에 팔아서 주목을 받았다. 공적마스크가 등장하지 않았던 당시엔 마스크를 3000원에 팔아도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다.
 
또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에는 손소독제를 대구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묶음 판매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500mL 손소독제 3개를 1만6000원에 구입한 사람이 1000원을 더 지불하면, 구매자 명의로 대구에 손소독제 1개를 추가로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박 대표는 “1000원을 더 지불하면서 대구에 손소독제를 기부한 소비자가 무려 94%였다”며 “지금까지 대구에만 20만개의 손소독제를 기부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파워풀엑스는 스포츠용품 제조·판매기업이다. 일명 '박찬호 크림'으로 불리는 리커버리 크림이 대표 제품이다. 문희철 기자

파워풀엑스는 스포츠용품 제조·판매기업이다. 일명 '박찬호 크림'으로 불리는 리커버리 크림이 대표 제품이다.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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