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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4' 신세에 '반수'나 할까…고민 빠진 대학가 '코로나 20학번'

중앙일보 2020.05.10 0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16일 서울 서대문구 한 가정집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신입생이 자신의 랩탑 컴퓨터로 교양영어 강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16일 서울 서대문구 한 가정집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신입생이 자신의 랩탑 컴퓨터로 교양영어 강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등학생 때 로망이 과잠(학과 점퍼) 입고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거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망쳐버렸네요.”

 
온라인 강의를 듣던 연세대 사회학과 1학년 김규빈(19)씨 얘기다. 그는 “동기가 50여명 되는데 '사이버 친구'다. 학기 초반에 동기끼리 친목을 다지고 싶었는데 얼굴 한 번 못 봤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와 함께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새내기는 ‘불운의 학번’으로 불리기도 한다. 온라인 개강 등으로 대학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탓이다. 개강 전 1~2월에 열리는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와 3월 입학식부터 취소됐다. 5월에 몰린 대학가 축제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달 열릴 예정이던 연세대 ‘아카라카’나 고려대 ‘입실렌티’, 중앙대 ‘루카우스’, 건국대 ‘일감호 축전’ 같은 행사도 뒤로 밀렸다.
 

대학 동기는 랜선 친구…여전히 '고4'

연세대 경영학과 송미형씨가 교양 강의로 한문 수업을 듣고 있다. 송씨 제공

연세대 경영학과 송미형씨가 교양 강의로 한문 수업을 듣고 있다. 송씨 제공

대학 동기와 실제 얼굴을 마주친 적 없다 보니 여전히 중·고등학교 동창과 어울리며 ‘고등학교 4학년’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동국대 중어중문학과 20학번 조연수씨는 “같은 과 동기가 40명 정도 되는데 다 랜선친구(온라인에서 맺은 친구)다. 아직 어색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 외에 카톡 주고받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중ㆍ고등학교 친구들하고만 만나 새내기 기분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새내기 자녀를 둔 이동주(50)씨는 "딸이 고려대에 입학했는데 여전히 고등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한강 공원 같은 데서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다닌다"며 "타일러도 봤지만 한 번밖에 없는 새내기 시절 새 친구도 못 만나고 얼마나 놀고 싶겠나 싶어 놔뒀다"고 말했다.
 

화상 앱으로 동아리 오디션

하지만 새내기가 마냥 우울해 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다면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동아리가 대표적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20학번 송미형씨는 최근 화상 회의 앱을 통해 동아리 오디션을 봤다. 이 동아리는 어떻게든 새내기를 수혈하려고 화상 오디션이란 '묘수'를 짜냈다.
연세대 경영학과 20학번인 송미형씨가 만든 하루 스케줄 표. 송씨 제공

연세대 경영학과 20학번인 송미형씨가 만든 하루 스케줄 표. 송씨 제공

송씨는 “화면에 뜬 선배 6~7명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화면으로만 보니까 노래를 부른 후 분위기를 알 수 없어서 걱정이 좀 됐다”며 “합격한 뒤 합주도 온라인을 통해 한다”고 말했다. 이 밴드는 피아노·보컬 등 각 세션이 자신이 연습한 영상을 촬영한 뒤 모아 합주한 것처럼 편집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여전히 제주도 집에 머무는 송씨는 “동아리 동기가 10명 정도 되는데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빨리 만나 제대로 합주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감 떨어져 '반수' 고민

애교심은 등교 횟수에 비례하기도 한다. 가보지도 못한 학교에 애교심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부 새내기는 ‘반수(半修ㆍ대학에 입학한 상태에서 수능을 다시 준비)를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20학번 김모씨는 “반수 하려고 일부러 동아리도 가입하지 않았다”며 “이것저것 모임에 안 나가도 되고 온라인 강의 듣느라 여유 시간도 많아 이참에 반수 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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