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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력치 왜 낮냐" 이대호가 항의했단 그 야구게임, 15년 간 만든 이 남자

중앙일보 2020.05.10 08:00

[인터뷰] '컴프야'의 산 증인, 홍지웅 컴투스 게임제작본부장 

홍지웅 컴투스 이사가 6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홍지웅 컴투스 이사가 6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덩달아 바빠진 곳이 있다. 모바일 야구게임 ‘컴투스 프로야구’(이하 컴프야) 개발사 컴투스가 그렇다. 컴프야는 2002년 피처폰 시절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매년 새 시즌에 맞춰 대규모 업데이트되는 장수 모바일 게임이다. 누적 다운로드는 1500만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스포츠 게임 최고 매출 분야에서 늘 1~2위를 다투는 게임이기도 하다.  
 
홍지웅 (39) 컴투스 게임제작본부장은 2006년부터 이 야구게임에 매달린, 보기 드문 개발자다. 이직이 흔한 게임업계에서 19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며 15년째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 지난 달에는 임원으로도 승진했다. 1998년 설립된 컴투스 역사상 사원으로 입사해 근속후 임원이 된 건 홍 본부장이 처음이다. 지난 6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 단지에 있는 컴투스 본사에서 홍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실제 지난 5일 시즌이 개막 된) 프로야구처럼 우리도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세인데, 야구 게임만 15년간 만들었다.
“2002년 회사 입사 당시 게임 리뷰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이후 출시 된 게임을 점검하는 품질관리 분야 파트장까지 했는데, 게임을 만드는 개발을 하고 싶어 따로 공부를 했다. 마침 2006년에 사내 야구 프로젝트 팀에 자리가 나 기획자로 합류했다. 원래 야구도 좋아한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투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처음 내 손을 거쳐 나온 게임이 ‘컴프야 2008’이었다. 당시 나를 포함해 3명이 만들었다. 15년 사이 컴프야 개발 조직은 86명으로 늘었다.”
 
컴투스 프로야구 2020 게임 속 장면. [사진 컴투스]

컴투스 프로야구 2020 게임 속 장면. [사진 컴투스]

 
초창기 컴프야는 어땠나.
“피처폰 시절에는 키패드 숫자 5번을 누르면 타격하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용량도 1~2MB에 불과했다. 그래도 당시엔 제조사마다 휴대전화 환경이 제각각 달라서 더 고생했다. 지금은 모바일 운영체제(OS)가 정리돼,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정도만 대응하면 되는데 그때는 휴대전화 수십개마다 환경 구성을 따로 해야 했다.”
 
장수 게임의 비결이 있다면. 
“우리는 실제 프로야구와 연동되는 게임이다. 매년 지난해 성적과 3월 시범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능력치를 정한다. 올해는 시범경기가 취소됐으므로 지난해 성적만 반영됐다. 투수 중엔 한화의 워윅 서폴드와 기아 양현종이, 타자 중엔 키움의 이정후, NC다이노스 양의지 등이 포지션별 가장 높은 능력치가 부여된 선수다. 이후 시즌이 시작되면 매주 실제 성적 데이터에 따라 게임 속 능력치가 조정된다. 능력치 뿐만 아니라 해당 선수의 투구, 타격폼, 버릇 등을 애니메이터들이 유심히 관찰해 게임에 반영한다. 야구장 응원석에서 부르는 실제 응원가도 재현한다. 신인 선수가 나오면 바로 반영한다. 현실과 바로 연동해 '보는 야구'와 '하는 야구'의 재미를 모두 주는 점이 비결인 것 같다.”
 
실제 프로 선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와 제휴한 케이블TV 스포츠 방송에서 야구 선수들이 인터뷰 때마다 컴프야에서 자기 능력치를 올려달라고 얘기한다. 10년쯤 전엔 롯데 이대호 선수를 팬 사인회장에서 만났는데 컴프야에서 자신의 능력치가 너무 낮게 설정된 것 같다는 얘길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성적을 바탕으로 능력치를 정하기 때문에, 임의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가 없다.” 
 
홍지웅 컴투스 이사가 6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홍지웅 컴투스 이사가 6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어 지루할 수도 있는데  
“야구는 1회부터 9회까지 공격과 수비를 교대로 하는 스포츠다. 한 게임에 20분 넘게 걸리는데 그게 다 끝난 뒤 게임 내 보상이 이뤄지면 이용자 상실감이 크다. 그래서 우리는 한 경기마다 보상을 주는 게 아니라 매 동작 시 보상을 준다. 예컨대 투수가 삼진을 잡을 때마다, 타자가 안타 하나 칠 때마다 보상을 주는 식이다. 그렇게 지루함을 줄이려고 했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미뤄졌었다.
“우리는 매년 3월 말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 실제 프로야구는 개막이 연기됐지만, 게임 속에선 개막했다는 컨셉으로 올해도 3월 25일에 업데이트를 했다. 통상 업데이트 후 앱마켓 내 매출 순위가 급상승하긴 하는데 올해는 특히 그 상승 폭이 컸다. 업데이트 전 30위권이었던 매출 순위가 지난 4월 1일 구글플레이스토어 전체 게임 매출 12위까지 올랐다. 그만큼 야구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실제 프로야구도 늦게나마 시작됐으니 우리도 열심히 달릴 것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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