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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코로나 치료제 나올까…임상 1324건 신약 없이 모두 재활용약

중앙일보 2020.05.10 06:00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인류를 구원할 치료제 개발은 도대체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당장 다급한 환자와 가족은 물론 언제 감염될까 불안한 모든 사람이 치료제에 목말라 한다. 

미,에볼라약 렘데시비르 임시사용 승인
400만 감염 4만6000 사망, 수요 봇물
비용·시간에 신약 대신 기존약 재활용
바이러스약·류머티즘약·천식약 주목
시험관·동물·임상 거쳐 효능·안전 확인
기나긴 검증 과정 거쳐야 시판하는데
트럼프, 효능 미입증 말라리아약 고집
구충제 시험관 결과만으로 희망고문도

미국의 의약품 시판 허가권을 가진 식품의약청(FDA)이 지난 5월 1일 생명공학 업체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의 임시사용 허가를 내줬다. 길리어드의 연구진이 레데시비르가 든 병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

미국의 의약품 시판 허가권을 가진 식품의약청(FDA)이 지난 5월 1일 생명공학 업체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의 임시사용 허가를 내줬다. 길리어드의 연구진이 레데시비르가 든 병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

  
전 세계 확진자 400만 넘어…치료제에 목말라
전 세계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확산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5월 10일 오전 6시(한국시간) 전 세계에서 현재 400만 명을 넘었으니 사정이 ‘심각’ 수준도 넘어 ‘절박’으로 달려가고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212개국에서 405만 557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하루 4만 6281명의 신규 확진자가 추가됐다. 사망자는 27만7862명을 기록했으며, 9일 하루에도 1886명이 목숨을 잃었다.  
상황이 이러니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를 개발해 코로나19 환자를 회복시키고, 백신을 만들어 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전 세계에서 봇물 터지듯 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료제 개발은 제약회사에도 엄청난 기회다. 치료효과가 먼저 입증된 치료제는 전 세계의 코로나19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투자도 받을 수 있다.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상종가를 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치료제 수요가 엄청난데도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에펜도르프 대학 병원에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함부르크의 에펜도르프 대학 병원에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324건 임상시험 중이지만 신약 없어

이에 따라 전 세계의 연구소, 대학, 병원, 제약사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과 임상시험에 열을 내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치료제 임상시험만도 한국 시간 10일 오전 6시 현재를 기준으로 1324건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연방기관인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국립보건원(NIH),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국립의학도서관(NLM)과 공동 운영하는 임상실험 정보 사이트의 등록 건수를 기반으로 한 수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신약’, 즉 신규 화합물은 한 건도 없다. 신약은 개발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발에 길면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일러야 3년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선 신약 개발 비용을 평균 100억 달러로 본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은 기존에 항바이러스약·항염증약으로 쓰던 제품이다. 시간상·비용상 현재 상황에서 신약 개발은 기대하기 어렵다. 제약회사들은 기존 의약품에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추가해 개발 기간·비용 단축하기를 희망한다. 기존 허가약이 효능을 추가하는 과정은 신약보다 훨씬 지름길에 속한다. 임상 1·2상을 뛰어너고 곧바로 3상으로 들어가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 가장 빨리 투입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부 의약품은 소문만 무성하다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임상시험이 중단되기도 했다.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다. 소문만 듣고 성급하게 투자하는 것은 당연히 금물이다. 의약품 개발과정은 실험과 시험을 반복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간과 자금이 많이 들어 자금을 감당하지 못한 제약사들이 서로 인수·합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장 유행 중인 질병에 대응할 신약을 개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적의 치료제가 나와서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질병을 치료하는 일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노라19 환자가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와 희생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노라19 환자가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와 희생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임시사용 허가 렘데시비르, 효과 미지수

의약품 발매 허가 권한을 보유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 1일 기존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에 임시사용 허가를 내줬다고 CNN이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신약 개발 완료에 상당히 접근한 상태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013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할 당시 환자들에게 시험적으로 투여된 적이 있다. 당시 유행으로 1만1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감염자의 사망률이 40%를 넘어 임상시험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시험적으로 투여했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작용을 한다.  
투여 결과 안전성은 확인했지만,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당시 함께 시험 투여된 항체 치료제보다 낮았다. 게다가 적응 바이러스의 종류도 다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에볼라과에 속하며 RNA로 증식하는 RNA 바이러스다. 뿔이 없고 끈 모양으로 생겼다. 반면 코로나19를 일으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킨 메르스 바이러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원인인 사스 바이러스와 함께 코로나 과에 속한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공통점은 RNA 바이러스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는 실험실 연구에서 메르스와 사스를 포함한 다양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 이전에 에볼라 치료제로 허가를 진행할 당시 1·2상을 거쳤기 때문에 곧바로 3상에 들어가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적응증에 추가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허가 과정이 단축될 수 있어 기대를 모아왔는데, 긴급 사용허가까지 받아 곧바로 중증 환자에 쓰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임시사용 허가일 뿐이다.  
일본 후지필름HD에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아비간. 코로나1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지필름HD에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아비간. 코로나1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러스약 아비간, 류머티즘약, 천식약 주목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임시사용 허가를 계기로 치료제 개발의 과정과 현황을 알아보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의약품을 살펴보면 그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선 인플루엔자약인 아비간이 가장 주목받는다. 한국 정부도 효능이 입증되면 수입을 고려한다는 바로 그 제품이다. 일본 후지필름의 계열사인 후지필름HD가 개발한 이 약품은 렘데시비르와는 다른 기전으로 바이러스 복제를 저해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아비간의 조기 승인을 언급할 정도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억제하는 약품도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 때문에 주목받았다. 미국 애브비사가 공급하는 항HIV약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칼레트라는 2차 에이즈 억제제로 효과가 있음에도 코로나19에 적응한 결과 효력이 없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바이러스가 아닌 박테리아를 막기 위해 쓰는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도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단백질 합성 저해 효과가 바이러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염증을 줄여주는 항류머티즘약을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 19 치료에 쓰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도 많다. 스위스 로슈의 항류머티즘약인 악템라는 토실리주맙이라는 성분의 염증 억제 효과로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같은 항류마티스약으로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리제네론이 코로나19 효과를 살피던 케브자라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면역반응과 염증 반응을 동시에 촉진하는 인터류킨-6라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염증을 줄이는 약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아 시험이 중단됐다.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확인 중인 독특한 기존 의약품으로 천식치료제인 알베스코가 있다. 일본의 다케다, 미국의 국소노비온,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각각 해당 지역에서 판매권을 가진 이 천식약의 성분인 시클레오소니드는 염증억제 효과가 뛰어나다. 이에 따라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에도 쓸 수 있을지 살피고 있다.  
호흡기 질환과 관련이 없는 췌장염 치료제인 푸산도 주목받는다. 나파모스탓 메실레이트라는 성분이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작용이 있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를 앓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관련 물질을 추출해 회복 환자가 획득한 면역력을 활용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일본의 다케다 제약과 미국의 CSL베링거는 혈액제제인 면역 글로불린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모두가 효과와 부작용이 아직은 완전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백악관 기자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자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약은 말라리아 치료제로는 검증이 됏지만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쓸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UPI=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기자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자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약은 말라리아 치료제로는 검증이 됏지만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쓸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코로나 효과 미검증 말라리아약 고집

미국에선 말리리아 예방·치료제로 승인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코로나19에 쓰는 문제를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65년 전인 1955년 승인돼 플라케닐(Plaquenil)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 중인 이 약은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실험적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을 코로나-19에 바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문가들과 충돌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 약 역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말라리아약으로 쓰는 것은 확실히 효능이 있고, 안정성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모기가 창궐하는 늪이 많은 지대에 살거나 그런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복용해 2017년 미국에서 500만 건이 넘는 처방전이 발행됐다.  
하지만 말라리아에 이어 코로나19를 새로운 적응증으로 추가하려면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용량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그 용량에서 독성은 없는지를 확인한 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약으로 쓸 때와 코로나19로 사용할 때는 용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치료 용량에서 새로운 독성이나 부작용, 기형 유발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구토, 두통, 시력 변화, 근육 약화 등의 일반적인 부작용과 함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됐다. 이런 확인 없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입했다가 실명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약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과학적·의학적 과정을 제대로 모르고 고집을 피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때 말라리아약의 동나거나 과잉 처방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인도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말라리아약의 수출을 금지했다가 트럼프의 압력을 받고 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의 발신지로서 국민을 희망 고문하는 주인공이 됐다.  
말라리애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미국에서 연간 500만 건의 처방전이 발행된다. 모기로 인해 전염되는 말라리아를 막고 치료하는 거의 유일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코로바19 치료에 쓸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말라리애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미국에서 연간 500만 건의 처방전이 발행된다. 모기로 인해 전염되는 말라리아를 막고 치료하는 거의 유일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코로바19 치료에 쓸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의약품 시판 허가, 길고 긴 과정 거쳐야  

그렇다면 의약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고 시판 허가를 받는 것일까. 의약품 허가권을 가진 FDA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기본적으로 5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가 ‘발견과 개발’ 단계다. 우선 수많은 화학물질 중에서 후보 물질을 골라 우선 실험실에서 ‘인 비트로 테스트(In Vitro Test)’, 즉 ‘생체 외 실험’을 를 통해 확인한다. 시험관이나 미생물을 배양하는 페트리 디시 같은 주로 유리로 만든 실험 도구 안에서 실험해 효력을 확인한다.  
하지만 인 비트로 단계에서 어떤 물질이 효과를 나타냈다고 해도 생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실험실 단계에서 어떤 물질이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도 이를 두고 ‘복음’이나 ‘희망’이라고 표현하기는 너무도 이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시험관에 락스를 넣으면 그 안의 바이러스는 모두 사멸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인간의 위장관이나 혈액에 넣을 수는 없다. 바이러스는 물론 인간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단계에서 어느 정도 효능을 나타낸 물질은 2단계인 ’사전 임상 연구‘로 넘어간다. 여기에선 동물을 이용한 ’인 비보(In Vivo), 즉 세포내 생체 실험을 통해 독성과 대사, 생물학적 이용률 등을 조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동물실험에 최소 1년 6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후보 물질의 분자구조를 바꿔 안정성을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분자 재디자인‘ 작업을 거치기도 한다. 분자 재디자인 작업을 거친 신규 화합물은 다시 실험실 실험으로 넘어가 효능을 처음부터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복잡하고 신중한 작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임상 시험에 들어간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에 최소 1년 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임상 시험에 들어간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에 최소 1년 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임상시험 시작해도 검증에 최소 1년 6개월

2단계 동물실험에서 검증을 통과한 후보 물질은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1상·2상·3상의 3단계로 이뤄진다. 한 단계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상은 인체 독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인체에서는 독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면 의약품으로 허가 날 수가 없다.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기 때문이다.  
1상을 통과하면 2상으로 넘어가 대사 등 약물 역학을 보면서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한다. 투약받은 사람에게서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거나, 암을 유발한다면 당연히 실격이다. 3상에선 해당 의약품 투여에 따른 기대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나은지를 확인한다. 기존 제품보다 나은 게 없다면 신약 허가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중간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진행될 경우에도 최소 1년 6개월이 걸린다. 임상시험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듣고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3상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FDA 심사에 들어간다. FDA는 시판 허가를 위한 수많은 항목을 꼼꼼하게 심사한다. 여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허가를 받아 시장에 출시된 뒤에도 FDA는 계속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전성을 살핀다. 안전 점검은 허가 뒤에도 계속된다.  
중국에서 임상 시험 중인 코로나19 항체. 회복된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것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개된다. 중국 칭화대 보건연구센터의 연구원이 항체가 든 플라스틱 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임상 시험 중인 코로나19 항체. 회복된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것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개된다. 중국 칭화대 보건연구센터의 연구원이 항체가 든 플라스틱 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험관 시험 결과로 희망 고문한 구충제  

하나의 치료제가 나오려면 시험관 실험과 동물 실험을 거쳐 인간을 상대로 한 길고 긴 임상시험을 다시 통과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FDA의 까다로운 확인과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약은 이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한다. 하지만 대중에겐 이런 과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가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지난 4월 4일의 특정 구충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그렇다. 호주 모나슈 대학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구충제인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내에 유전물질이 분해돼 소멸했다는 시험관 연구 결과를 학술지인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그러자 주식 투자 시장에선 구충제나 원료 생산업체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약을 드디어 발견했다고 오해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형상. 사진 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형상. 사진 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시험관에서 이뤄지는 ‘인 비트로’ 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생체에서의 반응을 살피는 ‘인 비보’ 시험, 그리고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의 차이를 알기 때문이다. 이버멕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결과가 아직 시험관 시험에서만 나타난 단계인데도 연구진이 이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구충제 이버멕틴은 이제 기나긴 검증 단계에서 겨우 시험관 시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효과를 확인했을 뿐이다. 생체 안에서는 어떤 효과가 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치료제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더욱 문제는 이버멕틴이 시험관 실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파괴했는지 기전을 전혀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깜깜이 실험 결과로는 신약 개발 과정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생명공학 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공개한 렙데시비르 제조 과정. AP=연합뉴스

미국 생명공학 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공개한 렙데시비르 제조 과정. AP=연합뉴스

결국 시험관 시험은 약물의 효능·부작용을 확인해 개발로 가는 기나긴 과정의 첫 단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긴 검증 과정에서 어떤 독성이나 부작용이 발견돼 걸러질지 알 수 없다.
구충제 이버멕틴의 시험관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의약품 개발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희망 고문만 한 셈으로 볼 수 있다. 관련 업체의 주가를 띄우거나 연구소의 명성을 높이고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기획성’ ‘작전성’ 발표로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위협이 하도 엄청나고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나타난 해프닝이다. 오늘도 실험실과 병원에선 밤을 새우며 치료제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진과 함께 치료제 개발자들에게도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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