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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귀농하자마자 울타리치는 도시인이 미운 원주민, 왜?

중앙일보 2020.05.09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0)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다. 이렇게까지 오래갈지 몰랐으나 외국이 더 난리통이니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회적 격리를 잘 지켜주고 아무리 힘들어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한국 사람들이다. 밭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일하는 농민을 보면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됨을 알아도 일부러 코로나 퇴치에 동참하려는 모습이 읽혀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요즈음 몇달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니 가족과 오순도순 있을 줄 알았는데 점점 다투게 된다. 갈등이 일어난다. 왜 이럴까?
 
나도 너무 식구들과 붙어 있다 보니까 갈등이 생긴다. 원래 집안에서 입지가 좁은데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다 보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다. 사소한 갈등이 나타난다. 타인과 부딪치면서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갈등이라고 하는데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큰 싸움이 일어난다.
 
실제로 지금 자가격리와 지역 봉쇄를 하고 있는 외국은 이혼율이 급증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이혼상담이 50%가 증가하고 터키는 3월에 이혼신청이 1월에 비해 4배가 급증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가장 먼저 온 중국은 이동 봉쇄가 풀리자 곧바로 변호사 사무실로 달려간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혼 신청을 하려고 말이다.
 
요즈음 몇달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니 가족과 오순도순 있을 줄 알았는데 점점 다투게 되고 갈등이 생긴다. [사진 Pixabay]

요즈음 몇달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니 가족과 오순도순 있을 줄 알았는데 점점 다투게 되고 갈등이 생긴다. [사진 Pixabay]

 
만일 이혼 신청이 늘어난다고 하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집안에 같이 있는데 서로 갈등이 일어날까.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집 안에 같이 있으면서 부대끼다 보니까 평소에 드러나지 않았던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니 배우자나 가족에게 화살이 돌아간 듯 하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가장이 늘어나고 수입이 적어지니 경제적인 요인도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가족과 갈등이 없더라도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등으로 직업, 가정, 학업, 취미에 이르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마음에는 우울감, 불안, 염려가 생기고 사회적 단절, 무기력감,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나은 것 같지만 안심할 수 없다. 나도 불안하다. 하루종일 누워 있으니 눈치가 장난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이 영원히 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촌 사회는 보이지 않지만 만만찮은 갈등을 안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 때문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농사철에 들어가니 마을 사람들끼리 갈등이 일어난다. 주민들과 틀어지는 귀농귀촌인도 있다.
 
지금 농촌은 농사가 본격 시작이라서 대부분 밖에 나가 일하니까 가정불화는 적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코로나로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 농촌 관련 사업이 시작되는 시기다. 마을 개발 사업을 신청하고 심의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면 마을 사업에서 갈등이 많이 일어난다. 주민들 간에 파벌이 생기기도 한다. 마을의 갈등은 주로 수익 분배에서 일어나고, 목표하는 지향점이 다르거나 의견이 불일치 될 때, 또 희소자원을 이용할 때 많이 생긴다. 쉬운 예로 논에 물을 댈 때, 마을 사업으로 도로가 어디로 나느냐, 추진위원장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싸움이 일어난다.
 
귀농귀촌의 경우는 주민들과 귀농귀촌인간에 인식의 차이로 많이 갈등이 일어난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하고 회의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사진 Pexels]

귀농귀촌의 경우는 주민들과 귀농귀촌인간에 인식의 차이로 많이 갈등이 일어난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하고 회의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사진 Pexels]

 
귀농귀촌의 경우 주민들과 귀농귀촌인간에 인식의 차이가 원인이 된다. 그야말로 원주민과 외계인처럼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이해를 하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예를 들면 귀농귀촌인은 시골에 땅을 사서 내려오면 펜스·울타리부터 친다. 내 것이라는 의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울타리를 치면 주민들은 화를 낸다. 우리가 도둑이냐, 왜 울타리를 치느냐, 못 믿느냐라고 한다. 마을 청소를 한다고 온 주민이 소집이 되는데 참여를 안하면 내내 눈총을 받게 된다.
 
물론 갈등이 발생했다고 마을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우선 갈등이 있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동체 의식을 복원해야 한다. 셋째, 타인에 대한 이해와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하고 회의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대화로 할 수 있는 것을 힘으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으려면 회의를 잘해야 한다. 회의를 많이 하고 잘 하는 마을일수록 성과가 좋다. 귀농귀촌인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초기에 서로 인사를 잘하고 서로 사이를 잘 트는게 필요하다. 도시의 폐쇄성과 농촌의 개방성을 적절히 이해해야 한다.
 
가족간의 갈등도 결국 해결해야 한다.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 완화됐다고 해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갈등을 피한다고 일부러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야 한다. 요즘 집에서 집밥을 먹으니 ‘확찐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 상황에 놓인 이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괜히 빈둥거리면서 밥만 먹는 느낌을 주면 안된다. 집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복근을 만들고 있어야 상대방이 안심한다. 매력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부부가 둘 다 의상도 잘 입고 있어야 한다.
 
나는 자주 도망다닌다. 회피가 아니다. 뭔가 심기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방을 옮겨 다니고 화장실로 피한다. 음식을 하고 설거지도 한다. 살아 남아야 한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갈등이 줄어든다. 같이 하는 취미 활동이 필요하다. 각자 스마트폰 보고 TV보다 보면 대화가 적어져 곤란하다. 그래서 요즈음은 퍼즐을 한다. 1000피스짜리를 5일간에 걸쳐 맞추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성취감이 크다. 배려와 대화, 타협이 필요한 때다.
 
갈등회복과 화합을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보면 갈등이 점점 해소되고 화합이 되고 힐링이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갈등회복과 화합을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보면 갈등이 점점 해소되고 화합이 되고 힐링이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가 참 좋은 나라라는걸 이제사 새삼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게 많다. 갈등이 회복되고 다같이 화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갈등회복과 화합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무엇을 위한 갈등 회복이고 무엇을 위한 화합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안다. 화합을 하자고 산에 가서 워크숍하고 회식도 진하게 하는데 화합이 된 적이 없다. 오히려 건강만 상한다. 그 화합은 부장님이나 사장님의 기분이 좋아지라고 벌인 것이다. 오랫동안 사회지도층이나 언론이 사회 화합을 외쳤지만 공허한 이유가 그런 것이다.
 
갈등회복과 화합을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보면 갈등이 점점 해소되고 화합이 되고 힐링이 될 것이다. 행복이 중요하다. 귀농귀촌도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행복해지려고 온 농촌과 어촌에서 몇 년 살다 보면 느낀다. 솔직히 살기 불편하다. 뭐가 많이 부족한 곳이 우리의 시골이다. 그래도 시골로 가는 이유는 사람답게 사는 곳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시가 사람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도시보다 지역이 더 사람 중심이라는 것이다. 도시는 성공하려고 사는 사람이 많고 지역은 행복해지려고 사는 사람이 더 많다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행복해져야 한다. 행복해지려고 성공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행복하면 성공한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농촌사회를 바라보며 터득한 방법은 하나다. 그냥 되는대로 살면 된다.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뭘 걱정하고 예측하고 사는가. 막 살라는 것이 아니다. 오늘부터 하루 하루를 되는대로 살아 보시라. 다들 요즈음 코로나로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어보니 알지 않은가. 어차피 일을 벌이지도 못할 것이니 그냥 되는대로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뭐하고 놀까, 오늘 뭐 먹을까, 오늘 재미있는건 뭘까하고 생각해 보자. 매일 매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될까’를 생각하면 된다. 다만 그걸 혼자 하면 공상인데, 다같이 하면 현실이 되고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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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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