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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 부츠부터 파자마 슈트까지, 미셸 오바마식 ‘파워 드레싱’

중앙일보 2020.05.09 11:02
지난 6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의 다큐멘터리, ‘비커밍(Becoming)’이 공개됐다. 지난 2018년 11월 회고록 『비커밍』을 출간한 이후 이듬해까지 있었던 북 투어(book tour)에서 보여준 미셸 오바마의 모습이 주 내용이다. 자서전 『비커밍』은 전 세계 28개 언어로 동시 출간돼 출간 첫 주 140만부를 판매, 2018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됐다. 출판사 펭귄 랜덤하우스 측에 따르면 2020년 현재까지 인쇄본‧디지털‧오디오북 등을 모두 합해 1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지난 6일, 넷플릭스가 전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다큐멘터리 '비커밍'을 공개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6일, 넷플릭스가 전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다큐멘터리 '비커밍'을 공개했다. 사진 넷플릭스

나디아 홀그렌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비커밍’은 자서전 출간 후 미국의 여러 도시와 런던‧파리‧코펜하겐 등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하는 미셸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수많은 독자와 직접 만나는 그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지난 4월 27일 미셸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달 6일 넷플릭스가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비커밍’은 내가 자서전을 출간한 이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이 다큐멘터리가 영감과 기쁨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비커밍’ 공개
2018년 자서전 출간 후 북 투어 기간 조명
백악관 시절 비해 화려해진 옷차림 눈길

2018년 11월 출간돼 현재까지 10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 사진 EPA=연합뉴스

2018년 11월 출간돼 현재까지 10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 사진 EPA=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 입성한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이자 가능성의 아이콘으로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미셸 오바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다름 아닌 그의 의상이다. 남편을 보좌하던 백악관 시절과 달리 무대의 주인공으로 선 미셸의 당당한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다양한 의상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파자마 슈트부터 반짝이 부츠까지, 다소 파격적인 스타일로 돌아온 미셸의 다큐멘터리 속 북 투어 스타일을 분석해봤다.    
 

전형성 탈피, 공감 코드는 여전

위엄과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격식을 갖춘 남성 혹은 여성의 패션 스타일을 힘, 권력을 의미하는 ‘파워(power)’와 옷 입기라는 뜻의 ‘드레싱(dressing)’을 합쳐 ‘파워 드레싱’이라고 부른다. 좁게는 1980년대 사회 진출을 한 커리어 우먼의 패션 스타일을 의미한다. 일명 파워 숄더, 즉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검정 재킷을 떠올리면 쉽다. 남성이 주류였던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강조하기 위해 입은 복장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파워 드레싱은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인 데가 있다. 주로 재단이 잘 된 재킷이나 일자 스커트를 활용하고, 색도 무채색 위주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셸 오바마의 파워 드레싱은 이런 전형적인 공식을 완전히 탈피한다.  
광택이 돋보이는 실크 소재의 파자마 슈트로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핀터레스트

광택이 돋보이는 실크 소재의 파자마 슈트로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핀터레스트

지난해 4월 파리에서 있었던 북 투어에서 미셸은 밝은 오렌지색 줄무늬가 들어간 파자마(잠옷) 슈트를 입고 대중 앞에 섰다. 많게는 1만 명의 관객이 들어차는 공식적인 무대에서 전 퍼스트 레이디의 옷차림으로 파자마 슈트는 적절치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쾌한 분위기의 파자마 슈트는 미셸 오바마 특유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파격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일조했다.   
영국 브랜드 '에밀리아 윅스테드'의 흰색 점프슈트로 우아한 룩을 연출했다. 사진 핀터레스트

영국 브랜드 '에밀리아 윅스테드'의 흰색 점프슈트로 우아한 룩을 연출했다. 사진 핀터레스트

때론 전형적인 슈트 대신 다소 일상적으로 보이는 점프슈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2018년 12월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행사에선 드레시한 흰색 점프슈트로 우아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듬해 4월 열린 런던 북 투어에서는 역시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의 검정 점프슈트로 세련미를 과시했다. 같은 슈트여도 데님 소재를 사용하거나, 스트라이프 혹은 커다란 패턴을 더해 경쾌한 분위기를 살리기도 한다. 격식을 갖추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미셸 오바마 특유의 스타일을 만드는 비결이다.  
스트라이프 슈트나 데님 슈트 등 미셸 오바마의 한끗 다른 슈트 패션. 사진 메레디스 쿠프 인스타그램

스트라이프 슈트나 데님 슈트 등 미셸 오바마의 한끗 다른 슈트 패션. 사진 메레디스 쿠프 인스타그램

 

따뜻한 컬러, 반짝이의 힘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밝은 색상의 의상을 입은 미셸. 스커트 사이로 드러난 반짝이 부츠가 돋보인다. 사진 핀터레스트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밝은 색상의 의상을 입은 미셸. 스커트 사이로 드러난 반짝이 부츠가 돋보인다. 사진 핀터레스트

미셸 오바마식 파워 드레싱의 또 다른 특징은 컬러 사용에 있다. 권위의 상징인 무채색 대신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내는 따뜻한 색을 과감하게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8년 12월 뉴욕에서 열린 북 투어에서 진행자 세라 제시카 파커와 만날 때의 입었던 샛노란 발렌시아가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이날 무릎까지 오는 반짝이 부츠는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밝은 노란색 드레스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적절한 장치였다. 지난해 4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북 투어에서는 덴마크 브랜드 스타인 고야의 산호색 슈트를 아래위로 입어 전 퍼스트레이디로서의 품격을 과시하기도 했다. 역시 따뜻한 컬러로, 슈트 곳곳에 수놓인 반짝이 장식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미국 애틀랜타 북 투어에서 입었던 밝은 보라색 슈트는 미셸에게 마치 맞춤인 듯 잘 어울린다. 커다란 금색 버클이 달린 벨트와 안쪽에 입은 스팽글 톱으로 포인트를 줬다.  
덴마크 브랜드 '스타인 고야'의 산호색 슈트. 반짝이 장식이 특징이다. 사진 메레디스 쿠프 인스타그램

덴마크 브랜드 '스타인 고야'의 산호색 슈트. 반짝이 장식이 특징이다. 사진 메레디스 쿠프 인스타그램

눈치챘겠지만,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공개된 미셸식 파워 드레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반짝이다. 거의 모든 의상에 스팽글이든, 펄이든, 골드든, 반짝이는 장식이 들어간다. 다큐멘터리 후반부에서 미셸의 스타일리스트 메레디스 쿠프(Meredith Koop)는 “그녀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이 슈트(스타인 고야)를 보면 록스타 엘비스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한다. 스타일리스트의 말처럼, 미셸의 스타일에는 마치 디스코 시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반짝이의 향연이 있다. 투어의 첫 시작이었던 시카고에서 입었던 오프숄더 스팽글 톱, 미국 내슈빌 투어에서 입었던 초록빛이 감도는 반짝이 슈트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된 재킷을 입어도, 반드시 반짝이는 브로치로 어깨나 가슴을 장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녹색 빛이 감도는 메탈릭 소재의 슈트. 신발도 동일하게 메탈릭 소재로 맞췄다. 사진 핀터레스트

녹색 빛이 감도는 메탈릭 소재의 슈트. 신발도 동일하게 메탈릭 소재로 맞췄다. 사진 핀터레스트

이는 퍼스트레이디였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함이다. 제이 크루의 니트 카디건이나, 갭의 밝은 색상 펜슬 스커트 등 주로 중저가 미국 브랜드를 활용해 퍼스트레이디로서 적절하면서도 친근한 스타일을 선보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디언은 과거 미셸의 스타일을 ‘공감하는 옷입기’(empathic dressing)라고 표현했다. 스타일리스트 메레디스 쿠프는 다큐멘터리에서 “북 투어는 (백악관에서와) 완전히 다른 에너지였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짝이는 오프숄더 스팽글 톱이 시선을 끈다. 사진 핀터레스트

반짝이는 오프숄더 스팽글 톱이 시선을 끈다. 사진 핀터레스트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셸은 퍼스트레이디로서 미국의 젊은 디자이너를 응원하고 국가의 패션 사업을 장려하는 등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정확히 이행해 논란 없는 패션 스타일을 고수했다”며 “이번 북 투어에서의 반짝이 부츠는 그에게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미셸의 새로운 스타일을 두고 “성공과 부의 힘을 강조하기 위한 슈퍼스타의 옷이며 힘찬 설득력을 가진 부드러운 파워 드레싱”이라고 논평했다.  
지난 5월 11일 아틀란타에서 열린 북 투어 모습. 밝은 보라색 슈트와 반짝이 톱을 입은 미셸 오바마(왼쪽). 사진 AP=연합뉴스

지난 5월 11일 아틀란타에서 열린 북 투어 모습. 밝은 보라색 슈트와 반짝이 톱을 입은 미셸 오바마(왼쪽). 사진 AP=연합뉴스

전형적이지 않아 더 멋지다. 밝고 선명한 컬러와 반짝이 장식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더했다. 백악관을 나온 미셸 오바마가 새로운 전략으로 또 다른 ‘공감하는 옷 입기’에 도전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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